“협박에 못이긴 굴욕적 평화”… 햇볕정책 때리기?
MB 대국민 담화에 담긴 복선… ‘응분의 대가’ 발언에 힘 실리지 않아
(오마이뉴스 / 손병관 / 20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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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특별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
이명박 대통령의 29일 ‘연평도 포격 담화’는 6개월 전에 발표한 ‘천안함 담화’와 여러 가지로 비교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담화를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로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대응과정에 국민의 실망이 컸다는 것도 잘 안다. 무고한 국민이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이 파괴된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들의 원성을 달래는 제스처를 취했다.
지난 5월 24일 전쟁기념관에서 천안함 담화를 발표할 당시에만 해도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면 경계 미비로 사병들이 떼죽음을 당한 사태에 사과해야 한다”는 비판론이 많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집단과 대치하고 있다는 현실을 잊고 있었다. 우리 군도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신의 책임을 에둘러 넘어갔었다.
대통령의 이번 대국민 사과는 ▲ 한 해에만 두 차례나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고 섬 주민들이 피란하는 등 연평도 상황이 안정되지 않은 것에 대한 국가원수의 책임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대북 정책 추진에 호재가 될 것이란 기대감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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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특별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다소 떠들썩하게 진행된 천안함 담화와 달리 이 대통령이 춘추관 브리핑룸을 발표 장소로 택한 것에서도 과거와 다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담화에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을 놓고 국론이 분열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처럼 국민의 단합된 모습 앞에서는 북한의 어떠한 분열 책동도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북한정권을 옹호해 온 사람들도 이제 북의 진면모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공식 발표 이후에도 사고 원인을 놓고 지금껏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천안함 사건과 달리 연평도 포격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 이상 대북 규탄 여론을 등지고 북한을 몰아세울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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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특별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권우성 |
문제는 천안함 때와 마찬가지로 이 정부에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신통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담화에서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영해·영공·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앞으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적극적 억제’ 원칙을 천명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 사건은 대통령 담화 이후 6개월 동안 군의 대응태세를 비롯한 전반적인 안보 환경에 큰 변화가 없음을 보여줬다.
보수층은 “이명박의 추가 도발 응징 약속은 물론 믿을 수 없다. 사람이 세 번 속이면 사람 자격을 상실한다”(언론인 조갑제)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는 형편이지만, 북한과의 교전 상황이 일단 종료된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도발이 없는 한 이명박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을 보여주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담화 당시에는 ▲ 북한의 우리 해상교통로 봉쇄 ▲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교역·교류 중단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의 대응 조치를 발표했었다. 연평도 담화에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조치가 담겨 있지 않은 것은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를 이미 다 썼음을 방증한다.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용기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것이다. 앞으로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담화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 이유다.
대북 정책,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협박에 못 이긴 ‘굴욕적 평화’는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온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는 말에서는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과거 10년 정부’의 대북정책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복선이 깔려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여야의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담화는 국내정치 측면에서 새로운 갈등의 기폭제가 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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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가운데, 연평도에서 피난을 나온 주민들이 29일 오전 임시숙소인 인천 신흥동 한 찜질방에서 TV를 통해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지켜본 연평도 주민들은 “집을 떠나 고생하는 주민들에게 대책 수립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유성호 |
출전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85190&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