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별장에서 -누리네 동해안 ‘후다닥’ 여행기(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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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룡 시민기자 kd6010@hanmail.n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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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 김일성 별장 앞 안내문 앞에 섰다. 공식명칭은 ‘화진포의 성’이다. 외국인 선교사가 서구풍의 별장으로 건축했던 것을 해방 후 김일성 가족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화진포는 유명인들의 별장들이 많다. 바로 옆에 이기붕 별장이 있고 그 너머에 이승만 별장이 있다. 그야말로 별장의 천국이다. 이승만 별장이 호숫가에 위치해 있는 반면 김일성 별장은 바닷가 절벽위에 자리 잡고 있다.
당시에는 사병들뿐만 아니라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이었던 이곳이 이제는 새로운 단장을 하고 관광지로서 거듭나고 있다. 올라올 때 보았던 ‘가을동화’ 촬영지 팻말은 세월의 변화를 실감나게 한다. ‘김일성’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에다 ‘화진포 별장’이라는 수려한 이미지가 같이 얹혀졌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이미지가 함께 어우러져 묘한 마력을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앞뒤로 끊이지 않는다.
김정일이 동생과 함께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는 자리에 앉아 보았다. “아빠, 빨리 올라 와” 딸아이가 위에서 소리친다. 아이는 그냥 바다가 좋은가 보다. 하긴 아이에게는 김일성이라는 이름도 김정일 이라는 이름도 한낮 자연인의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그 나이에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김일성’이라는 구호를 숱하게 외치며 자라난 아빠 세대의 정서가 아이에게는 낯선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다. 언덕벼랑가로 둘러쳐진 해안가 철책은 여전히 바다와 나를 가로막는다. 20여전에 제대를 앞두고 이 부근에 투입되어 직접 설치했던 것들이다. “아빠가 저 철조망을 설치했어. 알아?” “피이, 거짓말. 그걸 어떻게 믿어?” “저기 보이는 섬이 거북섬이야. 거북이 모양을 닮았지? 아빠가 군시절 매복을 서던 곳이야” “아빠, 나는 거북선은 알아도 거북섬은 알고 싶지 않아” “잘 쳐다봐. 거북이 닮았지 않아?” “글쎄 나는 거북선밖에 모른다니까?” 딸아이는 아빠의 말을 한사코 들으려 하지 않는다. 자기가 자연스럽게 알아도 알걸 주입하려 하지 말라는 뜻인지 그냥 ‘거북선 타령’이다. 아빠의 말을 한순간에 눌러버린 이순신 장군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장 내부 전시관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국민학교 시절 숱하게 봐왔던 반공자료들과 구호였다. 북한군의 훈련모습 사진위에 붙여진 글씨는 외국인을 의식했음인지 친절하게 영문으로 ‘Nothing Has Changed At All.’이라고 쓰여져 있기까지 하다. ‘왜 이런 자료들로 여기를 꾸며 놓았을까? 화진포 주변의 토속적인 민속자료를 모아놓았으면 더할나위 없었겠는데’ 마치 반공전시관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김일성 별장을 관광지로 개발한 아이디어까진 좋았으나 전시관 내부의 볼거리는 조악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다. 주변 관광객들의 표정 역시 나이를 떠나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무언가 화진포만의 특이한 풍물거리를 기대하고 왔는데 ‘김일성’이라는 이름 하나에 조명을 맞추어 온통 빨간색으로 도배질을 해버렸으니 상상력의 빈곤이 그대로 느껴진다. 답답한 심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호수 건너편에 이승만 별장이 눈에 들어온다. ‘김일성과 이승만’. 해방공간 남과 북의 권력자로 군림하며 격동과 대결의 한 시대를 풍미하다 살다 간 사람들이 별장의 이름으로 호수를 마주보고 서있다. 안타깝게도 화진포의 아름다운 풍광도 분단의 긴장을 비켜가고 있지는 못하다. 아직도 남과 북이 하나되는 길의 여정은 멀기만 한가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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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0월 04일 13:03:46 / 수정 : 2005년 10월 04일
13:06: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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