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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바로크가 뭐예요?-무작정 떠나는 문화예술의 세계 <노계향>

김포대두 정왕룡 2010. 6. 20. 09:32

   

선거가 끝나고 돌아온 일상은 너무나 평화롭다. 내가 언제 후보로 나왔었는지, 그 힘든 선거운동을 했었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나는 자연스럽게 자연인 노계향으로 돌아와 있다. 차안에 나뒹구는 명함 몇 장, 테이블에 놓여있는 예비공보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주는 몇몇 분들 등이 내가 시의원 후보로 나갔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흔적이랄까…….

 

아는 분들껜 걱정을 많이 끼친 것 같다. 혹 지쳐 완전히 뻗어있을까 걱정하시는 분, 마음 못 추스를까봐 안타까와하시는 분, 푹 쉬라고 연락조차 아끼시는 분……. 이 많은 사랑을 어찌 갚아야할지 감사와 함께 여전히 너무나 씩씩한, 그래서 주변분들 뿐만 아니라 나까지도 놀라운 노계향의 현재의 모습과 소식을 알려드리고 싶어 글을 쓴다.

 

그 첫 번째 소식으로 즐거운 문화나눔의 장으로 모시려한다.

6월12일 토요일 오전11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잠시 집을 나서기를 망설였다. 하지만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욕구가 빗속으로 나를 떠밀었다. 찾아간 곳은 한승학원 강의실. 그 곳에는 오페라 김포의 대표이신 김용 선생님이 따뜻한 미소로 기다리고 계셨다.

 

김포에서는 처음 있는 문화나눔의 장이 이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무작정 떠나는 문화예술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학원 강의실을 빌려서 김용 선생님은 어떻게 무작정 문화예술의 세계로 데리고 가시려는 건지, 바로크가 뭔지 어떻게 알려주실 건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별 소문이 난 것 같지 않은데 삼삼오오 엄마들이 모였다. 원래 의도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하는 문화여행이었던 것 같은데 참가하신 분들이 잘 모르셨던 듯싶다. 나 역시 몰랐으니까…….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 즉 놀토마다 진행될 예정이라는 강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귀를 여는 차원에서 앙드레 류의 연주실황 DVD를 보았다. 봄의 소리와 비엔나 기질이라는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왈츠 곡 연주를 듣고 보았다. 앙드레 류는 바이올리니스트인데 그의 오케스트라는 바로크풍의 의상을 입고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통 클래식 음악회의 딱딱함보다는 편안하고 자유스럽게 클래식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음악가이다.

 

예전에 퀸의 공연실황을 극장에서 상영하였던 적이 있다. 마치 직접 공연장에 온 듯한 전율에 극장임에도 불구하고 다 같이 공연장에서처럼 소리 지르고 노래 부르고 손뼉 쳤던 기억이 있다. 나는 작은 강의실에서도 같은 느낌으로 크게 박수를 칠 뻔 했다. 앙드레 류의 공연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DVD를 통해 그의 표정, 그의 움직임들이 가까이 느껴지니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바로크 음악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르네상스 시대가 주는 의미, 그리고 베토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편안하고 쉽게 음악을 이해해가기 시작했다. 해설이 곁들여진 음악회가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 해설자와 관객이 함께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까지 엮어서 들을 수 있는 곳은 흔치않다. 특히, 문화예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김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클래식의 문외한이라도 너무나 잘 아는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베토벤 ‘9번 교향곡’은 공간과 시간을 넘어서서 우리를 베토벤의 세계로 인도했다. ‘불멸의 연인’ 첫 장면이 절로 떠올랐다. 어린 베토벤이 숲길을 달려 호수에 누울 때 호수에 비친 하늘의 별들이 마치 베토벤을 받쳐 주는 듯한 아련함, 카메라가 줌아웃이 되면서 베토벤 스스로가 별이 되어버린 그 아름다운 장면이 눈앞에 가득 펼쳐지면서 나는 완전히 어린 베토벤이 되어 별이 되어가고 있었다.

 

콘트라베이스의 나지막한 저음에서 첼로, 바이올린의 높은 음이 따로따로 연주되다가 그 모든 음이 하나로 버무려지는 절묘한 조합이 음악 속에서는 가능했다. 카라얀의 혼신을 다하는 모습과 장엄한 연주, 거대한 합창이 함께하는 9번 교향곡의 환희의 송가…….

기립박수가 절로 나오는 광활한 공연이었다. 음악을 즐기기보다는 음악에 빠져 숨을 쉴 수도 없었다. 공연이 끝나면서 절로 온 몸이 풀려나는 느낌, 눈도, 귀도, 마음도 모두 열린 듯한 몽롱한 느낌…….

 

아이들과 함께였다면 더욱 재미있고 더욱 쉬운 음악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김용 선생님의 말씀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은 비개인 하늘처럼 상쾌했다. 아, 다음 번 강연 때는 무작정 나를 어디고 데리고 갈까……. 기대만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