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시에 대한 평가를 그래프상으로 나타낸다고 가정할 때, 시의 완성도를 X축 위에 놓은 다음 그 시의 중요도는 Y축에 나타낸다. 그리하여 이 두 점을 서로 이어 생긴 사각형의 영역이 클수록 그 시는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척도법을 되풀이해서 연습……. 아니야, 이건 엉터리야! 완전히 거짓말투성이라구! 당장 책에서 그 대목을 찢어 내라! 부욱 찢어버려 어서! 지금 당장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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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소원을 딱 세 가지를 들어주겠다.’ 라는 주제를 품고 있는 이야기를 누구든 다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또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라는 천연덕스러운 상상을 품어본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고민하던 아이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돈을 많이많이 버는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
‘지식이 넘치는 똑똑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많이많이 유명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이런 소원이었던가? 아니면,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였던가?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어쩌면 그것보다 더 굉장하고 당돌한 꿈을 꾸고 있었다.
이 사회에서 외면에 보이는 그런 금덩어리, 나를 따르는 관중들, 집을 가득 채우는 사전들.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지금도, 미래에도 내가 실현되기를 희망하는 그 한 가지는 바로,
‘후회 없는 삶을 살게 해주세요.’ 였다.
그리고, 이 문장에게 더욱 환한 빛을 선사해준 것이 바로 ‘죽은 시인의 사회’ 였다. 그리고 이것은 책이라는 옷을 입고 있다.
이 책은 명문대 진학률이 80%를 뛰어넘는 명문 학교에서, 명문대에 가기 위해 24시간동안 요점종이를 기계같이 달달 외우는 학생,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선생과 부모가 있는 냉소적인 학교에 ‘자신의 삶은 자기가 깨우치고 행동해야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부임해 온 ‘존 키팅’ 이라는 선생님으로써 변화해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닐과 그의 친구들.
그들은 키팅 선생을 만나기 전까지는 학점과 예절을 중시해왔던 학생들이었지만 그를 만나고 나서는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변화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두 학생이 있었다.
아버지의 말은 절대 거역하지 못했던 전교 1등 모범생 ‘닐 페리’는 키팅 선생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였고,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정도에 까지 다다른다.
그리고 형을 따라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입학하였지만 적응을 못 하고 무척 소극적으로 지내던 ‘토드 앤더슨’은 키팅 선생으로 인해 남들 앞에서 큰소리로 자작시까지 발표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처음은 쉽지 않았지만 말이다. “시는 감성이다!” 는 말에 “ 선생님, 그거 시험에 나오나요?” 이런 말을 하기도하고 ‘너넨 알아듣겠어? 나는 하나도 못 알아들을 것 같은데.’ 이런 말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점차 그 뜻을 알아가며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이 넘쳐난다 해도 역시 애는 애.’ 라는 걸 보여주기도 하였다. 사랑에 빠져서 사방이 온통 그녀만 둥실둥실 떠다니는 천연덕스러운 낙스의 모습에는 특히나 말이다.
그렇다면 책 제목에도 나와 있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정확히 ‘이거다!’라고 치부할 대답은 아직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기억나는 대목은 있다!
“그 이름이 뜻하는 것은 뭐죠? 죽은 시인들의 시만 읽었다는 건가요?”
“천만에, 시의 장르는 따지지 않았어. 그 이름이 뜻하는 것은, 누구나 이 조직에 가입하는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뜻이었어. 쉿! 놀랄 것 없어. 특별한 뜻은 아니니까. 정회원이 되려면 일생 동안 준회원 노릇을 해야 한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준회원이었던 셈이지. 죽은 다음에는 정회원이 된다고 생각했어.”
키팅 선생의 이 말 속에 답은 벌써 나와 있었다.
책의 결말에서 닐의 아버지는 끝까지, 여전히 닐을 이해하지 못하고 강압적으로 자신의 방침에 따르라고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닐은 생에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고 또 그것을 멋지게 해내 찬사를 받는다.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끝에는 집으로 와 모두들 잘 시간에 권총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
이 부분을 보고 처음엔 ‘뭐야? 죽지 마!’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분명 지금까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던 방법을 찾으려던 그가 아니던가? 그런데, 왜 갑자기 목숨을 끊은 거지? 왜? 혹시 아버지의 꾸중을 못 견디고? 그렇다면 너무 허망하지 않나? 등등의 물음표가 내 머리에 콕콕 쑤셔 박혔다.
그런데 그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서도 책장을 넘기진 못 했다. 왜였냐면.
“후회 없는 삶을 살게 해주세요.”
라는 말과
“아! 태어나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야. 내가 완전히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들어! 토드, 너도 연극을 해 보면 알거야.”
라는 말의 교차점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주홍색 물감이 머릿속에 사르르 젖어드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결말엔 학교 측이 닐의 자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핑계로 존 키팅을 학교에서 내쫒고, 닐은 죽었으며, 닐의 친구 중에는 퇴학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것은 겉면일 뿐이다. 비록 닐이 곁을 떠나고 우리의 선장님과 이별을 하고 사랑하는 아우를 학교에서 보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그들조차 모르게 무언가의 변화가 생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키팅 선생의 교육방법을 지독히 반대하던 라틴어 선생이 어느새 키팅 선생의 교육 방법을 따라하게 되었다는 것부터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책은 여기까지밖에 안 알려준 이유는 지금도 그 후의 이야기가 현재에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 여차하면 내가 그 후 이야기를 쓰면 되겠지 뭐.
아마 내년의 ‘죽은 시인의 사회’에는 꽃이 한가득 피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그 대단하던 ‘소원을 들어주는 신’이 왜 안 나타나나 울상을 짓던 나에게 ‘그건 내 자신일지도 몰라!’ 라는 만족스러운 답을 선사해준 이 책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선장님!
부디 나 자신은 멋진 반항아가 되길 빌며,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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