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스치듯이 만나지 말자 -김포대두 정왕룡 총선노트
스쳐 지나가듯이 사람을 만나지 말자!
스쳐지나가듯이 사람을 만나지 말자!
시의원 할 때 의정활동의 다짐내용 중 하나였다.
도농복합 도시인 김포는 사시사철 참 행사가 많다. 해당분야 공무원들은 행사가 열릴때면 주말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하물며 시민들과의 스킨십이 제일 중요한 활동인 의원들은 따로 할말이 무엇이랴! 특히 연말연시면 시의원들은 술에 쩔어 지내기 일쑤다.
김포는 아직 술잔 돌리기 문화가 남아있다.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그럴듯한 명분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나같이 술을 입에도 못대는 사람은 이만 저만 고역이 아니다. 행정감사 때 보건소장을 상대로 술잔돌리기의 폐단을 거론하며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음주문화 개선책을 내놓을 것을 강력히 주문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안이라고 나온게 계도성 행사위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도 나름 과감하게 원칙을 정하고 4년내내 큰 무리없이 지켰던 것 같다.
행사는 가급적 참여를 하지말자. 특히 주말행사는 더욱 그렇다. 행사에 참여하더라도 술잔돌리기에는 동참하지 말자. 여러 행사가 겹칠때는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행사 하나만 선택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자!
시의원 한지 얼마 안가서 김포대두는 술은 입에도 못대고, 행사에는 잘 안나오는 의원으로 이미지가 굳어져 버렸다. 대신 민원성 만남은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 주말에는 자기 개인일로 바쁘거나 공부, 혹은 휴식을 취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면서 적어도 행사와 술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의정생활을 했던 것 같다.
지난 월요일 저녁, 행사가 네개나 겹쳤다.
고민하다가 의정활동 할때의 원칙을 떠올렸다.
그리고 두가지 행사는 포기했다. 호남향우회 송년회는 시작할 때 장내를 돌며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끝냈다. 그리고 고촌읍 상공인회 송년회 장소인 김포공항 컨벤션 센터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시장, 시·도의원, 민주당 지역위원장이 와있었다....그리고 방금직전 행사장에서 마주쳤던 국회의원이 연이어 들어왔다. 다들 현역들이다. 민주당 출신 시장 옆자리에 앉아 현역취급을 받는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제외하면 나만 비현역이다.
건배가 이어지고 축사도 이어지고....개막행사가 끝나고 식사시간이 이어지고...
어느순간 현역들이 안보인다. 썰물처럼 다 빠져나갔다.
그러건 말건 그냥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행사를 지켜보며 호응하고 박수를 쳤다.
2부 오락과 여흥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에 상공인회 회장님이 사회자를 제치고 갑자기 마이크를 잡는다.
그리고 나를 소개한다. 이 자리에 귀한 손님이 오셨다고 한다. 지난 시의원 활동기간에 왕성한 의정활동으로 지역을 가꾸어 오신 분이라 한다. 오늘 이 자리를 지금까지 지키고 계신 정왕룡 전 시의원님을 잠시 모시겠다 하신다.
박수소리를 뒤로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이 자리에 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현역 정치인들이 다 가버리셨네요. 저는 현역이 아닌 전직의원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 4월에는 다시 현역에 복귀하고자 얼마전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이 대목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연이어서 말을 이어갔다.
“오늘 이 자리에 와보니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생각납니다. 고촌 상공인회가 이렇게 튼튼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정석 회장님, 정철화 회장님, 그리고 현 김지호 회장님등 역대 회장님들과 현 회장님이 일구어 오신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김포의 뿌리깊은 나무 , 샘이 깊은 물로 영원히 흔들리지 않고 마르지 않는 고촌 상공인회가 되도록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내에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도 한시간 반가량, 거의 열시가 넘도록 행사는 이어졌다. 비록 춤치이고 음치이긴 하지만 같이 앞으로 나가 흔들고 박수치고 어깨걸고 노래도 했다. 땀이 날 정도였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헤어지는 시간, 입구로 달려나가 그때서야 비로소 명함을 나눠드렸다. 특히 부부동반인 경우엔 부인에게 먼저 드렸다.
격려와 응원등 덕담이 쏟아진다.
“정의원, 이번엔 꼭 꿈을 이루세요. 옆에서 응원하겠습니다. 그간 고생하셨으니 이번엔 되셔야죠. 이름값 꼭 하세요. 통합진보당요? 이름은 생소하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볼게요.”
말 한마디 한마디 표정 하나 하나에 에너지가 팍팍 전해져온다.
그래 이거야!!!
여러곳을 스치듯이 만나기보다 한곳이라도 진득하게 교감을 나누는 거야!
그것도 진심을 담아서!
“새로운 만남의 장을 체험했네요. 지역사회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수행했던 염규헌님이 행사장을 빠져 나오며 자신도 많이 배웠다는 말을 던진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김포공항 밤하늘의 별들이 영롱하게 머리위로 빛나는 12월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