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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청소년 기타 앙상블, 칸타빌레 연주회 관람기

김포대두 정왕룡 2008. 8. 11. 19:47

클래식 기타 선율로 빚은 푸른빛 꿈
-김포 청소년 기타 앙상블, 칸타빌레 연주회 관람기 -

 

 

‘클래식’이란 말은 아직도 우리에게는 낯선 영역에 속하는 용어일까?
클래식과 팝의 접목을 통해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한 열린 음악회가 시작된지 여러 해가 지났다. 그럼에도 아직 클래식은 나 같은 음악 문외한에겐 심리적 문턱이 높기만 하다.

 

그런데 ‘클래식 기타’ 연주회라면 어떨까?
대중음악의 가장 친숙한 도구인 ‘기타’에 클래식이란 말이 붙었을 때 왠지 낯설어 보이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통기타’ 음악에 익숙한 70, 80 세대라서 그런 것일까?

8월 9일 부천 경기 아트홀에서 열린 ‘여름방학 특선 청소년을 위한 기타 페스티벌’ 연주회장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엔 여러 가지 호기심이 잔뜩 묻어난다. 경기예고 내에 건립된 경기아트홀로 들어서는 통로에는 유명대학 교수들이 개설한 각종 여름음악 캠프 홍보자료가 게시되어 있다. 부천에서 열리는 각종 야외 실내 음악행사 안내벽보도 눈에 띤다.

 

시작 30분전에 들어선 연주회장 무대에서는 김포 청소년 기타 앙상블 ‘칸타빌레’의 막판 연습이 한창이었다. 오늘 아침 8시에 아이가 집에서 나섰으니 그야말로 종일 연습인 셈이다. 남주현 선생님이 객석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시며 큰 목소리로 지시를 한다.

 

   

학교에 다녀온 딸아이가 클래식 기타 강습 지원서를 들고 온 게 지난 4월이었다.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딸아이 손을 붙잡고 교습장소인 신곡중학교를 찾아서 남주현 선생님을 뵈었을 때 서글서글한 눈매에 참 온화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연주회를 앞둔 오늘 이 자리에서는 카리스마가 펄펄 넘쳐서 연주회 준비에 완전 몰입하신 모습이다. 다가가서 인사를 나누는 게 실례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후원 , 김포교육청 방과 후 학교 지원센터’
팸플릿 표지에 쓰여 있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딸아이가 클래식 기타를 배우게 된 것은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2003년 장기중학교에서 시작된 클래식 기타 프로그램은 2007년도엔 경기도 대표로 ‘전국 방과 후 학교 페스티벌’에 참여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렸다. 지금은 김포교육청에서 직영하고 김포관내 초·중·고생 약 40여명의 학생들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천오케스트라에서 주관하는 오늘 행사에서는 연주회 서두에 김포 청소년 기타 앙상블이 Canon, Clavelitos 두곡을 연주하게 된다.

 

‘기타를 손에 잡은 지 석 달밖에 안됐는데 연주회에 참가한다고?’
한 달 전에 아이를 통해 연주회 참가소식을 들었을 때 의아해 했었다. 비록 언니 오빠들 틈에 끼여서 오르는 무대지만 생전 기타라고는 손에 잡아본 적도 없는 아이였다. 연주회 일주일전에는, 학원 다녀야 하는 언니 오빠들 시간에 맞추느라 매일아침 6시 반에 졸린 눈으로 친구들과 함께 연습하러 나가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무대 위에서 언니 오빠들 틈에 끼여 리허설을 하고 있는 딸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씩 웃는다. 아직도 젖먹이 때 모습 그대로인 것 같은데 딸아이는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서 의젓한 모습으로 기타 줄을 뜯고 있다. 대견스러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기도 하다.

연주회가 시작되자 아름다운 선율이 실내를 감아 돌면서 나를 빨아들인다.


교향악 연주처럼 장중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락음악처럼 격렬함도 없다. 교회음악처럼 엄숙함도 없다. 처음에는 그저 잔잔하고 고요하고 아기자기하다. 어릴 적 할머니 팔베개에 기대어 들었던 자장가 선율 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에 울림이 느껴진다. 마치 클래식 기타만이 갖는 독특한 매력이 자랑이라도 하려는 양 다양한 주법을 선보이며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 클래식 기타는 ‘앙상블’이라는 이름에서 다가오는 느낌 그대로이다. 겸손함과 온화함속에 ‘조화’의 미덕이 잔잔히 묻어나는가 싶더니 격렬함 이상의 여운을 남기고 떠나갔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우리 아이가 기타를 접할 기회가 있었을까?’
연주회장을 빠져나오면서 스친 생각이다. 공교육의 정상화란 취지아래 시행된 이 프로그램의 긍정성이 현장 곳곳에서 뿌리내리는 모습을 딸아이의 경험을 통해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취미를 뛰어넘어 전문영역으로의 진입을 ‘방과 후 학교’로 감당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벽은 많은 것 같다. 문득 경기예고 게시판에 붙어있던 유명대학 교수들의 여름 음악캠프 안내문들이 스쳐 지나간다. 전문예고생들에게도 여름방학은 특별과외를 따로 받아야 하는 시간, 비용, 육체의 혹사기인 셈이다.

 

‘클래식이 비용부담의 껍질을 깨고 대중문화로 우리 주변에 정착되는 것은 언제쯤일까? 과연 우리사회에서 그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이런 저런 상념에 젖다보니 연주회장을 빠져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우면서도 무겁다.

 

오늘의 소중한 경험을 마련해주신 남주현 선생님과 칸타빌레 단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