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 최대 격전지인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의 사무실은 모두 서울행 출퇴근 차량이 지나가는 연신내역 근처에 몰려있다. 한 건물 건너마다 각 당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이 각축전을 벌이는 이곳에 온통 노란 현수막으로 둘러쌓인 건물이 눈에 띈다. '국민의 대변인'이라는 구호가 선명한 국민참여당 천호선 예비후보의 사무실이다.
선거를 20여일 앞둔 주말인 3일, 천 후보의 사무실로 국민참여당 수도권 당원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20~30대 직장인인 이들은 국민참여당의 원내진입을 위해 황금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은평에서 국민참여당과 천 후보 알리기에 나선 것.
오후 2시 1차로 모인 30여명의 당원들은 은평을 지역의 특성을 비롯해 선거운동이 금지된 예비후보 시절 가능한 활동 등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삼삼오오 조별로 할당받은 지역으로 출발했다.
젊은 당원들의 이같은 자발적인 참여는 '선거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거캠프가 관변, 지역 단체 중심으로 '조직적 선거운동'을 하는 다른 정당들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동대문에 사는 직장인인 김병석(33)씨는 "진보.보수를 떠나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작년 11월에 당원에 가입했다"며 "오늘 나올려고 어제 야근까지 했다. 첫 선거운동이지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들이 출발하기 직전 사무실로 들어선 천 예비후보는 당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시 지역을 돌기위해 나서는 천 후보는 "4만3천여명의 당원의 80%정도가 정당과 선거가 처음인 직장인들"이라며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바로 국민참여당의 힘"이라고 자랑했다.
천호선 국민참여당 예비후보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함께 거리에서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천호선 예비후보 캠프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지도에서 고점 차지정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관계로 천 예비후보는 일일이 상가를 찾아다니며 얼굴 알리기에 주력했다. 이날 역촌동 구 서부시장을 방문한 그는 수행 비서도 멀찌감치 떨어지게 한 채 홀로 가게 안에 들어가 명함을 내밀었다.
선거운동 기간도 아닌데 요란스럽게 상인들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는 천 예비후보의 배려다. 천 예비후보는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지치지 않고 밝은 표정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냈고, 상인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잠시 대화를 나누며 야권연대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노란색 어깨띠를 한 그는 "청와대 대변인 했던 천호선입니다. 유시민과 함께하는 사람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하고 "젊은 사람이 은평에서 길게 일 할 수 있도록 기회 한번 주십시오"라며 표심을 공략했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젊기 때문에 은평에서 오랫 동안 일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선거에 큰 관심 없는 듯 보이면서도 상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특히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상인들이 많았다. 인지도 면에서 고점을 받은 것이다.
호남형인 그를 보고 '젊고 인상 좋다'는 반응도 많이 나왔다. 슈퍼를 운영하는 이영미(38)씨는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낫지 않겠냐"고 말했고, 길 옆에서 채소를 파는 한 할머니는 "인상이 좋다"며 호감을 보였다.
천호선 국민참여당 예비후보가 은평 주민들에게 명함을 건내며 인사를 하고 있다.ⓒ 천호선 예비후보 캠프
주민 "이재오 이기려면 야권연대해야" 한 목소리'우리 동네 사람'이라고 불리는 이재오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인지도는 강력했지만 이 후보에게 실망한 주민들도 상당했다. 특히 상인들은 3년전 조성된 '걷기 좋은 길' 때문에 차도가 일방통행으로 변하면서 매출이 너무 줄었다며 원상복구하지 않는 이상 이 후보를 뽑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44년간 철물점을 운영하는 안씨는 "장사가 안되서 상인들에게는 미운털 박혔다. 여긴 다 야당이야"라며 이 후보에게 등 돌린 민심을 전했다.
야권연대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넘쳤다. 식당을 운영하는 최현남(57)씨는 "퇴근 후 술 한잔 하는 40~50대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야권연대가 대세"라며 "단일후보와 이 후보가 붙으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정부는 말로만 경제가 나아진다고 하지만 시장 경제는 밑바닥이고 물가만 올랐다"며 "허왕된 사업(세종시, 4대강)에 예산을 부어봤자 절대 여기(시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서민 경제에 예산을 투입하라고 촉구했다.
또 길에서 천 예비후보를 알아봤던 이민영(23)씨는 "천 후보가 당선되려면 꼭 야권통합이 필요하다"며 6.2 지방선거처럼 야당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예비후보는 이같은 요구에 대해 "야권연대를 꼭 이뤄내겠다"며 '국민참여당 천호선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천호선 "7.28재보선 야권연대는 2012년 대선.총선 야권연대의 첫 단추다"
- 이번 선거의 의미는?
=MB에 대한 심판이다. MB의 실정을 옹호하는 실세 이재오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려는 천호선과의 대립각이 분명하다. 누가 당선되야 정치권을 바꾸겠나?
- 이재오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인지도가 상당하다.
=이 예비후보는 민중당 시절부터 이 지역에서 조직운동을 해와서 지역기반이 튼튼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앙당 지원 등을 거절하는 등 반성모드로 출마했다. 그럴수 밖에 없을 정도로 지역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정치적 실세였지만 지역 발전은 이루지 못했다. 그 반발감에 문국현 전 의원이 당선됐던 것이다.
- 야권연대 구상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의 모든 성과는 민주당에게 갔다. 또 지금 상황에서 단일화를 위한 설문을 어떻게 하든 (결론은) 민주당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결국 8개 지역을 모두 민주당이 독점하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야당들이 8개 지역을 모두 놓고 협상을 해야 한다.
재보선 8개 지역을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이 6:1:1로 후보 단일화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는 광주 남구, 서울 은평에서 후보가 겹친다.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라면 민주당과의 단일화 이전에 사전 소연합도 가능하다. 우리 예비후보가 광주 단일후보가 된다면 은평에서 이상규 민주노동당 예비후보에게 양보 할 수도 있다.
앞으로 1년 반 뒤 총선과 대선을 생각해보자. 어떻게 연대해서 승리할 것인지 지금부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실현할 수 있는 첫 단추가 여기(은평)다. 지역, 후보별 단일화 협상은 수용할 생각이 없다.
- 천 예비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야 하는 이유는?
=다른 분들(야당 후보)은 (국회의원)뱃지가 필요해서 은평에 오는 분들이다. 그분들은 앞으로 10~20년 은평에서 계속 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젊기 때문에 다르다. 중요한건 '앞으로 은평에서 얼마나 살고, 일할 사람이냐'다. 나는 앞으로 은평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