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및 행사

문제적 인간 유시민 -이정무 민중의 소리 편집국장

김포대두 정왕룡 2011. 7. 11. 11:25

문제적 인간, 유시민

이정무 편집국장이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정무입니다.

원래 14일(목) 저녁으로 잡혀있는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안내메일’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냥은 심심한 것 같아서 조금 제목을 야하게 잡았습니다. 옆에서 ‘책(이정희 유시민 대담집 《미래의 진보》)이 잘 팔리도록 쓰라’는 압박도 만만치 않고요.

아마 저는 최근 1년 동안 유시민 대표(이제부터 존칭 생략!)를 가장 많이 만난 기자일 것입니다. 대담 형식으로 만난 시간이 10시간쯤 되고, 인터뷰가 2시간, 이메일이 5시간쯤 되지요. 유 대표의 주변에 계신 분들을 만난 시간도 50시간은 훌쩍 넘을 것입니다. 모두 눈앞의 현안이 아니라 좀 큰(?) 이야기였으니 그것도 독특하지요.

어떤 사람을 이 정도 시간 동안 만난 것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확실히 ‘오버’입니다만 반대로 긴 시간을 만난다고 해도 진지하게 대화하는 시간은 길지 않잖아요. 당장 저의 아내와도 이 정도 시간을 들여서 집안일이나 개인사가 아닌 사회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했었는지에 대해 저는 자신을 못하겠네요.

각설하고...

성찰을 요구하기 전에...

유시민이 ‘문제적 인간’이 된 건 아마 오래전부터였을 겁니다. 그 옛날이야기는 별로 아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최근에 주로 유시민을 ‘문제’로 거론하는 것은 그의 진보 통합론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진보정당의 일원이 되겠다는 결심에 대해서지요.

우리 사회의 보수파들이 유시민을 진보로 보는 것은 당연하니까, ‘문제’가 되려면 자타가 ‘공인’하는 진보진영에서 유시민을 ‘진보’로 보느냐 하는 것입니다.

진보진영의 일각에서는 유시민에게 ‘조직적 성찰’을 요구합니다. 성찰이라는 말이 참 묘한데, 한마디로 ‘너 스스로 잘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보통 카톨릭에서 고해성사 전에 요구하는 것이 이 성찰이지요.

누가 누구에게 ‘성찰’을 요구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성찰에는 그래서 종교적이라고 할 만한 믿음이 전제가 됩니다. 성찰의 결과로 나온 말을 믿기로 하고 나서야,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유시민이 하는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쒀도 못 믿겠다’면 애초에 성찰을 요구할 이유가 없지요. 유시민에게 ‘성찰’을 요구하는 분들이 그에게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지는 한번 ‘성찰’해 보셔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은 사람은, 혹은 사람의 생각은 바뀔 수 있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안 바뀐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연세가 많은 분들일수록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살아보니 그렇더라는 것이지요. 저는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은 바뀔 수 있고, 바뀔 수밖에 없다’는 쪽입니다. 당장 저 만해도 정말 귀가 얇은 편이거든요.

한 가지 더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유시민의 생각은, 유시민의 행동은 바뀌고 있나요? 아닌가요? 유시민을 아주 좋아하는 분들 중에는 그의 행동이나 생각이 바뀌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우리는 보통 지조나 일관성을 좋은 덕목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으니까요.

반대로 유시민을 아주 싫어하는 분들 중에서도 그의 행동이나 생각이 전혀 바뀌지 않았으며, 단지 눈앞의 목적을 위해 바뀐 ‘척’ 하는 것이라 보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사람은 바뀔 수 있고, 바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제가 보기엔 유시민은 바뀌는 중인 것 같습니다. 이번 책 역시 진행 중인 변화의 단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기억에 이번 책을 만들면서 유시민은 두 번 이렇게 말했습니다.

“1987년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성수대교 밑에서 유세를 하시면서 저희들에게 ‘재야 여러분 평민당으로 들어오십시오. 영국 노동당이 자유당 속에서 기초를 닦아서 오늘의 노동당이 된 것처럼 여러분들도 이 당에 들어와서 실력을 닦고 경험을 쌓고 인재를 양성해서 여러분의 당을 만드십시오.’ 그렇게 권하셨거든요. 그 말 믿고 들어갔잖아요. 들어가서 25년 동안 수십 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되었지만 영국 노동당 같은 그런 정당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안하겠다는 겁니다.”

저는 이 말을 들으면서 그야말로 ‘짜릿했습니다.’ 1987년의 이때는 지금의 진보정당들과 민주당내에 들어간 ‘운동권 출신’들이 나누어졌던 때였습니다. 제가 알기에 유시민을 빼고 나면 ‘25년간 배출된’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 중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유시민이 자주 읽는 시라고 하지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는 “길은 길에 연하여(이어져) 끝없으므로”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경로의존성’쯤 될까요? (좀 깨죠? ㅋㅋ) 프로스트가 노래한 것처럼 한 번 나누어진 길은 합쳐지기 힘듭니다.

제가 엉뚱하게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유시민은 자신이 걷지 않았던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은 것 같습니다. 프로스트는 “한숨을 쉬며”,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했지만 유시민은 25년이 지난 지금에라도 처음으로 되돌아가보고 싶은 것 같습니다.

쉬운 책?

책은 서점에 깔린 지 2주쯤 되었는데, 아주 잘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정치사회분야 책 치고는 잘 팔립니다)

들려오는 이야기를 보면 ‘책이 참 쉽다’, ‘술술 읽힌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먼저 고맙습니다. 하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훨씬 더 재미있으실 겁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이 책을 ‘금서’ 취급하는 것인데요. 이 책이 무슨 대단한 정치적 음모 위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겁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을 위한 프로젝트라는 것인데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중엔 아직 책을 읽어보시지 못한 분들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정파에 속한 이정희-유시민이 책을 내는 것 자체가 무슨 ‘음모’처럼 여겨지는 정치 풍토는 좋게 봐주기 어렵지요.

운동이나 정치는 ‘벗’을 얻는 것을 중시합니다. 돈 대신 사람을 구하고, 돈을 쌓아두기보다 벗이 많은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공간이 운동이나 정치가 아닌가요? 동지가 되려면, 벗이 되려면 상대의 생각을 잘 알아야 합니다. 물론 비판을 하기 위해서도 상대의 생각을 잘 알아야 하지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이 유시민을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을 바라는 사람이건, 반대하는 사람이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고 (그래서 많이 팔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마지막이라 본론이 나옵니다.

《미래의 진보》 출판을 기념하는 ‘저자와의 대화’ 행사는 목요일인 14일 저녁 7시에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립니다. 6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이 있으니까 좀 일찍 오셔서 구경하셔도 됩니다.

시작되는 한 주도 내내 평화로우시길....

민중의소리 이정무(jmlee@vop.co.kr)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