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솔로몬 법정 어머니의 심정으로 서다-난민조례 재의에 부쳐

김포대두 정왕룡 2015. 9. 19. 08:48



*난민조례 재의에 부쳐 - 정왕룡

 

존경하는 유영근 의장님. 동료의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배석하신 유영록 시장님을 비롯한 공직자 여러분.

 

오늘 저는 솔로몬의 법정에 나온 엄마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난민조례라는 아이를 길러 김포시의회 심사를 거쳐 김포시에 전입신고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김포시에 입적을 하게되면 장래 김포시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시 살림도 거덜나게 할것이라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저는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그게 아니라고 설명하였으나 힘에 부쳤습니다. 급기야는 경기도에서 이 아이의 양육지원 범위를 너무 과도하게 잡았다며 재의를 요구했고 김포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 기대어 시의회에 넘겨버렸습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에서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음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이 아이에 대한 재의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더많은 분들의 신원보증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아이가 장래 김포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지 시의회내에 의견공감대가 충분히 형성이 되고있질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표결까지 가서 시의회의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갈등유발 아이콘으로 이 아이의 이름이 출발부터 낙인찍히는 것을 저는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축복속에 새식구가 되지 못할바엔 이 아이를 붙잡지 않고 편안하게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안합니다.

이 아이를 김포시의회 조례명부에서 지워주십시오. 이 아이의 이름을 지워버리는 것이 이 아이를 살리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아이는 더 이상 제가 기를 자식이 아님을 선언합니다. 훗날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법률적 뒷받침이 보완된다면 저는 다시 이 아이를 데려올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이 아이를 호적에서 지운채 식민지 시대 만주벌판을 헤매던 우리 아이들처럼, 한국전쟁 당시 산야를 헤매던 전쟁고아들처럼, 광야에서 스스로 유랑하며 자생하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존경하는 유영근 의장님. 그리고 동료의원 여러분.

저는 다음 회기에 경기도에서 요구하는 규격에 맞춘 KS 마크가 찍힌 또 다른 아이를 데려올 것입니다. 비록 실효성에 논란이 있고 상징성에 불과한 허전함이 있지만 이번에는 의원 여러분들의 협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여전히 김포시의회가 소속을 떠나 품격있고 인도주의 정신이 넘치는 아시아의 모범이 되는 지방의회임을 알리는데 의원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특히 유영근 의장님. 저는 글렌데일 시티를 방문하여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고 돌아와 지역신문에 기고하신 글을 감동깊게 읽었습니다.

 

그 내용중 결론 부분을 옮겨봅니다.

<어느 나라건 지난 과거는 있기 마련이다. 국가의 과거는 그 나라의 역사임은 틀림없다. 역사를 부인하고 왜곡한다면 희망과 미래가 없는 국가이다. 위안부를 비롯하여 강제징용, 강제노역을 부정하는 일본은 과거로부터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다.>

 

중간 부분의 글도 잊을 수 없습니다.

<글렌데일시의 시의원은 5명이다. 소녀상을 건립할 당시 4명의 의원은 찬성, 1명은 반대했다. 다음해 치러진 선거에서 역사의식이 부족한 현역의원 1명만 낙선한 것은 사필귀정이고 당연한 결과라 강조하기도 하였다>

저는 역사의식을 강조한 이 글에서 커다란 감명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는 만치 우리가 걸어온 식민의 아픔, 세계 곳곳을 유랑한 난민의 역사, 국제적 도움으로 일어선 전후 상황등 우리역사의 아픔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을 감히 말씀 드립니다. 그게 바로 참 역사의식입니다.

 

존경하는 유영록 시장님.

평화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김포시가 난민조례라는 아이가 내버려지는데 수수방관 했거나 여론의 눈치를 봤다는 비판을 피할수 없는 현실을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글렌데일 시티에 가서 위안부 소녀상앞에 헌화하고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고 한민족 난민수난의 역사에 공감하는 글렌데일 시민에게 감사를 표하는 그 시간에 김포시 난민조례는 좌초되어 버렸습니다. 향후 새롭게 입양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평화문화도시에 걸맞는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문연호 부시장님.

시장님을 대신하여 난민조례 재의요구안 회부심사를 진행하셨습니다. 회의록을 보니 10초 남짓하는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빅데이터에 몰입하셨던 열정의 천분의 1만이라도 이 사안에 관심을 기울이셨다면 선한 사마리아인의 본보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제게 쓴소리와 채찍을 아끼지 않으셨던 시민 여러분, 그리고 일부 언론인 여러분들께도 말씀 드립니다. 사전 공감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죄송함을 전하면서도 차분한 토론과 진지한 경청없이 여론몰이로 이 사안을 재단하려 하셨다는 아쉬움을 전합니다. 소통은 쌍방향 성격의 단어입니다.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만큼 지역사회 내부에서 자신들의 소통노력이 얼마나 진지하게 진행되었는지 함께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향후 수정안에 대해서는 진지한 소통과 토론을 원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정리할까 합니다.

오늘 시의원 여러분들이 만장일치로 토론없이 이 사안을 부결시킨다 하더라도 저는 거기에 함께 동참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발의한 조례를 제가 부정하는 이중적 행동에 대한 비판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저의 모순된 행동이 김포시의회 단합과 품격을 높이고 향후 보다 진전된 관련 제안이 다시 나오길 기대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