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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시장, 풍무동 주민 면담후기-2002년 12월 22일

김포대두 정왕룡 2010. 2. 10. 03:39

'희망창조의 리더십이 아쉽다'

 

대선을 이틀 앞두고 열렸던 12월 17일의 시장면담은 복잡한 여운을 지금까지 남겨주고 있다. 한번의 만남으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애당초부터 어떤 과도한 바램을 갖고 자리에 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개질의서를 띄운지 석달만에 열리는 모임에서 그 공개질의서 내용은 둘째치고 공개질의서를 띄운 사실조차 모르고 자리에 나온 시장의 모습은 주민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김동식 시장은 간담회가 진행되는 내내 시정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주민들의 인내와 협조를 당부하였다. 군단위에서 시단위로 승격한 상황에서 아직껏 여러 가지 제기되는 현안을 감당해내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시장은 책임있는 자리이다. 그러기에 당장의 답답한 점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못해주는 고충도 이해를 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남는 안타까움은 주민들의 목소리에 대해 '현장감 넘치는 공감대의 자세'가 느껴지지 못하는 인식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간담회 서두에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나 '프로파갠다'(선전,선동)라는 용어를 언급하면서 주민들의 민원이나 행동을 경계하는 모습은 참석자들에게 편안함보다도 불안감을 안겨주는 작용을 했다.

김포전체가 마찬가지겠지만 풍무동에 가장 시급히 제기되는 문제는 대중교통 증차와 노선 확충이다. '노선증설이나 버스증차건은 회사의 경제적 어려움탓에 강요할 수 없는 문제'라는 설명에 '김포시민으로 살아가게 된 것을 후회한다'라는 참석주민의 발언은 절망감 그 자체였다.
좌석버스에 콩나물 시루떡 같이 꽉 채워서 운행하는 독점적 회사에 대해 '해당회사의 경제적 사정' 운운하는 시장이나 배석 직원의 논리가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지금도 이해가 안된다.

전가의 보도처럼 언급하는 '공영버스제'가 자칫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다가 제대로 시행이 안되었을 때 초래될 뒷감당은 여전히 주민의 몫일까?

'시장께서는 지쳐보인다'
그날 모임을 끝내고 나오면서 들었던 인상이다. 일정에 쫒기는 격무의 탓도 있겠지만 매듭이 안풀리고 꼬여만 가는 '김포의 현실이 주는 부담이 원인이 아닐까?' 라고 생각을 해보았다.

'열린 시장실, 감동을 주는 시정'
절차와 형식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간담회 형식과 참여인원문제를 놓고 30분 이상 비서실과 실랭이를 벌였던 모습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당초 김포뉴스에서 준비했던 동영상 촬영건이 시장실의 거부로 무산된 점도 같은 맥락이지만 '시청의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그 순간부터 시청은 권위의 상징으로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을 보좌진들이 인식했으면 한다.
집단 민원이나 주민들의 큰 목소리로부터 시장을 보호한다는 측면이 시장을 '사람의 장벽'에 들러싸게 만드는 역효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시청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공간과 현실공간이 따로 놀고 있는 사실에 대한 확인이다.
'공개질의서 내용을 처음 봤다'는 시장의 발언이나 함께 배석한 도시개발 국장의 '이렇게 갑자기 몰려와서 한꺼번에 문제를 쏟아 놓으면 어떡하냐'는 말은 참석주민들에게 암담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만남 3일전에 비서실장과 벌어졌던 전화통화 언쟁이나 시청 홈페이지 민원란에 무수히 반복되는 '검토중, 준비중, 모색중'이라는 직원들의 답변 내용의 원인이 확인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요즘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인터넷을 들여다본다'
간담회 말미에 던진 시장의 이 발언은 인터넷 공간이 하나의 '가십거리'나 '참고용'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을 안겨줄 뿐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시장의 모습이 제대로 홍보가 안된게 문제의 원인이다'
도시개발 국장의 이러한 발언이 시청 전 직원들의 인식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확인했듯이 인터넷의 영향력은 우리의 안방까지 밀려들어오고 있다.
시장이 여력이 없다면 측근 보좌진들이라도 '인터넷 마인드'가 필요할 터인데 예전에 해오던 구태의연한 민원청취나 방식으로는 변화하는 새시대에 낙오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몫은 고스란이 주민들에게 돌아올 것이 아닌가.

보따리를 풀어놓자. 주민을 두려워 하지 말자.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솔직히 풀어놓고 이야기 하자. 여러 가지 복잡한 일정보다 주민과의 만남을 최우선에 놓고 시정을 진행하자.
그날 자리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주민들은 시장의 편이 되고 싶어한다. 시장을 돕고 싶어하는 주민들을 거꾸로 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어리석은 일을 범하지 말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주민들은 '노력중'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바쁜 시간 쪼개어 가며 생업도 제쳐둔채 시장실을 두드리는게 아니다.

'민선 3기는 칭찬받는 데 연연해 하지 않겠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소신껏 시정을 펼치겠다는 의미의 시장발언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주민들은 '일상의 유지와 회복'을 원한다. 거창한 요구를 하는게 아니다. 출퇴근의 부담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하거나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염려하는 소박한 요구마저 실현이 안되는 현실에서 수십억원을 들인 가로환경 정비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연례 주민 순회간담회 행사중 하나' 란 단서가 붙긴 했지만 '풍무동 주민 간담회' 개최에 공감한 사항이나 '풍무초 통학 셔틀버스' 마련건에 대해 '긍정적 검토'란 답변이 나온 것을 그나마 성과로 삼으면서 그 자리를 빠져 나오는 주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주민들의 '분출하는 참여 에너지'를 시정의 활력으로 활용하는 리더쉽이 아쉽다.
'희망은 우리 스스로가 창조하는 것이다'
한마디 말을 스스로에게 위안처럼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