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눔글

아이돌 현상, 청소년의 입으로 말하다 -정누리

김포대두 정왕룡 2010. 9. 2. 11:29

10대, 브라운관, 아이돌가수, 청소년, 오디션. 이 단어들을 보았을 때 어떤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가? 화려한 TV안의 연예인들의 모습? 아니면, 그런 연예인들을 쫓아다니는 10대 청소년들? 아니면, 너도 나도 연예인이 되고자 여기저기 유명 소속사에 오디션을 보는 청소년들? 그만큼 많은 모습을 연상케 하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아이돌가수’, 그리고 ‘오디션’이다.

 

요즘 음반시장은 무척이나 빨리 변화하고 있다. 7080 세대의 인기가수엔 전영록, 조용필이 있었다하면, 2010년에는 화려한 치장을 뽐내며 무대에 서는 10대, 20대 초반의 가수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초등학생 6학년과 중학생 2학년으로 이루어진 걸 그룹이 나오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그런 가수들을 우리는 ‘아이돌’ 이라 칭하곤 한다. 실제로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아이돌의 뜻 그대로인 ‘우상’에  빠져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그 화려함 때문인지 실제로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도 급증해 가수 오디션 참가율은 계속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가수’가 되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는 것일까? 오디션을 보는 청소년 100명 중에서 정말 너무나 간절히 노래를 부르고 싶어 오디션을 보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라는 의문을 슬슬 가지기 시작한다. ‘아이돌’하면 떠오르는 것은 먼저 젊은 층 (혹은 어린 층)의 가수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중독성 있는 음악을 부르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중독성 있는 음악’ 이 대부분 똑같이 한정되어 있고, 가창력을 요구하지 않는 음악들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수’라는 직업을 쉽게 여기는 것은 이 점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가수’라는 직업은 본디 노래를 부르는 직업이다. 그리고 가수라는 직업은 우리가 그냥 일상 속에서 대강 음만 잡아 흥얼흥얼거리는 콧노래가 아닌, 정말 전문적으로.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만한’ 가창력을 요구한다. 반면에 우리가 이렇게 가수를 쉽게 보고, 춤만 잘 추면 되는 줄 아는 이유는 음반시장의 상업적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영향점은 바로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다.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학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연예인을 쫓아다니는 걸 말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두루 뭉실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학업이라는 것을 조금만 각도를 비틀어본다면 쉽게 답을 알 수 있다. 전국의 중, 고등학생들이라면 분명 다들 책상에 앉아 막연하게 문제집을 끄적이다가 ‘이러다가 나는 사회생활에 뭘 하지?’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점점 더 생각의 꼬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보면 ‘이렇게 공부만 하다가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긴 할까?’ 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지방대 나오면 쪽팔리겠지?’ 라는 생각도, ‘내 꿈으로 돈을 잘 먹고 잘 벌수 있기는 하려나?’ 라는 생각까지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은 항상 뿌연 담배연기처럼 흐리멍덩하기만 하다.

 

청소년들은 그만큼 낯선 사회생활에 홀로 선다는 강박감에 두렵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확신하느냐? 나도 그 청소년 중에 하나니까 말이다. 그러다보니 가장 흥밋거리인 아이돌 얘기에 집중하게 되고, 무의식적으로 자연히 춤만 추고 노래만 부르면서도 인기와 화려함을 얻는 그들이 부러워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노래‘만’이라고 생각하지, 노래‘씩이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만큼 가수라는 직업이 얼마나 쉽게 보이는지 알 수 있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는 ‘외모가 바탕, 노래는 옵션’ 이라는 가수입문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우리는 계속 오디션을 보고, 떨어지고, 다시 보곤 한다. 내 주위에서도 공부만 힘들게 하다가 평범하게, 그리고 백수가 될지 모르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보단 소속사가 트레이닝도 시켜주고, 교육만 받다가 방송 타서 인기만 얻으면 되는 화려한 사회생활이 낫겠다 싶은, 위험한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보이곤 한다.

 

생각해보라. 몇십년 동안 지루한 공부만 뼈저리게 하다가 사회생활 진출하는 것보다, 소속사가 트레이닝까지 시켜주고 식단 조절, 다이어트까지 시켜주는 가수 오디션에 붙어서, 빠른 나이에 사회생활 진출하는 것, 이 제시된 두 개 중에 ‘그 후는 고려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고개를 끄덕이게 될 이 상황 속에서 우리는 가수가 너무나 화려한 포장에 싸여있다는 것과 함께 청소년이 얼마나 학업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유일한 통로를 얼마나 간절히 찾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실제로 학업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감은 무척이나 크다. ‘무엇 때문에 가장 고통받는가?’라는 설문지를 돌리면 ‘성적’ 이라는 답변이 1, 2위를 다투고 있는 게 현실이고, 학생들이 ‘시험’ 얘기만 꺼내면 우울해지는 게 현실이다.  이 문제는 예전부터 계속 비춰져왔고, 여러 방면에서 우리가 이것에 대해 왜 각도를 틀어 봐야 할 필요가 있는지 느끼게 해주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꼭 한국의 학업방식만을 비판하려는 것만은 절대 아니다.

 

청소년인 우리들도 이쯤에서 바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가수’라는 그 화려한 직업 뒤에는 수백 번이고 키보드로, 거친 입으로 헐뜯긴 마음이 있다는 것. ‘가수’라는 것은 절대 하나의 방패막이 되어줄 수 없다는 것. 다 똑같이 힘들고 고달픈 것이라는 사실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가수의 기본 바탕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지 결코 방송과 예능에 나오는 사람이 아니라고 바라본다. 그만큼 영향력이 큰 방송이라는 것이 한 분야의 직업만 뚜렷이 보여주는 것에 대해 아쉬울 따름이다.

 

인터넷이 무척 발달 되어가는 시기에 살아가는 우리는 시간이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겹겹이 화려한 무늬로 싸여진 연예인이라는 포장을 계속 벗겨내고 있다. 우리가 겨우겨우 포장을 다 풀어낸 그 안에는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보석이 있을까, 아니면 늘어나고 늘어나 이제는 쓰지도 못하게 될 용수철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을까? 그 선택과 결정은 이제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