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출마를 희망하는 후보들은 각자의 소속 정당과 입장에 따라 저마다 여러 공약을 점검하고 내놓기 바쁘다. 그 중에서 초·중등학생 대상의 ‘전면 무상급식’이 전국적인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과의 조찬회동에서 ‘전면 무상급식’ 반대의 뜻을 밝힘으로써 이에 대한 논란이 점차 가열되는 양상이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재정조달의 어려움 등을 들고 있다. 또한, 선거때만 되면 나타나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일부 보수언론은 심지어 무상급식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색깔론’으로 덧칠하기 조차 한다. 과연,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국가재정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사회주의적 위험한(?) 발상인가.
대한민국 국가 재정, 무상 급식도 못할 정도?
올해 세계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국가재정의 위기를 꼽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2007년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고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나랏돈으로 위기를 틀어막다 보니 국가 재정에는 커다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407조원(GDP 대비 36%)의 국가 채무를 예상하고 있다. 아직은 괜찮다고 하나 민주당 김진표 의원의 경우 “지난해 3/4분기까지 공기업 부채는 258조원으로, 국가부채에 포함하면 이미 600조 원을 넘어섰고(624조원), 올해는 7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물론 재정부에서는 공기업 부채는 국가부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나 청와대조차 “우리 재정을 튼튼히 해야 할 때”라며 우려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매년 약 2조에 달하는 무상급식 재정 확보의 여러움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때문에 재정을 고려하지 않는 전면 무상급식 시행 공약은 다분히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국가 재정의 어려움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사태만이 원인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고자 막대한 재정 투입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재정 균형을 위한 정책이 결여 됨으로써 국가 재정의 어려움은 날로 더해 가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부자 감세 정책과 24조원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4대강 사업 등 여러 원인이 국가 재정 균형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지난 2월 17일 전국 일간지에 ‘종부세 징수 2년 만에 반토막’이란 경제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2007년 2조 4천억원이던 징수액이 지난해에는 1조 2천억원으로 딱 절반 줄었다는 것이다. 초·중등학생 대상의 ‘전면 무상급식’은 매년 1조 8천억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렇듯 종부세 완화 정책 중단 하나만으로도 ‘전면 무상급식’ 실시에 따른 재정 확보는 가능하다.
문제는 ‘전면 무상 급식’을 반대하는 측의 경우, 위에서 보듯 부자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는외면한채 무상급식을 하려면 세금을 더 내든지 다른 교육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인식에 있다. 즉, 현재의 국가 재정 운용 규모면에 있어 ‘전면 무상급식’에 따른 재정 확보는 ‘의지의 문제’란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전면 무상급식’, 의무교육제도 국가에서는 당연
우리나라 헌법은 의무교육을 국가의 기본 의무로 명시해 놓고 있다. 즉,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제도권 교육의 일정 기간(현재는 중학교)까지 안심하고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에 필요한 대부분의 비용은 국가에서 부담하게끔 되어 있다. 또한, 1991년 유엔 아동 권리 보호 협약에도 가입, 국제사회에서 아동들의 안심하고 교육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대다수가 의무 교육 기간 중 무상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의무교육 제도하에 무상급식을 보장함으로써 학생들의 건강을 국가에서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사실임을 증명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책 내용 및 채택은 여론이 좌우한다. 때문에 여론은 곧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다. 하지만, 여론만을 좇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하지만, ‘무상급식’의 경우 90% 이상의 학부모들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 점은 정책 집행자들이 그냥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재원 조달은 현재 우리 나라 재정 규모면에서 개선해 나갈 여지가 충분히 있다. ‘무상급식’의 전면적인 시행에 따른 일부 폐해가 예상된다면 교육 재정 운용 우선순위에 따른 점차적인 개선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더 나아가 ‘무상급식’은 국가 재정 운용 규모면에서 결코 부담되는 사안도 안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말하고 있는 친서민 정책으로도 부합된다.
밥먹는 거 가지고 아이들의 가슴에 못 박지 말자는 시민단체의 말은 이명박 대통령이 귀 기울여야 한다. 본인 자신도 찢어지게 가난한 농촌에서 어렵게 학업을 마쳤기 때문에 배고픔의 설움과 없는 자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또한, 요즘과 같은 경제적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시기에 월 5~6만원의 급식비조차 은근히 부담된다는 사실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누구처럼 고액의 과외는 못 받을지언정 밥 먹는 것 가지고 눈치 보게 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끝으로 일부 보수언론의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백번을 양보한다하더라도 아이들 밥먹는 문제를 자기들 입맛대로 ‘노무현식 포퓰리즘’, ‘사회주의적 위험한 발상’ 운운하는 것은 그들이 진정 이 나라의 언론인가 하는 역겨움이 든다. 특히, 지난 18일 중앙일보 이철호 논설위원의 기고에는 무상급식을 비판함에 있어 엉뚱하게 내용의 절반 이상을 ‘노무현식 포퓰리즘(?)’에 트집 잡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은 아이들 먹는 문제까지 고 노무현 대통령을 물어 뜯을 사안으로 끌어들여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도대체 저들에게는 학생들의 먹는 문제조차 세종시와 같은 정쟁의 대상으로 걸고 넘어가야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사안인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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