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 대표회 활동에 대한 이해(상)- 생강 이야기(1)
생강 이야기는 ‘생활정치강좌 이야기’의 줄임말로써 풀뿌리 단위의 지역활동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시리즈 기획물입니다.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국 산천 어디에 가나 아파트 천지입니다. 주택건설 촉진법에 근거한 공동주택 관리령은 주민자치 기구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어 대부분의 공동주택 단지에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를 (이하 입대회)두고 있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아파트에 살면서도 입대회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않고 있습니다. 생활에 바쁜 탓도 있고 왠지 그 일은 자신과 무관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은퇴를 하여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이 하는 일 같은 고정관념도 있습니다. 더불어 입대회가 하는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편견도 광범위합니다.
입대회는 한마디로 아파트 내에서 유일한 주민자치 법적 대표기구입니다. 노인회나 부녀회등은 일종의 임의기구로서 입대회의 통제아래 있습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부녀회와 입대회간에 권한과 위상을 놓고 상호충돌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법적근거가 뚜렷한 입대회 쪽으로 힘이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체 관리하는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아파트 들이 위탁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대회는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고 통제하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이외에 청소, 경비업체, 정화조 관리등 제반 관리업체 계약뿐만 아니라 알뜰시장이나 야시장 추진, 관리센타내 입주하는 보육시설 선정권등 생각이상으로 많은 힘이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입주 초기에는 하자보수등의 현안으로 시공업체와 긴장관계 속에서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주민의 권익수호 차원에서 방향을 잡아나가기도 합니다.
입대회는 보통 동대표들이 모여 구성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각 동의 대표를 전원 뽑아서 운영하는 일이 입주 초창기를 제외하고는 흔하지 않습니다. 상당수의 동들에서 동대표로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렵사리 과반수 이상의 동대표가 구성되면 입주자 대표회를 구성할 수 있어서 그 동대표들이 모여서 이사진을 구성하고 대표회장을 뽑게 됩니다. 보통 임기는 1년에서 2년이나 그 이상으로 장기집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우연한 상황에서 얼떨결에 1800 세대나 되는 대단지의 입주자 대표회장을 입주초기에 3년여간 맡아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별 생각없이 분양신청했던 아파트가 IMF 당시 업체 부도로 건설이 중단되었습니다. 이를 수습하는 주민대책위가 구성되어서 집회및 제반 활동을 할 때 한두번 도와 드린게 강한 인상을 주었던지 입주초기 제 의사와 상관없이 대표회장으로 추대되는 과분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역활동에 눈을 띠게 되었고 나중에 시의원에 출마할 때 든든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시의원 선거당시 대학 때 총학생회 활동했던 경력보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 경력을 전면에 내세웠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많은 분들이 아파트 대표회 활동을 해보길 권유드립니다. 특히 2014년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분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지역을 알아야 주민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파트 자치권력과 운영과정의 경험을 쌓아야만 합니다. 입대회 활동은 생각만큼 시간이 많이 소비되지는 않습니다. 아쉬운 점은 동대표 출마 자격요건이 자기소유 주택거주자로 한정되어 있어서 세입자에게는 기회가 열려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동대표의 경우 월 1회정도 정례회의가 열리는데 거기에 참여하여 보고를 받고 의결을 하면 됩니다. 동대표중에서 선출되는 총무이사나 관리이사등은 수시로 관리센터 직원들과 접촉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그보다 시간이 많이 소비됩니다. 대표회장의 경우엔 하기에 따라서 오히려 이사진보다 덜 바쁜 면도 있습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한창 생업에 바빴던 저같은 경우는 홈페이지를 통한 회의록과 예산공개를 통해 주민과 투명한 소통을 하는데 주력하였고 저녁이나 주말에 회의를 하여 업무를 처리하였습니다. 일상적 업무는 총무이사나 관리이사, 그리고 센터소장에게 과감히 위임하고 사후 결재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대단지이다 보니 알뜰시장 계약금액도 1억여원에 이르는 등 예산에 대한 관리면에서 투명성이 중요했습니다. 거의 속기록에 가까울 정도의 회의록 작성과 업무일지를 꼼꼼히 기록하고 그때 그때 관련사항을 전부 공개했던 것이 주민간의 신뢰를 쌓는데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아파트 입대회는 적어도 단지내에선 자치권력의 중심에 있는 대표기구입니다.
평소 지역현안에 무관심 하던 도의원이 의정활동 소식지를 배포 한다길래 관리센타에 지시해 배포금지를 지시했던 일도 있고 지역 국회의원이 의정보고회를 열겠다고 연락이 왔을 때 역시 똑같은 이유로 거절해서 애를 먹인 일도 있습니다.
바야흐로 생활정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저마다 지역속으로! 라는 구호를 외칩니다. 하지만 생활인들이 많은 현실에서 몸빵식 지역밀착 활동을 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지역생활 정치의 중심을 세워나가는 가장 유력한 방도가 아파트 입대회 활동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재 자기소유 아파트에 입주해 계신 경우라면 관리센터에 전화 걸어서 동대표 존재여부를 확인해보고 부재중이라면 위아래 라인 주민서명 받는 수고를 한번만 하신다면 생활정치 현장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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