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무호남시무국가 (若無湖南是無國家)-‘만일 호남이 없다면 국가 또한 없다’
이순신이 1593년 7월경 전란중에 지인에게 보낸 서신중에 표현된 글귀입니다. 이 내용은 지역에서 호남과 관련된 행사장에 가면 자주 거론되곤 하는 어록이기도 합니다. 주로 정치인들이나 지역 유지들이 축사를 할 때 덕담으로 줄곧 인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주말 김포시 솔터 운동장에서 열린 호남향우회 행사 때도 이 구절은 어김없이 축사에 등장했습니다.
주로 이 말을 인용하는 분들은 호남인들이 아닌 현지 유력자들이나 정치인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호남출신 분들은 다른 지역출신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이 말을 쓰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자칫 자기과시용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과거 ‘전라도 깽깽이’라는 비속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남’이라는 두 글자가 가져다 주는 역사의 굴레는 여전히 호남인들에게는 강한 잔상이 남아 있다는 생각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을 배출하고 영남출신 대통령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정부 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많은 호남인들은 자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 문을 열어젖혀도 지역주의 뿌리는 2022년 10월 현재도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견고하다는 생각입니다.
김포지역은 이러한 지역주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출신과 고향 구분없이 함께 어우러지는 디아스포라 도시로 발돋음 하려는 몸짓을 여러해 전부터 계속해 왔습니다. 전국 최초라고 이야기하는 ‘디아스포라 축제’나 ‘김포 향우회 전국연대’ 결성이 그러한 사례 중 하나 일 것입니다.
김포에서 3년 만에 열리는 호남 향우회 체육대회엔 충청 강원 영남 이북도민회 등 타지역 향우회 대표들도 함께 했습니다. 이분들은 김포 향우회 전국연대의 임원들이기도 합니다. 김포가 그야말로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롤 모델로 우뚝 서나가는 데 든든한 받침대 역할을 하는 일꾼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김포와 호남은 역사적으로 남다른 인연이 있기도 합니다. 임진왜란 당시 김포출신 의병장 조헌이 7백 의병과 함께 금산전투에서 왜군의 호남진출을 죽음으로 막아냈던 사실이 떠오릅니다. 언젠가는 ‘약무호남’이란 말과 함께 ‘약무김포’ 버전도 사람들 속에 회자되어 김포시민의 자존감 형성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을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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