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이 전국적으로 폭탄을 맞고 있다.
용인, 김해, 의정부, 인천등지의 경전철 관련뉴스가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한결같이 극도로 안 좋은 이야기들이다. 용인은 국제중재법원의 5천억원 지급판결에다 검찰수사까지 들어갔고 김해는 국민감사 추진소식이 들려오고 인천 은하레일은 부실시공 문제까지 겹쳐 완공해놓고 운행은커녕 철거논란까지 일고 있다.
용인, 김해, 인천의 경전철 논란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건설비보다 운영비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업추진의 근거가 된 운영수요 예측 용역안 데이터의 뻥튀기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운영주체가 전적으로 해당 지자체라는 점이다.
넷째로는 지자체장의 과도한 성과주의 욕망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국가시범 사업으로 추진된 김해경전철은 이점에서만은 예외다)
이러한 점은 김포라고 예외일 수가 없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만 김포의 경우 운영비 논란과 용역안 부풀리기는 그 내용의 심각성에 비해 시민들의 관심사 밖이었다. 그간 중.경전철 논란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위 ‘유-유 합의안’으로 불리는 현재의 김포 경전철안이 정확한 용역조차 실시안한 채 추진되는 어정쩡한 야합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지금부터라도 돋보기를 들이대고 김포 경전철안에 대해 정확한 시민검증이 필요할 때다. 이런 점에서 김해와 용인의 경우는 우리가 철저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다.
먼저 서울신문의 자료를 통해 용인의 경우를 들여다보자.
용인시는 경전철 도입을 추진하면서 한국교통 연구원이 수행한 하루예상 이용객 연구용역 결과를 기준으로 ㈜용인 경전철과 30년 손실보전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09년 7월 하루 예상 이용객이 14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재정악화를 우려한 용인시의회가 경전철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 경기개발연구원에 같은 내용의 연구를 다시 의뢰한 결과, 하루 이용객은 최대 3만 2000명에서 최소 1만 명에 그칠 것으로 파악됐다. 무려 10만 명 이상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문제는 MRG라 불리는 최소운영수입 보장 장치다. 예상수요가 90% 미만일시 그 차액을 해당 지자체가 보전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용인시는 손실보전 협약에 따라 연간 850억원씩 30년간 2조 5000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부담을 느낀 용인시는 시설인수를 거부하면서 버티었지만 국재중재법원의 판결에 따라 5159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배상금 부담판결을 받았다. 현재 이와는 별도로 매일 6,600만원의 이자액을 물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초에는 4천억원 규모의 추가소송 판결이 예정되어 있다. 전국 최초로 지자체 파산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적자철이라 불리는 김해 경전철도 마찬가지다. 1992년 정부시범사업으로 추진된 부산~김해 경전철은 1999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을 통해 개통 첫 해 하루 29만 2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로 지난 9월 17일 개통 뒤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3만 1000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초 시가 예상한 수요예측치의 20%인 하루 3만 5천명에도 모자라는 수치다. 이에 따라, 김해시가 당초 예측한 MRG 부담액도 다소 늘어나 내년에는 355억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며, 20년 평균 약 735억원의 MRG 부담이 예상된다.
김해시의 한 해 가용예산은 1000억 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경전철 운영에 7백억원을 쏟아 붓고 나면 다른 사업 추진은 꿈도 못 꿀 형편이다. 시는 이같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까지 하루 이용 승객을 5만 명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에 반응은 부정적이다. 결국 김해시는 MRG 기준을 낮추는 것으로는 대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급기야 도시철도법을 개정해 정부가 MRG의 절반 정도를 부담하거나, 인천공항철도와 같이 부산-김해경전철을 정부가 직접 인수, 운영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애당초 정부 시범사업으로 추진되었으니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이제 김포의 경우를 들여다보자.
당초 김포는 민자유치를 기본으로 한 타 지자체에 비해 신도시 개발로 인한 1조원 가량의 교통분담금이 기본비용을 뒷받침하고 있어 부담이 덜 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거듭된 번복과 시간지연으로 인한 물가상승, 제반 소모적 비용지출 등으로 그 의미가 반감된 상태다. 또한 위 사례에서 보듯이 문제의 초점은 건설비 문제가 아니라 현실과 판이한 뻥튀기 운영수요 예측이다. 건설비와 운영비는 별개의 것으로 다가가 검증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전 구간 지하철 시공으로 인한 비용증가 요인에다 김포역시 5천여억원의 자체부담 건설비용을 수년간의 지방세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재정상황이 녹록치 않다.
김포시의 현 데이터는 9호선 직결 무산 뒤 서둘러 추진한 중간전철 용역안의 산물이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유-유 합의’에 의해 다시 경전철로, 그것도 2량 역사를 기본으로 하되 3량 혹은 4량 추진이라는 애매모호한 변경안이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다. 한마디로 ‘유-유 합의안’은 정확한 추가 용역 없이 나온 데이터다. 그만큼 졸속 데이터의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시의 입장을 김포마루를 통해 살펴보자. 시에서는 일일 이용객을 88,257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간 운영비는 250억원, 수입은 150억원으로, 연간 적자폭을 100억원으로 상당히 낙관적인 예상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김해와 용인에서 보듯이 실제 상황은 용역안의 10%대에 승객수가 머물고 있는 사례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김포 역시 이를 비켜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수많은 논란의 와중에서 여러 차례 졸속변경을 통해 누더기가 되어버린 데이터가 아닌가.
또한 인구 백만 명에다 에버랜드를 끼고 있는 용인과, 이미 50만을 넘어섰고 노선상에 대학이 4개나 있는 김해에 비해 김포는 2021년에도 40만 명에 불과하며 향후 유동인구 흡입에 커다란 변수가 없다. 여기에 역사 수 및 거리를 비교해보면 용인 18킬로에 15개 정거장, 김해 23킬로에 21개 정거장인데 비해 김포는 23킬로 8개 정거장에 불과하다. 반면에 노선은 가장 단순하다. 이용객 흡수요인이 훨씬 떨어질 것이라는 점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타 지자체가 그러했던 것처럼 부실용역을 토대로 단체장의 무지와 욕심에 따라 경전철 사업이 강행될 시 김포가 겪게 될 예상모습이 만만치가 않다.
김포 경전철 추진의 가장 큰 문제는 그렇게 말 많고 탈 많은 기본 용역안 조차 없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8월 발표된 중간전철 4량 역사 추진안이 ‘유-유 합의안’으로 굴절되면서 기본 용역안조차 없는 정체불명의 도시철도안이 되어버렸다. 두 번째 큰 문제는 경기도나 국가차원의 지원책 등 제도적 안전장치가 전혀 없이 김포가 모든 것을 떠안아야 하는 계획이라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입안권자는 경기도라는 이중적 모순을 갖고 있다. 김포 철도의 기능이 지역 내 순환역할이 기본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서울과의 접근성이 가장 큰 역할이라는 점에서 김포같이 왜소한 지자체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다. 분명 신도시 건설은 국책사업인데 그 중심현안인 철도는 김포소관이라는 모순 고리를 풀지 않고서는 해법이 없다.
세 번째 문제점은 시행과정에서 추가비용 상승요인이 널려있다는 점이다. 당장 4량 역사 추진으로 인한 추가비용이 5백억원 안팎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향후 운영과정에서 위탁사업 응모자를 모집할 때 김포시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네 번째로는 건설해놓고도 편의성, 접근성, 수익성 등 그 어느 면에서도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는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상으로 열거한 것보다 가장 큰 염려는 용인이나 김해처럼 적자철이 되어 시 재정을 파산으로 몰아넣는 주범이 될 가능성이다. 이것은 별도의 연구를 거치지 않고, 그간의 무수한 용역안 사례를 바탕으로 직관적 추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 크다.
급할수록 천천히 돌아가라 했다. 시장의 허황된 공약으로 이왕 늦어진 사업이다. 이제부터라도 용역에 대한 면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경전철 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한 용인시의회의 사례는 참조할 만하다. 경전철 백지화를 포함한 근본적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라는 생각이 밀려든다. 어찌 보면 김포 경전철에 대한 실질적 논쟁은 이제부터 본격적 단계에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단상및 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포도시철도, 국가책임으로 풀어야 한다. (0) | 2011.11.20 |
---|---|
새터민 젊은 친구들과의 만남 (0) | 2011.11.15 |
김포 중봉문화예술제 (0) | 2011.10.17 |
김포할매두부를 아시나요? (0) | 2011.10.17 |
유정복 의원의 지방자치 인식유감 (0) | 2011.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