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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록 시장 중심의 민선5기가 출범한지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간다. 새로운 체제가 출범하면 그 체제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한마디로 압축하여 제시하는 슬로건이 채택된다. 그리고 관공서는 물론이고 시내 곳곳, 가장 눈에 잘 띠는 곳에 그 내용들이 내걸린다. 시민들은 이것을 보고 시정의 지향하는 바를 짐작하게 된다.
요즘 시청건물을 비롯하여 관내 관공서에 가보면 가장 눈에 띠는 글씨가 있다.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크고 또렷한 글씨로 녹색바탕에 ‘지속가능한 창조도시’라는 슬로건이 여기저기 내걸려 있다. 이 글씨들 앞에 서면 , 마치 이 내용에 공감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위압적 느낌을 준다. 시청 앞부터 보건소까지 시민들이 편안한 느낌으로 대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된 간판정비 사업의 취지가 무색하게 정작 시청을 비롯한 관공서의 구호는 강하고 굵기만 하다.
하지만 불편한 시각적 이미지보다 더욱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그 내용의 애매모호함이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지속가능한 창조도시’라는 말이 너무 어렵다. 민선5기 유영록호가 출범한지 반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쯤 공무원들이 시정 슬로건의 이해도가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공무원들을 붙잡고 ‘지속가능한 창조도시’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보라면 알기 쉽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국어사전을 이리저리 들추어보면 그 뜻이야 대강 짐작은 하겠지만 시민들 가슴속을 파고들기에는 허전함의 크기가 상당하다.
왜 이런 구호가 나오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답해보기 전에 지난 시기 민선시장이 등장할 때마다 함께 나왔다 사라진 슬로건들을 떠올려보자. ‘내사랑 김포 (유정복), 축복의 땅 김포(김동식), 희망의 도시 도약하는 김포(강경구) 그리고 지속가능한 창조도시(유영록)’로 이어지고 있다. 한결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성이 강하다. 뜻이 명료하지 못하고 계몽적 냄새가 물씬 풍긴다. 시장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시민들도 따라오라는 지시마저 묻어난다.
필자는 시의원 재직당시 경기도 체전 개막식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경기도내 각 시군들이 입장할 때 들고 나온 구호들 중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문구들이 있다. ‘김연아의 도시(군포), 다산 실학의 고장(남양주), 고구려 정신이 있는 곳(구리), 다문화 고장(안산), 민통선 생태고장(연천)’등 지금도 기억에 또렷한 문구들이다. 외래어 사용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해피 수원’이라는 단순명쾌한 구호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입장행렬 속에 ‘희망의 도시, 도약하는 김포’라는 팻말을 들고 행진하는 김포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초라해 보이면서도 깊은 허전함이 배어나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경기체전에 다녀온 후 그해 행정사무 감사장에서 이때 받은 느낌을 중심으로 대안모색을 주문한 적이 있다. 또한 본회의장 자유발언을 통해서도 ‘한강하구도시 김포’의 브랜드명을 제안한 적도 있다.
김포라는 말 앞에 온갖 현란한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다 해서 그 내용이 김포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포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압축해야 한다. 시민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김포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양시키는 효과도 있어야 한다. 여기에 비로소 시정철학이 스며들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대 시장들이 내건 기존의 구호는 일방통행적이다. 관념과 주관의 극치를 달린다. 시민들의 정서적 공감대는 오간데 없고 계몽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통하는 시장’을 내세운 민선 5기에 들어서는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기를 원했는데 ‘지속가능한 창조도시’라는 말에서 여전히 그 틀을 못 벗어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이리 말들이 딱딱한가. 서정적이면 안 되는가.
요즘 김포 각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가을도시 김포의 모습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누렇게 황금벌판이 익은가 싶더니 추수한 들녘에 철새들이 날아와 주인행세를 한다. 억새와 갈대밭이 곳곳에 춤을 추며 늦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한강변에 나가봐라. 일산대교 김포대교에서 바라보는 가을의 석양은 괜스레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문수산, 혹은 애기봉에서 바라보는 조강일대의 가을 풍경은 왜 선조들이 이 지역을 하필이면 ‘조강’이라 불렀는지 상상을 해보게끔 한다. 덕포진을 산책하다 손돌 묘에 이르러 늦가을의 찬바람을 맞으며 손돌바람을 떠올리는 것은 어떤가?
갑자기 슬로건 이야기 하다 뜬금없이 가을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어볼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가을향기 묻어나는 도시 김포’라는 말이 역대 구호성 내용보다 얼마나 정감어리고 상상력을 자극하는지 생각해보길 제안한다. 21세기는 문화적 상상력의 시대라고 여러 사람이 이야기한다. 시정철학도 마찬가지다. 구호성 일방통행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시민의 정서에 공감하고 상상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시정은 금방 잊혀 버리는 시대다.
반년이 다되도록 아직껏 사우사거리 48국도 육교 변에 걸려있는 민선4기 구호 ‘희망의 도시 도약하는 김포’와 ‘지속가능한 창조도시’ 김포가 무엇이 다른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누가 이 부분에 대해 답해줄 사람이 있다면 찾아가서 설명을 듣고 싶다. 연락 좀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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