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시작만 창대한 MB의 세종시 구상, 끝은 비참?-서영석

김포대두 정왕룡 2009. 11. 21. 17:31
시작만 창대한 MB의 세종시 구상, 끝은 비참?
(서프라이즈 / 서영석 (du0280) / 2009-11-19 15:42)



청와대의 '세종시 무력화 전략' 허실 분석
시작만 창대했을 뿐 그 끝은 비참해질 공산이 크다

(서프라이즈 / 서영석 / 2009-11-19)


좀 이상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이고는 있으나 노무현 정권의 세종시를 묵사발 내고, 거기에다 기업을 갖다 박겠다는 여권의 전략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듯 보인다. 이전 정권의 것이라면 뭐든 부정하고 싶은 저급한 감정이 그 촉발요인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나, 그것만을 위해 한나라당이 야당시절에 합의했던 세종시를 아예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청와대나 여권 핵심은 정운찬 총리를 끌어들이는 것과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기업도시로 전환시키려는 것을 패키지로 봤을 공산이 크다. 충청도 출신의 정운찬 총리를 끌어들일 때부터 이미 노무현 정권의 세종시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구상이 그 바탕에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마도 청와대나 여권 핵심은 정운찬 총리를 내세워 노무현 정권의 세종시를 무력화시키고, 기업도시로 전환시킴으로써, 정 총리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상시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런 여권 핵심의 의도는 정 총리와도 일정한 교감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정 총리가 세종시에 재벌기업들을 유치하려 적극 뛰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실 여부야 어떻든 이미 지금은 노무현 정권의 세종시를 성공적으로 무력화시키느냐,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 여부는 정 총리의 총리직은 물론 차기 후보로서의 명줄이 걸린 일이 돼 버렸다.

 

사실 여권 핵심의 이런 구상과 전략은 그렇게 나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우선 이런 구상을 했을 당시(즉 올 상반기)만 해도 세종시에 대한 여론은 노무현 정권의 원안(행정중심복합도시)에 대한 반대여론이 근소하게 높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무력화시키고, 재벌기업들의 공장 몇 개만 적당히 유치하면, 지역의 반대여론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볼만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렇게만 되면 박근혜 전 대표도 적당히 견제할 수 있을 터였다. 노무현 정권 당시 세종시 특별법에 여야 합의했을 때, 한나라당 대표는 박근혜였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의 세종시 무력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만 되면, 당시 원안의 입법에 합의했던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일정하게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청와대나 여권핵심부가 이번 일로 박근혜 전 대표를 죽이겠다거나, 죽일 수 있다고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이명박-박근혜 쌍두마차가 계속해서 차기 대권후보 1,2위를 휩쓸었던 것처럼, 정운찬-박근혜의 쌍두마차로 야권을 견제해 나가는 한편, 여권 내부에서도 정-박 두 사람의 경쟁관계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통치권 누수가 벌어지지 않도록 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일석이조의 전략이 될 수 있었을 것이며, 그런 선을 최선으로 봤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정권의 세종시를 무력화시키려는 뜻을 공개적으로 비치면서 여론이 반전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원안고수 및 플러스 알파' 의견을 밝히자 마치 기름을 부은 격이 돼버렸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반응이 너무 강경했다. 아마도 박 전 대표 측은, 정운찬의 총리 기용과 더불어 시작된 세종시 무력화 기도가 단순히 자신에 대한 견제 차원을 넘어선, 즉 자신에 대한 죽이기 시도로 봤던 것 같다.

 

이것은 지난 대선 전, 한나라당 내 경선 이후 쌓인 앙금이 직접적 원인이었을 것이다. 서로를 불신하는 상태에서는 약간의 위해만 가해도 사생결단의 승부수로 오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 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박근혜 전 대표를 총리로 기용하고 친박 진영을 적극적으로 전면에 내세웠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는 것이라지만,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그랬더라면 훨씬 나았을 공산이 크다. 촛불 정국의 덤터기는 '박근혜 총리'가 옴팍 뒤집어썼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의 속성은 '독식'이라고 했던가. 박근혜 쪽 인사들은 각종 감투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언론 용어로 박 전 대표를 한나라당 내 야당이라고 했지만, 실제 권력의 배분이란 측면에서 봐도 박 전 대표 측은 야당보다도 못한 신세라고 느꼈을 만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물론 그것이 지금은 보약이 된 격이지만 말이다.

사실 여권의 전략은 이 지점부터 빗나가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친이 쪽 인사들이 나와서 '국민투표' 운운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정면으로 반기를 든 이후 '노무현 세종시'는 원안 고수 플러스 알파가 더 힘을 얻고 있다. 여론이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앙정치에 눈이 어두워서인지 청와대나 여권 핵심이 미처 보지 못하고 있는 대목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전략은 중대한 허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행정기관 대신 대기업의 공장이나 계열사를 유치시킨다는 여권의 전략으로 인해 서울과 충청권을 제외한 온 지방이 난리다. 노무현 정권 당시 지방균형개발 정책에 따라 조성되고 있는 각 지역의 혁신도시들이 '기업도시 세종시'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어서다.

 

실제 지역민심은 심상치 않다. 한나라당까지 합의했던 특별법에 따라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가면 되는 것이지, 왜 이를 억지로 폐기시켜 다른 지역을 죽이려 드느냐는 것이다.

 

19일 자 지방지들을 봐도 그렇다.

충청 총리? 세종시 총리? (대구매일신문)
세종시에 구미공단 직격탄 (경북일보)
세종시 '빨대 효과' 반대 확산 (부산일보)
세종시 이전투구 가열 지자체·민심 분열 양상 (충청투데이)
원주 기업도시 조성 위축 우려 (강원도민일보)

지금 분위기를 살펴보면 사실상 한나라당의 텃밭 격인 대구-경북의 언론 논조가 가장 격앙돼 있다. 대구매일신문은 연일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바꾸려는 정부와 정운찬 총리를 성토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세종시를 무력화시키고 기업도시로 탈바꿈시키려면 세종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의 민심이 이처럼 격앙돼 있으면 그 지역 출신 의원들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야당의 결사적인 반대, 친박 진영의 반대 등에다 한나라당 텃밭의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법을 개정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얘기한다 해도, 국회에서 처리되기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내년에는 지방선거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온 지방이 들고 일어나는 세종시 문제를 강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정 총리 띄우기는 물 건너갔고, 어떻게 '똥물'에서 헤쳐나오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결국 '노무현 정권의 세종시' 무력화란 청와대 전략은 시작만 창대했을 뿐 그 끝은 쪽팔리기 짝이 없는 결과일 공산이 커졌다.


※ 그동안 프라이빗한 불운과 불행들이 겹쳐 활동이 좀 뜸했습니다. '유시민 프로젝트'도 재개됩니다. 그게 뭔지 궁금한 분은 http://blog.naver.com/sir0413/60091446526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그동안 메일 주셨던 분들은 내주 초 일괄적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cL) 서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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