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걸리버 청개구리
김포대두 정왕룡
2012. 6. 26. 10:12
어쩜 이렇게 색깔이 똑같을까?
이거야말로 완벽한 보호색이다.
적근대 쌈잎을 따다가 무언가 이상해 멈칫했더니 청개구리 어린 꼬마녀석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자기 키보다 몇배 더 높은 저 잎에 어떻게 올랐을까?
녀석과 눈싸움을 시작했다.
녀석은 뭐하자냔 투로 나를 열심히 관찰한다.
인간동물원에 나들이나온 청개구리 관광객의 모습 그대로다.
흔들리는 적근대
쌈잎파리위에서 바이킹을 타며 자못 여유롭기까지 하다.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고개를 돌리고 만다. 초상권 침해하지 말란다.
그러면서도 못이기는척 얼짱각도를 취해준다.
순간 누가 누굴 구경하고 있는지 헷갈린다. 누가 크고 누가 작은건지 잘 모르겠다.
녀석은 거인국에 나들이나온 것처럼 당당하고 여유롭기만 하다.
내가 먼저 지쳤다.
나는 녀석에게 걸리버란 닉네임을
붙여주고 자리를 떠나왔다.
훗날 녀석이 자기친구들 세계로 돌아가 집필할 청개구리 버전 걸리버 여행기의 내용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