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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선장 부상 축소·허위 보고 의혹 책임 물어야”

김포대두 정왕룡 2011. 1. 29. 21:54


“석 선장 부상 축소·허위 보고 의혹 책임 물어야”
대통령 “모두 무사구출”에만 방점… “위중한데도 건강상태 보도는 뒷전”

(미디어오늘 / 조현호 / 2011-01-28)


이명박 대통령이 피랍선원 구출작전의 전과만을 강조한 나머지 인질의 부상 정도를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아덴만의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지만 그 증세가 날로 위중해져 가고 있는 석해균 선장의 부상 정도를 볼 때 초기에 군이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거나 대통령이 알면서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구출작전 성공소식을 가장 먼저 직접 알리는 담화를 통해 “한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한 21명의 인질을 무사히 구출했다”고 밝혔다. 당초 알려진 부상자 1명에 대해 이 대통령 담화에 이어 이성호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은 “선장이 총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발표는 이번 작전에 대한 평가를 ‘완벽한 성공’ ‘완전 작전’으로 규정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군의 무용담을 전하는가 하면, 군은 기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검토도 제대로 안 한 듯 마구잡이로 작전상황을 언론에 공개했다.

▲ 지난 21일 선원 전원 무사구출을 발표한 이명박 대통령. ⓒKBS 뉴스특보

정부는 초기엔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이 몇 발의 총격을 받았는지조차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이국종 아주대 과장 등 총상 전문 국내의료진이 현지로 급파, 수술에 참여하고 나서야 5~6발의 총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작전 성공을 치적 홍보로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석 선장의 상태를 축소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석 선장 등 부상자의 상태를 축소 또는 허위로 국민들에 발표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종면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2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결과 부상을 넘어 중상자가 있음에도 ‘전원 무사 구출’이라는 이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되도록 한 것은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생명에 지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키 어려운 상황에서 ‘지장이 없다’고 발표한 것은 허위 발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이런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허위 발표한 것은 매우 부도덕한 일이며, 모르고 발표했다면 더욱 심각한 시스템의 문제”라며 “이 때문에 언론들은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보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지에 군의관을 비롯한 의료진이 다 있는데 이런 상태를 몰랐을 리 없다”며 “정부가 이를 알고도 국민을 속였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 선장에 대해 그나마 수술이 잘돼 버티고 있는 것으로, 뒤집어 보면 초기엔 더욱 심각했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어떻게 무사 구출이라 발표할 수 있느냐. 이는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명백히 책임 추궁을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처럼 석 선장 상태에 대해 축소 허위 발표한 이유에 대해 노 위원장은 “자신의 치적을 부풀리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 외에는 설명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언론들도 조금씩 정부의 축소보고 의혹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28일자 기사 <최소 5~6발 총에 맞았는데…정부 “석 선장, 생명엔 지장 없다” 반복>에서 “급파된 우리 의료진에 따르면 석 선장은 복부 등에 최소 5~6발의 총탄을 맞았다”며 “그러나 정부는 작전 직후 ‘복부 총상은 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만 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의료계에 따르면 5~6발의 총상이면 초기 대응과 무관하게 생명이 위협받는 매우 위중한 상황인데,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보고는 병세를 호도하려는 축소보고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해부대의 작전 개시 후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중태인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 ⓒ연합뉴스

한겨레도 사설에서 “작전 직후 당국이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발표했던 석 선장의 용태가 갈수록 나빠지는 것도 의아스럽다”며 “총을 여러 발 맞아 처음부터 위중한 상태였는데도 ‘작전 성공’을 부각시켜보려고 실상을 흐린 듯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석 선장의 용태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데엔 정부의 축소 발표뿐 아니라 언론의 역할도 한몫을 했다. 군 당국이 석 선장의 상태에 대해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했지만 “복부 관통상”이라고 발표했었다. 총탄이 복부를 뚫고 나갔으면 흘린 피는 얼마이며 그 용태가 어느 지경인지 의문을 품고 추적해가야 했지만 ‘완전 작전’에만 매몰돼 이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노종면 민실위원장은 “인질의 위독한 부상은 MB 치적에 걸림돌이 되고 (이런) 보도의 흐름에 거슬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먼저 석 선장의 상태가 예상과 달리 위중하다는 것을 보도(22일)한 KBS는 해군의 작전 동영상이 공개된 지난 23일 9시 뉴스에선 석 선장 부상회복이 더디다는 뉴스를 구출작전 뉴스의 거의 맨 뒤(15번째)에 배치했고, MBC는 작전 동영상 소식을 톱으로 보도했으나 석 선장 상태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생명에 지장이 없다’→‘알려진 것과는 달리 상태가 심하다’→‘회복이 더디다’→‘위중하다’까지 점진적으로 상황이 악화된 것처럼 보도했지만 석 선장이 실제로 총상을 입은 순간부터 심각한 상태였으며, 왜 이렇게 잘못 알려졌는지에 대해서는 짚으려 하지 않고 있다.

노종면 위원장은 “첫날은 모르고 할 수 있지만 그다음부터는 인명 상태에 대한 보도가 최우선시 돼야 함에도 ‘삼호주얼리호가 어딜 가고 있는지’ ‘작전 영상’ 등에 밀려 뒷부분에 실리고 마는 수준이었다”며 “복부관통상이라는 발표를 들었으면 더 구체적으로 취재했어야 했다. 특파원이 현지에서 취재하고도 아이템을 비중 있게 보도하지 못한 편집상의 문제도 지적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의 한 중견기자가 쓴 일종의 ‘반성문’은 많은 기자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20년 넘게 신문사 밥을 먹고도 ‘(총상 입은 석해균 선장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한마디에 안심한 나는, 기자인가.” (김민아 경향신문 사회부장의 26일자 칼럼)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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