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공직자 협의회는 휴면계좌인가? -김포도시철도 해법 모색(2)
“선출직 공직자 협의회(이하 선공협)가 뭔데? 그런 게 있었어?”
이 글 제목을 본 많은 사람들이 이런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그만큼 선공협은 김포 지역사회에 낯선 모임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선거로 뽑힌 김포지역의 공직일꾼들이 정파를 초월하여 만든 협의 모임이다. 대표는 통상적으로 국회의원이, 부대표는 시장이 맡는다. 그리고 여기에 도의원과 시의원등이 회원으로 참여한다. 유정복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민선3기(김동식 시장), 4기(강경구 시장)에 이어 민선5기(유영록 시장) 때에도 선공협 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어떤 시민은 이 모임의 구성취지가 궁금할지 모르겠다.
정파를 초월하여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고 상호 소통을 도모하자는 것이 그 취지다. 제도권내의 공식적 기구는 아니지만 당연히 지역의 쟁점현안에 대해, 그것이 시 집행부나 시의회 차원에서는 해결이 난망한 현안일 때, 도의회나 국회의원까지 뜻을 모으면 그 위력은 하기 나름에 따라 제도권 공식기구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공협은 결성 이후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기억이 별로 안 난다.
나 역시 시의원 시절 이 모임의 감사를 맡았지만 4년 동안의 임기 내내 두세 번 정도의 모임밖에 안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김포 도시철도에 대해 보완지시를 요구하는 경기도의 조건부 반려공문이 내려왔을 때 내가 주목한 것은 시의회의 동의 요구내용에 담긴 경기도의 의도였다. 경기도가 어머니나 아버지 같은 든든함으로 김포를 감싸 안으려는 게 아니라 외과의사처럼 김포내부를 해부하듯이 들여다보며 가장 아픈 곳을 건드렸다는 생각이 스쳤다.
집행기관이 아닌 감시견제기관인 기초의회에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는 경기도에 대해 김포시 의회가 선택할 수 있는 답안지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김포 도시철도에 대한 경기도의 기회주의 행동이나 서울시의 폭력적 행태에 대해선 추후 거론하기로 하자.
시의회는 고심 끝에 동의안이 아닌 결의안으로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내가 아쉬웠던 것은 이 상황에서 김포시 선공협의 가동이 왜 안 이루어졌느냐는 사실이다. 선공협 결성취지에 걸맞게 즉시 모임이 소집되고 몇날 며칠을 걸려서라도 담당 공무원들을 배석시켜놓고 토론을 했어야 했다. 더구나 김포도시철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선출직 공직자들이 저마다 나름의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다. 이 상황에서 적어도 합의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도 대내외를 향한 선언문을 채택하거나 성명서를 발표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만일 그랬다면 시의회 홀로 짐을 걸머지는 것이 아닌 든든한 외곽 우군이 확보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파를 초월한 김포지역의 현안 대응력을 보여주는 계기로 활용되었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더군다나 선공협 회장인 유정복 의원은 국회의원일 뿐만 아니라 국무위원을 겸직한 현직 장관이기까
지 하니 그 무게감은 남달랐을 것이라는 짐작은 쉽게 하고도 남는다.
경기도의 엄격한 서류구비 보완 요구에 연이어 서울시의 과도한 요구안 소식이 전해졌다. 두 번째 핵 펀치가 날라 온 셈이다. 김포시는 이에 대해 별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되풀이 하고 있지만 경기도나 서울시 둘 다 건설비용은 물론이고 운영비용 자체도 김포시 전액 자체 부담에 대한 확실한 답을 거듭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의 계획 성사를 위해 김포시 집행부는 경기도나 서울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이미 던져놓은 수많은 말들 때문에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러할 때 실타래를 풀어 줘야 하는 곳이 선공협이다. 만에 하나 ‘김포시장의 무리한 공약사항이니 시장이 알아서 할 일이고 그 일의 허상이 드러나는 순간 어찌하나 보자’하고 벼르고 있으면 안 된다. 전진이든 회군이든 그 실상을 함께 검토, 공유해보고 출구전략의 필요성까지 포함한 다방면의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일이 선공협의 역할이라 생각하는게 나만의 견해일까?
나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도시철도 성사여부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 정파를 초월한 김포의 자존심과 역량결집 정도, 그리고 위기대응 능력을 제정치 세력이 얼마나 대내외에 보여줄 수 있느냐 여부가 바로 그것이다. 도시철도 추진이 어떤 결론에 도달하든 향후 김포의 비전을 열어나갈 동력을 확보하고 정치허무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토대강화가 매우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 역할의 중심에 선출직 공직자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다들 따로 놀고 있다.
선공협 대표인 유정복 장관은 작년 지방선거 직전 경전철 지하화 발언이후 이 현안에 대해선 장기간 침묵상태다. 이계원 도의원은 중전철 반대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유영록 시장은 유정복 의원과 협의가 잘되고 있다고 반복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원론적 수준의 발언이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 와중에 시의회는 경기도의 동의안 요구 처리방법을 놓고 의원들 협의에 진통을 겪었다. 정말 다들 따로 따로 놀고 있다. 왜 이래야만 하는가? 선출직 공직자 협의회는 이러한 때 제 역할을 하라고 만들어 놓았던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선공협 회원이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모임소집을 요구하고 몇날 며칠을 걸려서라도 도시철도 대책과 해법에 대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이라도 입장표명을 내놓아야 한다. 유정복 의원을 비롯해 지역 행사장에서는 수없이 서로 마주치는 분들이 왜 선출직 공직자 협의회 모임을 열지는 못하는가. 유정복 의원이 국가현안 일로 바쁘다면 시장을 비롯한 다른 의원들끼리라도 모여서 논의한 다음 이 내용을 갖고 과천 장관청사까지 달려가 공감대를 나누면 되는 것 아닌가.
의원 개개인은 독립된 기관이라며 자존과 자부심을 이야기 하던 한 시의원의 말이 생각난다. 자신의 권위를 이야기 할 때 쓰라고 이 말이 존재 하는 게 아니다.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도의원이나 시의원이나 직위와 권한에 차이가 있을 뿐 시민이 뽑은 대의기관의 대표가 아니던가. 당당하고 자신 있게 선공협 소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금 즉시 시의원과 도의원들 입에서 나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조속히 선출직 공직자 협의회가 열려 김포도시철도 현안 해결을 위한 보다 진전된 입장표명과 대안마련이 나오길 간절히 바래본다. 더불어 선출직 공직자 협의회가 ‘휴면계좌’라는 나의 발언이 실언이었다는 게 판명되기를 염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