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가진거라곤 몸 하나 뿐인데..........

김포대두 정왕룡 2008. 3. 9. 22:23
 

 


“아니 정의원이 간수치가 높다면 그럼 술에 쩔어사는 우린 뭐냐고요~~~~~~~~”

93회 임시회가 진행되고 있는 지난 주, 휴식시간에 한 동료의원이 저에게 던진 말이었습니다. 보건소에서 시의원들을 대상으로 피검사를 하였는데 그 결과가 일주일만에 나왔습니다. 복부비만이야 앞으로 운동으로 처방하면 된다지만 기준치를 뛰어넘는 간수치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평소 제가 금연은 물론이고 술을 안마신다는 것을 알고있는 보건소장님도 갸우뚱 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경우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좀더 정밀진단을 해보자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을 편히하고 과로 하지 말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다행히도 가슴에 통증이 느껴져 찍어보았던 엑스레이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역시 스트레스가 원인인가 봅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시내병원에서 임시회기가 끝나는데로 종합검진을 받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위장, 시력, 다리 ’

누구 못지않게 가장 자신있는 3대 신체기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위장은 대학시절 학생회 활동하면서 망가져 버렸습니다. 위통을 참다못해 학생처의 주선으로 대학병원에 내시경 검진 받으러 갔다가 진찰은 커녕 그앞에 잠복대기하던 형사들에게 체포되어 구속되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제가 체포구속되자 ‘학생회 대표가 자기 몸 관리하나 제대로 못해 중요한 시기에 경솔하게 구속되어 버린 사태’에 비판을 하던 대학신문의 논평이 기억납니다.

  

‘다리’는 학원강사 시절, 효창구장에서 선생들끼리 친선 축구시합 하던 중 잘못 넘어져 왼쪽 발목이 부스러지면서 대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군대 시절 구보측정하면 일등하고 행군하면 항상 씩씩하게 앞장서던 나였습니다. 순간적 근력은 몰라도 지구력 하나만은 자신있다며 큰소리 치던 자신감에는 두 다리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술받은 후 그 다리도 나의 자신감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2.0, 2.0  양쪽 합치면 4.0...

제 시력의 수치입니다. 신체검사 때 시력측정 할라치면 제일 아래 작은 글자까지 예외없이 맞추어 측정관이 번번이 혀를 내두르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재작년부터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하더니 근시현상이 생기는 듯 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이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갈수록 이 현상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안경을 쓰는 일이 있을라구?’

예전에는 안경은 나와 무관하리라 생각했는데 이러다가는 진짜 나이들면 안경을 써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 하나가 재산의 전부인 제가 만일 몸이 탈나버린다면 어쩌지? 이 생각을 하면서 하루종일 소심함에 젖어보기도 했습니다.


시립도서관장님의 갑작스런 사망소식, 성의원님의 병원입원, 장과장님의 병환소식등 요즘 한꺼번에 밀려오는 안좋은 소식들은 건강만은 천하무적의 존재가 없다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스트레스가 가장 큰 적이라는데 이제는 스트레스 이 녀석도 친구처럼 데리고 노는 법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에 스트레스를 멀리하기는 불가능 한 법, 내 안과 밖 곳곳에 이 녀석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고 함께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연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몸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민족해방 투쟁전선에서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끊임없이 가꾸고 정진하며 큰뜻으로 쓰임받을 날을 준비하자’

바보같이 병원앞에서 끌려갔던 일을 반성하며 감옥에서 나올 때 다짐했던 말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때처럼 거창한 다짐이나 각오를 다질 기백도 없고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다만 나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가족등 주변사람들에게 민폐 안끼치도록, 그리고 최소한 나에게 주어진 일은 제대로 하기에 부족함 없는 몸을 가꾸는 것은 삶의 기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흔 다섯해를 살아오는 동안 나를 지탱해준 몸에게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냥 무한정 넘쳐나는 에너지의 근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몸을 굴려왔다는 사실에 안쓰러움이 느껴집니다.


“워낙 건강체질이라 잔병은 안걸리지만 몸만 믿고 제대로 관리안하면 한순간에 큰 병에 걸려 무너집니다. 이제는 몸관리에 신경쓰셔야 합니다.”

가끔 아이엄마와 함께 찾는 한의사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지 적은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나이에 접어 든 지금, 이제는 좀더 내 몸을 잘 가꾸며 앞으로 걸어나가야 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몸은 내 마음의  거울이라 생각해보며 다시 한 주를 알차게 생활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