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왕룡을 말한다

아빠가 아닌 사회의 작가가 되길 바라는 마음 -정누리- (풍무중 3)

김포대두 정왕룡 2012. 1. 24. 19:54

아빠가 아닌 사회의 작가가 되길 바라는 마음 -정누리- (풍무중 3)

 

아빠의 첫 번째 출판기념회 때 ‘우리 아빠’라는 글을 쓴지도 어언 1년이 지났다.

 

‘1년’, 단 두 글자에 그 안의 많은 일들을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여전히 지구는 그 동안에도 시끄럽고 왁자지껄했다. 모 여고생 자살사건, 한미 FTA 체결, 종합편성채널 문제등등, 한 시도 쉴새없이 이슈들에 주목하기 바빴다. 너도 나도 키보드를 두드리기 바빴고, 입을 모아 한 마디씩 던지고는 했다. 이렇듯 SNS와 스마트폰은 사람들에게 ‘제 2의 만원버스’를 선사해주었다. 1mm라도 더 얇은 스마트폰으로, 1줄로 굵고 짧게 요약해서, 1초만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1초만에 떠오른 생각을 보낸다! 더 이상 사람들은 입의 소통이 아닌, 손가락으로의 소통을 하는데에 점점 익숙해져갔다. 이것이 2011년의 핵심통신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놀라운 발전을 급속도로 해나갈 때 아무 변화 없이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책’이다. 사람들은 두껍고 무식해 보이는 핸드폰을 점차 얇고 슬림하게 만들어갔다. 하지만 책을 막대 자처럼 얇고 슬림하게 만드는 사람은 없었다. 그 이유는 하나다. 그 안엔 쉽게 삭제해버릴 만큼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손에서 책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아무리 과학이 거듭 놀라운 발전을 해도 말이다. 곤경에 닥친 사람이 지혜를 필요로 할 때 찾는 것은 책이다. 또, 관리에 따라 시간이 얼마나 흐르든 보관 할 수 있는 것이 책이다. 그리고, 책은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무한한 장소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몇 십년이 흘러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나는 그렇기에 나는 아빠의 이번 책 출판기념회도 그저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생각하였다. 나는 한가지 아빠와 약속하고 싶은 게 있다. ‘정왕룡’ 이라는 사람이 이 자리에서 만큼은, 집 안에서 비치는 ‘한 딸 아이의 아빠’가 아닌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가’가 되기를 빈다고. 책이 독자를 설득하고 소통하려면, 작가는 더욱 더 많은 연습과 생각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분명 아빠가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적어도 집 안에서 보이는 우리 아빠는, 엄마와 소통하고. 애완견과 눈을 맞추고. 나의 얘기를 끊임없이 들어주고. 그것을 넘어서 자신과도 대화하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읽어 내려가는 당신도, 연필 한 자루와 종이 한 장을 준비하는 게 어떨까?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내 머릿속에 있는 사소한 생각 하나하나가 얼마나 귀중하고 소중한 것인지... 왜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나온 것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