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들어 다반사로 일어나는 사고 정도로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공군기 자체가 노후화되고 교체부품이 없어(이는 전적으로 판매상인 미국의 책임이다) 이리저리 짜깁기하며 유지보수해 왔다는 것, 그 자체가 또한 심각한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단기는 물론 장기적 안목의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조종사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기체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끝내 사망한 사고의 경위는 앞서 장단기 대책의 마련과 별개로 또한 대한민국 군 내부의 심각한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말이야 쉽게 ‘군인정신의 발로’ 따위로 미화할 수도 있겠지만 근원적인 불합리 앞에 내몰린 조종사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이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항공기는 흔히 추락한다. 워낙에 복잡하고 민감한 부품으로 만들어져 있어 사소한 실수 하나로도 비행기 자체의 조정이 불가능한 상황도 흔히 발생하며 이는 필연적인 사고로 이어진다. 군용기뿐만 아니라 민간항공기 또한 마찬가지다. 설계와 제작 시 추후 제반 과정을 모두 예상하여 사전에 예방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번 사고기의 경우 기종 자체의 노후에 따른 부품성능 자체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 있어 언젠가 일어날 사고가 이번에 일어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사고 직후 공군은 부랴부랴 전 항공기의 운행을 중단하였지만 공군의 환경 자체가 열악한 마당에 단순히 며칠 운영을 중단하는 것으로 내일의 사고를 막을 수는 없으며, 관심을 수그러뜨리기 위한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부품의 노화 등 물리적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 발생과 그 처리 과정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공군의 사고 대응 시스템 및 조종사에 대한 문제이다. 공군은 지금까지의 사고에 있어 대부분을 사망한 조종사의 책임으로 돌려왔다. 기왕에 죽은 놈, 또 하나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그리고 사후 조사에 있어 공군이 추후 발생할 사고의 예방을 위한 기회로 삼기는커녕 사고의 전적인 책임은 망자 혹은 무사히 귀환한 조종사에 씌워왔다. 사고 처리 과정에서 군 내부의 난맥과 수뇌부의 책임회피와 이에 따르는 과도한 책임추궁이 조종사에게 고스란히 전가가 된 것이다. 조종사의 양성에는 수많은 돈이 들어간다. 사관학교 4년의 교육비부터 시작하여, 기체 조종 교육 이수의 과정과 실전배치의 시간까지 그 모든 돈이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져 일인의 파일럿을 키우는 것이다. 물론 이 제반 과정을 단순히 투입 금액 대비 어쩌고 하는 효율성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조종사 일인의 가치와 비록 수백억에 달한다고 하는 비행기의 천문학적인 가격과는 대비하여 비교할 수 없다. 비행 중의 돌발 상황에 조종사가 결국 기체를 포기해야 할 때 최우선으로 배려가 되어야 할 것은 첫째 부가적 피해의 방지이며 그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비로 조종사의 안위이다. 과거 그리고 현재에도 대한민국 국군은 비행기 사고 시, 조종사가 사망하면 조종사가 끝까지 군인정신을 발휘하여 발생할 수도 있었던 추가 피해를 막았다는 류의 미화에만 골몰하였지, 조종사 각각의 가치에 대해서(예컨대 기체를 포기하고 탈출한 승무원의 임기응변 등)는 그 가치와 의의를 절하하여 왔고, 오히려 추후 그 사고의 책임을 조종사 일인에 씌워왔다. 나는 이번 공군기의 추락과 파일럿의 사망을 바로 이런 잘못된 군 관행이 부른 참사로 생각한다. 민간의 피해가 없는 바다 위의 돌발 상황에, 물론 조종사는 기체의 기능회복을 위해 노력은 해야 하지만, 최종 추락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전혀 탈출의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혹은 이미 탈출하기에 역부족이 된) 점은 지금까지 군이 항공기 추락 시, 그 책임을 전부 파일럿에게 물었기 때문에 그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승무원이 결국 자신의 생명을 포기한 것으로 생각한다. 항공기 추락에 따른 모든 책임을 파일럿 일인이 지고, 불명예제대(군에 남는다 하여 사고 당사자가 이후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가!)는 물론이며, 이후 가족의 부양책임까지 생각한다면, 조종사는 결국 자신의 산화를 택했을 것이다. 보수 유지의 상황이 어렵다면, 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그 제반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군 고위책임자의 책임은 전혀 추궁하지 않은 채, 최고급전력인 파일럿이 자기 스스로를 포기하도록 하는 대한민국 군의 관행이 또한 이번 사고의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나는 판단한다. 어쩔 수 없는 사고의 상황이지만 조종사가 충분히 탈출이 가능함에도 군의 암묵적 관행에 익숙한 조종사는 탈출을 포기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천안함의 경우에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 침몰 사고 경위 여부에 상관없이 사망한 승조원은 훈장이 수여되었고 영웅으로 미화됨에도 구조가 된 승조원은 죄인의 신분으로 취급이 된다. 군은 사망자에게는 전사자에 준하는 대우를 하고 있음에도, 생존자에게는 그 죄과를 묻겠다고 한다. 불합리한 태도다. 수하의 부하 쉰여 명이 무공훈장의 주인공이 되었다면, 함장을 비롯한 생존장병은 더 큰 훈장의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군은 생존장병에 대한 서훈에는 인색한 채, 비합리적 결과를 도출한 조사단에 온갖 감투와 서훈을 기획하고 있을 뿐이다. 이 대목, 분명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식의 사고 처리의 반복을 통해 사고의 경위에 상관없이 장병 스스로는 ‘차라리 내가 죽는 것이 편하고 좋다’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이 심리가 군 저변이 충분히 그리고 암묵적으로 또한 절대선의 가치로 자리하고 있다. 병과 부사관 그리고 하급 장교에서 고위 장교로 이르는 군의 체계 속에서 군인 개개인의 목숨과 자신의 삶 자체가 일차적으로 부정이 되고 있다. 그렇게 교육이 되고 있다. 군은 그 특성상 사고의 가능성을 충분히 포함하고 있는 집단이며,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 던져야 한다고 훈련받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시, 개개인의 삶을 포기하는 것은 군 전력유지에 또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 사망한 두 명의 파일럿을 또다시 키워내기 위해 대한민국이 소요가 되는 물리적 비용은 말할 것도 없으며 사소하다면 사소하다고 할 것이지만 사망한 조종사의 동료와 군 전체가 다시 품게 되는 자괴감을 차마 무엇으로 치유하고 충성을 기대할 것인가! 이번 사고, 유명을 달리한 두 분 파일럿의 명복을 빌며, 차후 개개인의 소중함을 무시한 채, 합당하지 않은 책임 추궁으로 결국 부하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군 수뇌의 잘못과 오만 그리고 책임 회피가 시정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 국군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정치에만 관심이 있는 똥별이 아니라, 부하 직원의 목숨을 위해 자신의 영달 따위는 하찮게 보는 진정한 장군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마늘한접
[공군기 추락] 죽음으로 내몰린 파일럿
(서프라이즈 / 마늘한접 / 2010-06-19)
강릉에서 발진한 F-5 공군기가 추락, 공군 파일럿 둘이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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