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왜 그랬을까?*
“아니, 법안발의에 서명해놓고 반대를 하시면 어떡합니까?”
지난 93차 임시회 법안심사 특위 최종심사장에서 조윤숙 의원께서 저를 보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그때까지도 제가 법안발의에 서명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나중에서야 배석하였던 사무과 직원 분에게 확인하고서야 그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조윤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관내 학교 수도료 감면 조례안’ 통과보류의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통과에 반대한 다른 의원들의 의견과는 다르게 제가 이의를 제기했던 부분은 간단명료하면서도 원칙적인 부분이었습니다.
‘교육행정과 자치행정이 기초자치 단체에서 이원화 되어 있고 예산운용도 별도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수도료 부담이 과중하다면 그것은 교육재정 운용차원에서 원칙적으로 해결방안을 찾아야한다’는게 제 의견이었습니다.
결국 이 안건은 3대3으로 통과에 실패한 채 ‘보류처리’ 되어 의회에 계속 계류상태로 남게되었고 5월 임시회의에서 다시 한번 논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처리결과를 놓고 지역 언론 일각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습니다. 의장이 직접 의원들에게 통과협조를 요청했는데도 안된 것은 하반기 원구성을 놓고 벌써부터 미묘한 신경전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습니다. 의원들간 헤게모니 싸움으로 해석한 기사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법안발의에 공동서명 하였다가 정작 찬성표를 안던진 저의 모습을 비판하는 내용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정의원님같이 정확하신 분이 그런 실수를 하셨습니까?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습니다.”
오늘 전화 인터뷰를 요청해 온 한 기자분이 한 말입니다. 그 분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답변을 하였습니다.
“사실을 인정안할 수 없습니다. 특위장에서 이 점에 대해 동료의원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했고요. 사실 제가 이 사실을 인지한 후 태도를 바꾸었다면 찬성쪽으로 결과도 뒤집어졌을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일파만파를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심의를 위한 제안이 들어왔을 때도 제가 태도를 바꾸지 않았던 것은 제 불찰은 불찰대로, 제가 감당해야 할 부분은 감당하더라도 각 의원님들이 제기하는 여러 의견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좀 더 논의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의원님들도 부결이 아닌 보류쪽으로 방향을 모았고요. 제가 비판받을 부분을 꺼려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법안을 바로 통과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부결이 아닌 보류’의 형식은 흔히 냉장고에 넣어 둔 음식물 재료에 비유합니다. 언제든 필요하다 싶으면 꺼내어 다시 재논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원들께서 이번 조례안에 대해 ‘보류’결정을 내린 것은 그만큼 한번 더 검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자꾸 언론에 의해 이 사안이 재탕 삼탕 되면서 이제는 교육청 관계자나 학교 운영위원 의견까지 가세하여 의회를 성토하는 기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기술된 ‘보류 이유’ 문구가 ‘교육관계자에 대한 불신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유감’이다는 것입니다. 조만간에 이에 대해 의회에 해명을 요구하겠다는 내용도 보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보류 결정’에 담긴 의원들의 취지를 이해하고 5월달의 재논의를 차분히 기다려주는 분위기가 아쉽습니다.
한편으론 이번 논란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김포시 의회가 미니의회다 보니 소속정당을 떠나 가족적 분위기가 강한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는 치열한 토론보다 웬만하면 상호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 회기에 제가 발의하였던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조례안을 보류시키면서도 나름대로 법안의 맹점에 대해 조목 조목 지적하여 주셨던 이영우 의원의 모습은 저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이를 흔쾌히 수용하고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앞으로는 법안 발의 때 의원간에 보다 더 치열하고 세심한 토론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짚어보아야 할 점이 법안발의 서명할 때의 풍경입니다. 발의한 의원이 직접 동료의원에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기보다 사무과 직원이 대신 다니면서 서명을 부탁하는 것이 그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일 사무실에 출근하였던 의원들에게 직원이 찾아가 서명을 부탁하는 일이 관행이었고 저 역시 그 상황에서 다른 서류와 함께 갖고 온 내용을 바쁜 일정속에 앞뒤 검토없이 함께 서명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는 평소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시는 조윤숙 의원님에 대한 전적인 신뢰도 담겨있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 의원단 모임에서는 직원들이 대신 서명을 받으러 돌아다니는 관행을 바꿀 것을 제안할 생각입니다. 의원들끼리 직접 설명을 주고받고 확인한 뒤 공감이 가면 서명을 하는 합리적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아쉬운 것은 이번 논란이 외부세계에 비쳐지는 모습이 의원들간 헤게모니 다툼이나 교육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식 결정으로 해석하는 일부의 시각입니다. 저의 실수는 그렇다치더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김포시 의정발전을 위한 발전적 공론을 모아나가려는 의원님들의 몸짓이 가십거리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이 일을 계기로 김포시 의회가 한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저 역시 이번 일을 교훈삼아 좀 더 치밀하고 꼼꼼하고 일관성 있는 의정활동을 하리라 다짐해봅니다. 93차 임시회의 교훈은 제가 정치활동을 하는 한 두고 두고 쓴 교훈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래도 조례안에 반대표를 던진 저의 행동에 대해서 지금도 후회는 없습니다. 절차와 결과에 대한 승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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