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생채기 누가 보듬어주려나?
-김포시장후보 토론회방청기- 2002년 6월 1일.
김포시장후보자 초청토론회가 김포뉴스 스튜디오에서 5월 30일 경실련, 김포뉴스 공동주최로 열렸다. 월드컵 2부제가 처음 실시되는 날, 오전업무를 서울에서 서둘러 마치고 김포로 다시 향했다. 48번 국도에 접어들었다.
서울과 김포, 강화를 연결하는 주도로인 48번 국도는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아니 빈사상태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에 김포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선거쟁점화 되어 있는 가운데 ' 민자유치고속화도로 건설(유정복 후보)'과 '경전철 유치(김동식 후보)'등의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김포생활 1년이 갓넘은 새내기인 나의 눈으로 봐도 어느 대안도 아직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다.
'당장 환자는 죽어가고 있는데 어느 병원에 입원해야하나' 라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상황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토론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여러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김포뉴스' 앞에 도착, 스튜디오 입장. 지역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 내부 시설이 아마추어가 보기에도 꽤 잘갖추어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두후보가 입장했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핸드폰을 미리 꺼주세요”
사회자 김석수씨의 부탁이다.
“일단 시작하면 나갈수가 없으니 화장실에 미리 다녀오세요”
생방송의 긴장감이 주변을 무겁게 한다.
출입문이 닫히고 실내의 모든불이 꺼졌다. 후보자를 비롯한 실내의 모든 사람은 함께 갇혀버렸다. 순간 사상과 정견을 떠나 모두가 운명공동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암흑이 흐르는가 싶더니 다시 점차로 불이 켜지고 연출자의 큐! 사인이 떨어지면서 드디어 토론이 시작됐다.
기호1번 한나라당 김동식 후보와 기호2번 민주당 유정복 후보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다가온다. 현시장인 유후보와 도전자인 김후보는 이번이 두 번째 대결이다. 김후보의 설욕전이 되는 셈이다. 두사람 다 깔끔하게 참 잘생겼다는 느낌이 든다.
'미디어 시대에는 얼굴이 못생기면 정치하기도 힘들겠는걸'. 텁텁한 막걸리 타입인 나는 괜히 심드렁해진다.
두사람의 넥타이가 눈에 들어왔다. 어? 빨간색이 아니네? 얼마전 민주당 대선후보경선때 각후보자들이 너도나도 빨간색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나와 화제가 된일이 있었는데 김포시장 두후보는 흰색(회색)과 검은색 계열의 조화다. 정열과 패기보다 원숙함과 안정감을 심어주려는 의도인가보다고 나름대로 주관적인 해석을 내려본다.
방청석 앞쪽에 후보자와 마주보고 앉은 패널 참가자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후보자야 많이 들어봤던 이들이어서 나의 관심은 패널들의 면면에 모아졌다.
김포여성민우회(안영미), 김포뉴스(강윤석), 김포경실련(신성식), 월곶상공인회(박흥석), 김포농민회(박윤재) 소속 5명 패널이 후보자와 마주보고 앉았다.
흔히들 말하는 각계 전문가들보다도 지역일선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일꾼들의 직접 참여한 모습이 행사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제일 먼저 김포지역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는 교통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경전철이냐 민자유치 고속화도로냐? 경전철 유치위원장을 맡은 김동식 후보와 민자유치 사업에 역점을 기울여온 유정복 후보에 대해 패널들의 질문이 이어지고 후보자간 상호 질의와 응답이 오고갔다.
두 방안 어떤 것이 되건 중요한 것은 재원조달과 실현가능성 , 그리고 조속한 사업진행 여부일 것이다. 유후보는 현직 시장으로서 그간 사업성사를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역설하고 김후보는 하남시의 비슷한 사례의 사업성사를 거론하며 시민차원의 여론응집력이 뒷받침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외에 교육분야에서의 명문고 육성문제 ,학생들 급식문제, 지역난개발문제 여성회관센타 건립문제, 감정동 변전소 건립문제, 그리고 공장난립건등 사안마다 패널들과 후보자, 그리고 후보자간 상호토론이 이어졌다.
토론 진행도중 유정복 후보는 8년간 현직군수 및 시장으로서의 재임경력을 십분 활용하며 구체적인 맥을 잘 짚는다는 느낌을 던져주었다. 반면 김동식 후보는 표를 의식한 인기영합성 발언은 하지 않겠다며 비교적 솔직 담백한 자세로 대화를 이끌어나가려는듯한 인상을 주었다. 경전철과 고속화도로 사업 비교우위 상호토론에서 유후보의 준비된 질문에 김후보가 허를 찔린듯해 보이기도 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금정초등학교 설립문제에 관심이 있던터라 초반에 이 문제가 거론되었을 때 양후보의 발언을 주의깊게 들었지만 원론적 수준의 답변밖에 나오지 않았다.
토론 시간이 길어질수록 후덥지근한 스튜디오안의 분위기와 맞물려 가끔 여기저기서 하품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현안들에 대한 릴레이식 토론회보다 별차이없는 안건은 자료집으로 대체하고 굵직한 현안위주로 집중 토론을 전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들이 김포방문시 제방도로 철책을 보고 건너편 파주땅을 북한인줄 안다”
토론진행도중 한 패널의 발언이다. 관내 거의 전 해안선에 철책이 둘러쳐져 분단의 생채기가 가장 깊게 패어있는 접경지대인 김포시의 상태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말이 이것 말고 또 어디있을까?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김소월의 글귀가 스쳐지나가며 강이 있어도 강변이 없는 김포의 현실이 가슴을 저민다.
“요즘처럼 여성이란 사실이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적도 없는 것 같다.”
여성민우회 안영미 위원장이 던진 말이다.'요즘처럼' 이란 말에 가시가 느껴진다.
‘요즘처럼 김포시민인 사실이 뿌듯한 적이 없을 것입니다.’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말이다. 우리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좋을까?
우리는 지금 선거라는 마약에 취해 환각상태에 빠진 것은 아닐까? 너도 나도 사람들이 다가와서 활짝웃고 악수를 청하고 다정함을 주체못한다. 이 마약의 약효가 끝나면 우리는 금단현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다시 다음 선거때까지 헉헉거리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풀뿌리의 움직임!
드디어 문이 열리고 햇빛이 들어온다. 박수소리가 들린다. 토론회가 끝났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기지개를 켠다. 연방 하품을 내뿜는 사람도 있다. 굳어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펴지고 후보들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악수공세를 다시 시작한다.
바깥으로 나왔다. 부슬비가 내리고 있다.
‘월드컵 전야제인데 괜찮으려나?’ 마음은 마포 상암구장으로 달려간다. 많은 사람들이 지방자치제를 풀뿌리 민주주의라 한다. 지금 내리는 저 비는 풀뿌리를 적셔주는 단비일까? 아니면 습기와 곰팡내를 안겨다주는 불청객일까?
나는 다시 밀린 일을 하러 밤길을 재촉하며 서울로 나가야한다. 48번국도는 여전히 나를 힘겹게 할 것이다.
‘참 오늘 2부제 실시 날이지.’
강제성과 자발성이 묘하게 결합된 월드컵 2부제를 보면서 우리 지역 현실을 떠올린다. 우리의 지자제 역시 '먼저 참여하는 자발성'과 '시민의 동의구조를 갖춘 공공정책'의 모델이 정착되어 함께 어우러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역은 부분이면서도 전체의 반영이다. 지금 이순간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을 풀뿌리의 움직임들이 함께 모아지는 미래의 그날을 상상해보며 어두워지는 밤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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