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참으로 오랜만에 흑석동엘 갔다. 후배들 동아리 창립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대학생활 10여년 동안 동아리 활동은 딱 두가지를 한것 같다. 둘 다 기독교 동아리였다. 입학하자마자 본능적으로 가입해 활동했던 '기독학생 연합회'는 캠퍼스내 최대의 종교동아리였다. 하지만 적응하기가 참 어려웠다. 동기들의 우애와 교류가 없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회원들의 진실함과 순수함(?)에도 불구하고 경건주의와 복음주의 일변도인 분위기에서 사회참여를 단죄하기까지 하는 분위기가 참 힘들었다. 군 제대후 복학했을때도 그래도 다시 활동을 했지만 결국 문을 나서고 말았다.
어수선한 시국속에서 끊임없이 나의 내부에서 던져진 질문, '예수의 이웃사랑은 과연 교회안에서만 존재하는가?' 라는 답을 나는 결국 길거리에서 찾았던 것 같다. 소위 학생운동에 군 제대후 늦깎이로 합류하면서 조금씩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다가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복판 중심에 서 버렸다.
그러면서도 사회과학으로 다져지는 학습의 허전함은 나의 한 구석에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총학생회로 한 후배가 찾아왔다. 학과 후배들과 몇차례 실천적 신앙을 고민하면서 소모임을 하고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후배였다. 그래서 몇명이서 얼기 설기 모임을 시작했다.
'고백 공동체'라 이름을 지었다.
나찌치하에서 히틀러 암살음모에까지 가담했다가 결국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독일 신학자 본 회퍼의 교회이름을 딴 것이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소식을 듣고 찾아 온 후배들이 여럿 되었다.
캠퍼스 내에서 공간을 찾아 예배를 드리고 기도도 하고 성경도 보고 학습도 같이하고...
농활도 가고..집회에도 적극 참여하고....나중에는 정식 동아리에 등록하여 공간도 배정받고 나름 왕성하게 활동했던 것 같다. 계속되는 격무로 시달릴때도 총학생회실을 벗어나 동아리방에 가면 고향에 온것 처럼 푸근하기만 했다.
하지만 동아리의 특수성이었을까? 아니면 시대적 흐름탓이었을까?
점점 적어지는 신입생 숫자에 동아리의 명맥조차 끊이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뒤로 하면서 캠퍼스를 떠나왔는데...
그간 넷상에서 소식만 주고받가가 몇년동안 모임에 안가다가 오랜만에 찾아갔는데...
뜻밖의 친구들을 만났다.
새터민 출신 젊은 친구들이 여럿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상황을 알아보니...
어렵게 대학에 들어와서도 적응을 못하고 학업을 그만두는 새터민 출신 학생들이 있어서 그들에게 학습면에서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십시일반으로 시행했는데 알음 알음 소문이 퍼지면서 이제는 예비 대학생들에게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타 캠퍼스 출신들까지 같이 연결되어 범새터민 출신학생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신앙인도 있고 비신앙인도 있지만 서로 스킨십을 나누면서 알게 모르게 남한생활 적응에 많은 동력을 얻고있는 듯 보였다.
앞자리에 앉은 똘망 똘망한 여학생에게 고향을 물어보니 두만강 인근이라고 한다. 3년전에 떠나왔다고 한다. 옆의 친구는 함경도 청진이 고향이라고 한다. 나의 선입견일까? 아직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이들에게 통일이란 화두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바로 전날 김포에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을 모시고 진행한 통일주제 강연회가 떠올랐다.
남과 북이 언젠가 긴장이 완화되면 이 젊은 친구들이 양쪽의 중요한 가교역할을 해야 할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성공적으로 잘 적응해야 할텐데!
이들이 재일동포 2세 3세처럼 자기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면 안될텐데!
대화를 나누며 여러가지 생각이 밀려오고 밀려갔다.
그래도 끊일듯 끊일듯 끊어지지 않는 동아리의 명맥이 이런 방향으로 다시 활력을 찾아나가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정작 대학에 들어오게 되면 일정이상의 학점을 유지해야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탈락하여 학업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농반 진반 삼아 '만일 국회에 들어가면 관련법 조항을 검토해보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20여년의 세월이 흘러간 지금.
시대와 상황이 변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꿈틀거리는 역사의 힘을 대하며 모임 장소를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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