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문화재인가, 혐오묘지인가?

김포대두 정왕룡 2008. 2. 29. 23:41
 

*문화재인가, 혐오묘지인가?*


27일 오후 2시에 의회 상담실에서 조촐하지만 긴장된 분위기의 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고촌 현대 입주자 동호회 주민들과 시청 문화예술과, 도시계획과 직원들 사이에 고촌 남원윤씨 종중 묘역 문화재 지정건으로 인한 논란이 간담회의 중심 주제였습니다.


지난 14일에 김포시 향토유적 보호위원회는 문화재 심의대상 두 건을 문화재로 지정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고촌의 남원윤씨 종중 묘역이었습니다. 그 당시 심의위원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였던 저는 향후 예상되는 주민 민원에 대한 대책을 면밀히 세울 것을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요지의 발언을 말미에 하였습니다.


“오늘 통과가 확실시 되는 남원윤씨 종중 묘역은 현대 아파트 입주민들의 집중민원 대상이다. 주민들은 이 지역에 근린공원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고있다. 문화예술과등 담당부서는 이 사안이 오늘 여기에서 결정 나는 것으로 종결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타 위원들이야  결정하고 나면 한시름 놓겠지만 주민들의 민원을 챙겨야 하는 시의원의 입장으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럽다. 시청에서는 주민들의 민원내용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고 남원 윤씨 문중에서 제시한 향후 계획에 대한 엄밀한 확인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저의 우려는 그대로 들어맞아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일전에 저를 방문하여 사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점에 대해 항의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후속대책으로 27일, 해당부서직원들과 간담회가 이루어 진 것입니다. 26일 오후에는 남원윤씨 문중 소속 주민께서 찾아오셔서 ‘아파트 부지로 문중 땅 일부를 양보한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조상묘까지 시비를 거느냐’며 ‘단호한 대처 의지’를 밝히고 갔습니다.


이 문제의 근원을 살펴보자면 조선시대로 거슬러 갑니다.  조선 중기 남원 윤씨 문중에서 4년에 걸쳐 무려 5형제가 잇달아 과거에 급제해 장안에 화제가 되었다 합니다. 그후 문중에서는 이를 자랑스러워 하였고  그 일대에 5사람을 중심으로 수십기의 문중 묘역이 조성되고  인근 해당마을도 이를 기념해 지금까지 ‘오룡마을’로 불리워지고 있습니다.


심의결과에 전문적 조언을 하였던 경기도 문화재 위원들은 “지금으로 말하면 5형제가 사법고시를 연달아 패스한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조선시대에도 그 사례가 희귀한 경우다. 오늘날과 같이 교육열이 뜨거운 분위기에서 여기에 담긴 무형의 스토리를 살리는 것도 문화재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지정에 찬성하였고 결국 이 방향으로 결정이 난 것입니다.


하지만 4월 입주를 앞둔 현대 아파트 주민들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일단 남원 윤씨 묘역이 문화재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과도하게 부풀려진 면이 다분하다는 것이었고 거기에다 시장이 주민들에게 약속한 근린공원 조성이 물거품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27일의 간담회는 그만큼 뜨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현대 입주예정 주민들은 시장의 공원조성 약속이행을 촉구하였고 문화유적 지정으로 말미암아 근린공원 조성은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닌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문화예술과측에서는 유적지정의 당위성을 적극 설명하였지만 주민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문화재 지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문화재 전문위원들과 주민들간의 만남을 주선하기로 하는 한편, 남원윤씨 종중측의 향후 유적지 조성계획 구체안 질의, 근린공원내에 유적지 지정의 법적 타당성 여부 주민회신등 3가지를 주민들에게 약속하고 이날 1차모임을 종결지었습니다.


“과장님이라면 6억이 넘는 돈을 들여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바로 옆에 묘지가 있다면 가만있겠어요?”


문화예술과장에게 강경한 어조로 따져묻던 주민대표분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결정이나 집행권한이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러한 만남을 주선하고 조정하는 일이 주된 일인지라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돌아가시는 주민들에게 이러한 말씀을 드렸는데 활짝 웃으십니다. 그래도 일전의 첫 번째 방문 때 보다는 많이 누그러진 표정들이십니다. 이날 간담회 도중 상호소통이 안되어 목소리가 높아질 때 마다 주민들의 입장을 요약하여 담당직원들에게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깔끔히 진행하였더니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다른 분들처럼 핏대 세우며 목소리 높이고 주민들에게 박수받는 거 안하고 싶겠어요? 하지만 시의원이 때로는 자기의견을 죽이고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조정자 역할을 고집스럽게 해야하는 때가 있다고 봅니다. 시의원마저 교육청을 적대시해버리면 실낱같은 해결 실마리마저 포기해버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제 모습은 끝까지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해법을 찾는게 차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신곡중 개교문제로 고촌현대 주민들이 교육청 직원들과 날카로운 설전을 벌일 때 중간자적 입장으로 비쳐진 저의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던 한 주민에게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교육청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적극 비판하면서도 중재자의 위치를 고수하였던 저의 태도가 결과적으로 얼마나 옳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올 3월에,  구 고촌초교 부지에 임시개교하기로 해법이 도출되어 그런대로 주민들이 만족하는 해법이 나오게 된 데 일정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남원윤씨 종중묘역 문화재 지정사태도 이러한 관점에서 주민과 문중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오도록 쉽지는 않지만 적극 노력을 해봐야 할것 같습니다.


‘풍무동과 고촌면’

김포의 대표적인 민원발생 지역입니다. 산 하나를 넘었다 싶으면 다시 나타나는 산들이 보입니다. 그야말로 산넘어 산입니다. 그래도 하나 하나 회피하지 않고 부딪히다보니 어느새 근력이 붙고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기초의원의 권한이란 게 아직 보잘 것 없는 상태이지만 더욱 더 현장속으로 파고들어 주민속에서 풀뿌리의 힘을 함께 느껴보고 싶다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곧 봄이 오면 김포들판에도 겨울을 이겨낸 풀뿌리들이 파릇 파릇 새싹들을 대지위로 밀어 올리는 모습을 볼 것입니다.  낮에 길가다가 차를 잠시 멈추고 풀뿌리들의 풀잎사랑 마음을 본받자고 다짐해보며 두주먹 불끈쥐고 김포들판을 힘차게 응시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