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도서관 명예사서 체험기

김포대두 정왕룡 2015. 8. 14. 11:51

도서관 명예사서 체험기

 

김포시의회 도서관 연구모임 의원들이 중봉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일일 명예도서관 사서 체험행사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4명의 의원들은 도서관 현황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들은 뒤 도서분류, 책 대출 반납, 장서 배열등 여러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도서구입예산이 책정되면 그 범위내에서 신간도서 구입이 진행됩니다. 구입도서 목록결정에는 도서관 직원들의 전문적 식견과 주민의견 수렴이 버무려지고 이윽고 책이 도착하면 분류기호가 붙여지면서 김포 도서관의 한 가족이 됩니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니 분류기호 작성하는 과정에 상당히 많은 노고가 따릅니다. 작업의 특성상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신간도서 구입이 적으면 업무량이 줄어들겠네요?”

반농담삼아 던지는 말에 주변에 가벼운 웃음이 퍼졌습니다. 김포시는 현재 경기도에서 도서구입 예산이 최하위권에 속합니다. 그만큼 도서관 정책이 시 주요정책에서 변방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도서구입 및 관리를 제외한 관련 프로그램을 시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는 꿈도 꾸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사서직의 자존감을 세워나가기란 벅찬 과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김포시의회에서 도서관 정책 연구모임을 만든 것도 여러 개선방안을 마련해보자는 의도가 그 출발점이었습니다.

 

문화재 약탈 및 환수에 관한 자료를 찾고 싶은데요

젊은 청년시민 한분이 대출실 데스크에 와서 문의를 합니다. 중봉도서관 팀장등이 자료검색을 도와줬습니다. 신기한 것은 국립도서관 중앙 전자열람실 이용이었습니다.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니 자료목록이 한꺼번에 올라옵니다. 문의를 한 젊은 청년의 표정이 환해집니다. 더불어 데스크 직원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지역 도서관끼리 상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운영하는 모습도 돋보였습니다. 해당 도서관에 찾는 책이 없더라도 상호 업무협조로 타도서관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지역내 각 도서관들이 특성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가령 독립기념관이 옆에 있는 양곡 도서관은 항일 독립운동 자료코너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사례입니다.

 

대출반납된 책을 제자리에 꽂아놓는 일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습니다. 분류기호와 배열순서등을 단서로 자리를 찾아가서 한권의 책을 꽂는데 꽤나 진땀을 흘렸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서가의 책을 본 뒤 아무데나 꽂아놓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심코 흐트러 놓은 책배열을 정리하느라 직원들의 시간을 빼앗는 만큼 다른 서비스의 공백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책이 찾을수 있는 그 자리에 없으면 있어도 없는것이나 마찬가지다.’는 직원들의 조언이 지금도 여운을 남깁니다.

 

도서관은 제 나이세대에는 열람실 확보를 위해 새벽녘부터 길게 줄을 선 풍경으로 기억되는 곳입니다. 개인 공부방이 드물던 시절에 도서관은 그야말로 학습공간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도서관 이용자들의 대부분은 학생들과 재수생, 대학생 등 젊은 층들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이러한 기억은 도서관에 대한 강한 고정관념으로 남아있습니다. 도서관은 열람실이 중심이어야 하고 도서관 직원들은 책 빌려주고 반납하는 단순직으로만 생각하는 편견이 그 한 사례일 것입니다.

 

그런데 도서관이 바뀌고 있습니다. 열람실이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지고 각종 문화프로그램이 도입되는가 하면 도서관자체가 지역문화와 평생학습의 중심지로 발돋음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일변도이던 이용객들도 이제는 머리가 희끗한 중년, 노년층 시민들의 모습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도시 경쟁력은 하드웨어 중심의 기반시설 구비여부가 관건이었습니다. 여기에 교육여건 등이 핵심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강남, 목동등이 일약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미래의 도시경쟁력은 문화가 그 중심에 자리잡으리라 생각해봅니다. 교육이 그러했듯 이제는 도서관이 그 속에 핵심적 요소가 되리라 확신해봅니다. 김포시 의원들의 명예사서 활동은 비록 잠시잠깐의 맛보기 행사였지만 그 여운은 나비효과처럼 지역 전역에 퍼져나가리라 기대해봅니다. 도서관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발걸음에 약간의 설레임이 묻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