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정치공세 맞습니다.-유정복 장관 퇴진요구 1인시위 참가기-

김포대두 정왕룡 2011. 1. 13. 00:56

정치공세 맞습니다.-유정복 장관 퇴진요구 1인시위 참가기-

 

 

찬바람이 매서운 1월 11일 정오.

김포중심가 먹자골목인 돌문상가 끝자락, 유정복 국회의원 사무실앞에 섰다.

 

'김포의 수치다. 구제역 사태 책임떠넘기기 무능력 대처 유정복 장관 사퇴하라'

비교적 긴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서있으니 찬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전국적으로 겨울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때다. 그 가운데 한강하구 평야지대인 김포는 시베리아 북서풍에 그대로 노출되어 더욱 추운 곳이다. 유정복 의원 사무실, 한나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더욱 춥게 느껴진다.

 

 

구제역 사태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국민참여당 김포지역위 논평이 나간뒤에 김포지역 신문 인터넷에는 댓글 논쟁이 뜨겁다. 그중 상당수의 글들이 '지역에서 배출한 장관을 이리 어려운 때에 흔들면 되겠냐'는 비난조의 내용이다. 어차피 이런 공격댓글은 각오하고 있던 터다. 도시철도 논쟁, 애기봉 트리건등 지역사회에서 참여당이 논평을 내거나 행동을 취할 때 숱한 공격이 있어왔다. 이번에는 더 심할거라는 예상을 했다. 한나라당 성향의 분들뿐만 아니라 비교적 합리적으로 상황을 보려는 시민들이라 하더라도 참여당에 대해 눈살을 찌푸릴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전통적인 농촌정서가 강한 김포는 상대방에 대한 날선 비판을 점잖치 못한 모습으로 생각하는 풍토가 깔려있다. 이런 점에서 모처럼 김포지역을 대표하면서 친박계의 핵심이라 불리는 위치에 있고 MB 정부하에서 장관까지 입각한 큰 어른(?)을 폄하하는 것이 거북스러울 수 있을것 같다는 예상을 해보았다. 특히 상대방이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그것을 공격하는 것은 예의바른 행동이 아니다는 비판도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것, 그것은 바로 책임정치의 실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공세로 폄하되더라도 공인으로서 시민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특히 그간 김포에서 비판의 성역으로 간주되어 왔던 유정복 의원에 대한 부분은 김포의 깨어있는 정신이 존재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참여당원들의 의지가 집약된 행동이었다.

 

 

유정복 의원 사무실 건너편, 횟집 직원들이 영업준비를 하면서 힐끔힐끔 나를 쳐다본다.

까만나무님이 옆에서 말벗이 되어주어 힘을 보태줬다. 여전히 바람이 매섭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언가 하고 쳐다본다. 김포에서 한낮에 가장 붐비는 곳은 역시 원마트 사거리다. 거기에 비하면 한적하기만한 유정복 의원 사무실을 굳이 선택한 이유는 장소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냥 가세요. 보실 필요 없어요”

어르신 한분이 아드님으로 보이는 젊은사람과 지나가다 나에게 다가온다. 옆에서 동행하던 젊은 분이 손을 잡아끌며 발길을 재촉한다.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정왕룡씨 맞죠?”

 

지나가던 중년여성 한분이 다가와서 촬영여부를 물으시길래 흔쾌히 동의했더니 나의 이름을 안다고 말한다. 지난 선거때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근처에서 음식점을 하신다고 한다. 힘이 솟는다.

 

 

사무실 안과 밖으로 몇몇 분들이 들락날락한다. 느낌상 한나라당 분들인 것 같다.

 

“정의원님 같은 분이 이런 식의 정치적 행동을 하실줄은 몰랐습니다. 한나라당 다른 분들이 있는 자리에서 정의원님에 대해 호감조의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실망입니다.”

 

 

유정복 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00님이 외출하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듯한 모습인데...입구에서 마주쳤다.

 

 

“사실관계도 확인안해보고 언론보도만 믿고 입장발표를 해버리니 정의원님 답지 않으십니다. 기회주의 행동이라는 느낌을 안가질 수 없습니다.”

 

이보좌관은 계속 뼈있는 말을 쏟아낸다.

 

“정의원님은 부인하시겠지만 아무리 봐도 정치공세라는 것을....”

“아뇨. 정치공세 맞습니다”

 

 

이보좌관의 말을 툭 끊어서 말했더니 순간 짧은 정적이 흐른다.

 

“사실관계 여부는 곧 반박해명 자료를 발표하신다니까 그것을 보고 이야기하겠습니다.”

 

덧붙여서 ‘정치인이 정치공세하는게 뭐가 그리 이상하냐’고 반문했다. 특히나 ‘원외 군소정당의 처지에서는 제도권 의견개진 통로가 막혀있는 상태에서 민감한 현안에 관해 여론에 호소하고 시민의 궁금증과 사태유발에 대한 책임규명및 사퇴요구 입장표명은 당연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연이어 되물었다.

 

 

모든 것을 떠나서 이번 구제역 재앙의 근본원인은 농식품부 장관자리를 계파안배 몫으로 비전문가에게 내정한 정권과 이를 수락한 당사자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물론 이보좌관의 반론이 이어졌다. “김포의 힘을 갖기 위한 고뇌의 선택이었다”는 것이었다.

 

 

도시철도 이야기, 유영록 시장과의 답답한 관계등 여러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이보좌관의 일정이 있어 대화는 중단되고 말았다.

 

 

어제도 기자 한분이 전화와서 ‘정치공세’ 성격이 강하다는 말을 했다. 오늘 이보좌관에게 그말을 또 듣는다.

 

아마도 이말에는 ‘소모적 트집잡기’라는 부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듯 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상호 날선 비판이 오간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의견개진은 이뤄져야 하고 판단은 시민의 몫으로 돌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비판이 진짜 부질없는 소모적인 것이라면 시민들이 등을 돌릴 것이고 생산적이고 뼈있는 쓴소리라면 시민들이 호응할 것이다. 모든 것은 지지와 호응여부로 판가름 나는 것 아닌가. 다만 정치인은 이것저것 눈치보지말고 소신있게 말하는 것이 제1의 덕목이 되어야 한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정치공세 맞다고 대답했는데 나의 이런 생각을 공감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양승유 당원님이 응원왔다. 옆구리가 든든해진다.

김포경찰서 정보과 M님도 오셨다. 경인운하 현장에서, 경찰서앞 조현호 규탄 현장에서, 애기봉 트리 점등반대 때, 그리고 오늘 또 본다. 자꾸 정이 든다. 좋은 일일까? 잘 모르겠다.

 

 

어느덧 시간이 다 흘렀다.

짐을 정리하고 돌아갈 시간이다.

사무실 현판을 되돌아보았다.

 

‘국회의원 유정복 사무실’이라 적혀있다.

 

 

‘김포의 힘’

지난 총선때 내걸었던 유정복 의원의 슬로건이 기억난다.

 

그간 승승장구하였기에 거칠것이 없었고 매번 관운이 따라주었고 김포지역에 난공불락의 아성을 쌓았다고 자타가 공인하던 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암초를 만났다. 언뜻 보기에는 그가 뜻하지 않은 불행의 늪에 빠졌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뜻하지 않은 암초가 아니다. 철학이 빈곤한 정치인이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할 깊은 수렁이다. 권력의 불나방이 되어 이리저리 쫓아다니다 어느순간 약발이 다하고 허둥대다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게 정치인의 실상인 것을 한두번 목격했던가.

 

 

유정복 현판위에 ‘김포의 수치’라는 마음의 딱지를 붙이고 그 자리를 떠나오는데 여전히 겨울바람은 춥기만 하다. 그래도 언땅아래서 봄을 준비하기 위해 분투하는 새싹들의 힘을 느끼며 김포 들녘을 향해 힘껏 소리를 쳐본다. 오늘도 한강하구 강물은 거침없이 바다로 나아가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