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대상 듣기평가 결과 공개되다 – 명·문칼럼(11)
때아닌 전 국민 듣기평가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시험의 보기는 1번 바이든 2번 날리면 3번 발리면 등이다.
최초 '바이든' 한 문항이던 것이 대통령실 홍보수석 김은혜에 의해 '날리면' 버전이 나오고 전 국정원장 박지원의 '발리면'이 등장하더니 계속 신종 버전이 나올 태세다.
사과 한마디면 간단히 끝날 일을 오히려 증폭시키면서 전국민 청력테스트를 하는 진풍경이 단시간에 종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처음엔 자신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국민의 힘은 대통령실의 강경모드에 발을 맞춰 MBC 때리기에 나섰다. 사전에 시험문제가 유출됐고 악의적 왜곡을 일삼는다며 그 주범으로 MBC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그 장면을 보면 국민의 힘이 과연 집권여당이 맞는지 도무지 헷갈린다. 야당시절의 행태를 되풀이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권성동은 MBC 앞에서 ‘방송 민영화’를 외쳤다. 국민들에게 방송을 돌려줘야 이번같은 MBC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국민들에게 방송을 돌려주는 길이 방송민영화라는 논리에 숨이 턱 막힌다.
안타깝게도 대통령실과 국민의 힘측 대응은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듣기평가 결과 성적표가 국힘 입장에서 보면 참담하기 때문이다. 75%가 넘는 국민이 대통령실과 국힘측 대처가 부적절 하다고 반응하고 있다. 대구 경북, 부울경의 민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의 발언에서 나온 용어가 ‘바이든’이 맞다고 답한 사람들도 60%를 넘는다.
최근 상황은 벌거숭이 임금님 우화를 불러낸다. 그 이야기에선 어른들은 침묵하는데 아이들만 임금님이 벌거숭이인 것을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전 국민이 우화속 아이들 처럼 이 사태에 대해 발언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 사안이 너무 단순명료해 재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실 주변과 국힘측은 여전히 여론몰이가 가능하다고 애써 믿는 것 같다. MBC를 협박 고립시키면 다른 언론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감싸고 돌 것이고 여론도 돌아설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일찍 물이 엎질러져 버렸다.
물을 엎지른 장본인은 윤석열이다. 그런데 본인이 물을 주워담기는 커녕 누가 물을 엎질렀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적반하장, 지록위마를 교육시키고 있으니 고사성어 교육이 별도로 필요없을 듯 하다. 그야말로 현장학습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 국민을 상대로 참으로 다양한 현장학습을 시키고 있다. 문제는 그 비용과 피로감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겨울엔 두툼한 외투를 준비해 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