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김포 시민의 힘을 갈망하며-K님께
K님에게.
저를 돌아다보게 해줄 기회를 안겨준 편지글에 눈물나도록 고맙네요. 그리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생면부지의 K님과 만나게 해준 노짱님께 감사드리고요.
글 곳곳에서 느껴지는 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떠올리면 코끝이 찡해지곤 합니다. 7년 반이라는 시간을 언급하셨더군요.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2002년 이후 흘러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군요.
지난 5.31 지방선거의 모습들도 떠올랐습니다. 남정네 둘이서 달랑 동네 안팎을 휘젓고 다닐때 다른 사람들은 ‘쟤들도 과연 선거운동 하는 사람들 맞나?’라는 눈길로 쳐다보곤 했었죠. 그러건 말건 우리는 우리식대로 한다고 했고, 남들이 노랑색을 기피할 때 당당하게 노랑깃발을 들고 기세좋게 김포를 누비고 다녔죠.
이제 다시 선거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선거이야기를 꺼내곤 합니다.
어떤 사람은 향후 행보를 물어보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지역을 부지런히 누비고 다녀야 하는데 너무 모습이 안보인다며 걱정하기도 합니다. 엊그제는 저를 아껴주시는 지역 어르신 한 분한테 한참이나 쓴소리를 들었습니다. 일전에는 동네 주민으로부터 서운하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그냥 ‘잘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씀만 드렸습니다. 다들 나를 아껴주고 염려해주시는 말씀들인지라 제 가슴에 담아두기만 했죠.
지난 16일에는 원마트 앞 사거리에서 총선이후 미디어법 규탄집회가 열렸는데 모처럼 마이크를 잡고 시민들을 향해 목청을 돋우기도 하였습니다. 연설을 끝내고 내려오니 여러 주민들이 ‘힘이 느껴진다’며 격려를 해주시더군요. 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적어도 김포 지역사회에서는 ‘헛되게 시간보낸 시의원은 아니다’라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아 어린애같이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요즘 제 뇌리를 떠나지 않는 용어가 노짱님의 비문에 새겨진 글귀입니다.
나도 과연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는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말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노짱님의 외로움이 떠오릅니다. 그분만 생각하면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저며 옵니다. 언젠가 청와대에 초빙되어 노짱님을 뵈었던 이야기를 저에게 하셨죠. 노사모 사람들 앞에서 대통령의 체면도 다 내던진 채 한참이나 펑펑 우셨다던 그 이야기 말입니다. 노짱님이 느끼셨을 외로움과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저 역시 지난 시간 김포지역에서 느꼈던 외로움의 정도도 만만치 않았다 라는 회상을 해봅니다. 일개 시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란게 자료 요청하고 목청 돋우고 행사장 쫓아다니며 얼굴 알리기 바쁘고 술자리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부단히 해야하고 민원 처리하기에 바쁘고............그러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란게 별거 없다는 자괴감에 젖어보기도 하고........
저는 저의 선택보다 중요한게 지역사회에 시민적 토대, 즉 다시 말해서 ‘깨어있는 김포시민의 힘’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게 안되면 제가 그 어떤 결정을 한다 하더라도, 특히나 저처럼 주변상황이 열악한 사람으로선 선택할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생업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함한 어떤 선택을 하던간에 김포지역에 시민사회의 튼튼한 토대만 구축된다면 저를 능가하는 수많은 새일꾼들이 나와서 이를 발판으로 지역과 중앙을 떠받치는 기둥역할을 하리라 생각이 됩니다.
저는 노짱님과 디제이님 사후 김포지역사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결론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화’가 가장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적어도 반한나라당 민주시민 세력의 연대의 틀이 구축되지 않고서는 지역사회에서 시장, 국회의원, 시, 도의원을 배출한다 하더라도 개인의 입신양명 이상의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지역을 공부하고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의 의제를 선점 주도하고 시민적 공론의 장을 만들어내는 그러한 시민들의 조직된 힘 말입니다. 만일 이러하지 못한 채 기존 정치행태의 틀에 갇혀 버린다면 여전히 우리의 몸짓은 ‘정치 이벤트 그룹’에 머물러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노짱께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날 밤 덕평에 모인 노사모분들에게 ‘만일 내가 청와대에 들어가게 되면 여러분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감시’라는 말을 했었죠. 자신들이 바로 민주 공화국 시민주권의 주체임을 깊이 자각하지 못하고 노무현을 청와대로 밀어넣은 다음 관중석에 올라 평론가가 되겠다고 이야기하던 노사모들의 대답에 노짱께서 느끼셨을 허전함의 깊이가 7년의 세월이 지난 이제서야 느껴지니 저도 참 둔한 놈이죠.
그간 많은 고민을 하였고 현재도 역시 그렇습니다.
노짱께서 서거하셨던 다음날 ‘도저히 정치할 엄두를 못내겠다. 이제야 정치하지 말라던 노짱님의 말씀을 이해하겠다. 모든 것을 깨끗이 접고 생업으로 돌아가자’고 아이엄마에게 이야기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이런 악조건에서 3년이상 버티어왔으면 나도 할만큼 했다. 누가 나에게 돌 던지겠냐. 그런 사람 있으면 나와 봐라고 자신있게 혼잣말을 하곤 했더랬습니다. 마음속으론 이 모든 현실이 겁이 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홀가분하게 정리된 줄 알았는데, 나도 이제 갈릴리 바다로 돌아가서 고기잡이나 하자고 다짐했는데 .........그런데 그럴 때 마다 부엉이 바위가 눈앞에 어른거리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내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그 무엇이 번번이 나를 붙잡아 두곤 하였습니다.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궁극적으로 어떤 정치적 고향을 선택 하게 될 지, 아직 생각이 정리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상관없이 김포지역사회에 깨어있는 시민조직의 힘을 만드는데 자그마한 밑거름이 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합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이 하루 이틀, 혹은 일, 이년내에 끝내버릴 여정이 아닌 이상 당면과제에 응전하면서도 멀리 내다보고 우공이산 처럼 뚜벅 뚜벅 걸어가는 여유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인물중심의 사고보다는 시민적 토대구축에 힘써야 한다는 저의 생각에 얼마나 답답함을 느끼실지 짐작이 되면서도 제가 드리는 말씀에 담겨있는 어줍잖은 뜻을 깊이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중언부언하다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다음에 다시 글을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평안한 시간 되길 바랍니다.
-대두 올림-
'단상및 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행동하는 양심이 먼저다. (0) | 2009.08.27 |
|---|---|
| 김포시민을 우롱하는 서울시의 일방적 한강운하 추진을 반대한다.-5분 발언 (0) | 2009.08.25 |
| 준비된 이별, 준비 안된 이별.-김대중 대통령님의 서거에 부쳐- (0) | 2009.08.21 |
| 김포시청앞 시민회관내에 김대중 대통령 분향소가 설치되었습니다. (0) | 2009.08.19 |
| 클래식 기타가 있어 행복한 사람들 (0) | 2009.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