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문·명에서 명·문시대로 ! – ‘명문칼럼’을 시작하며

김포대두 정왕룡 2022. 9. 4. 23:21

김의겸 의원이 이재명 대표 대변인으로 임명되었음을 알리는 소식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저는 문재인의 문() 이재명의 명() 두 글자를 늘 품고 일하겠습니다. 정치보복의 칼을 뽑아 든 야만의 정치에 맞서, 문명(文明)화된 정치를 이뤄내겠습니다.>

 

문재인의 문(), 이재명의 명() 두 글자는 글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뿌리를 보자면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이땅 민주개혁세력의 역사성까지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으로 무장하고 평화와 복지, 민주적 가치,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 등 다양한 아젠더를 소화해나갈 철학적 기반이 여전히 우리에겐 필요하다. ‘문명두 글자에 담긴 시대정신에 동의하는 개혁세력의 형성은 정치공학적 영역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과제였다는 생각이다.

페이스북에 문명클럽이라는 당시로서는 독특한 이름의 정치그룹이 만들어진 것은 민주당 경선을 앞둔 2021217일이었다. 처음에는 명문클럽 이름이 제안되었다. 하지만 아직 문재인의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극문, 혹은 친문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세심한 의견이 있어 문명으로 했다. 이 그룹은 20229월 현재 회원수야 2천 남짓이지만 민주당 경선과 대선과정에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나름 의미있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무엇보다도 단순 지지자 그룹을 뛰어넘어 이땅 범민주 개혁세력이 가야할 방향을 문명두 글자로 압축했다는 점은 철학적 정치적 관점에서 상당히 평가받아야 할 일이라고 자부한다. 처음 이 그룹취지를 제안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재명 지지자들과 문재인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이질감과 해소되지 않은 앙금이 느껴졌다. 그중 극문세력 일부는 결국 윤석열 지지로 방향을 잡는 반역사적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당선을 위해 문재인 이름팔이 하는거냐며 집중 공격 가능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와같은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 정도로 문명클럽이 세간의 주목을 끌 정도로 세력화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측면으로는 민주당 경선과 대선 본선이 가치철학적 담론의 대결장이라기 보다 상대방 흠집내기 진흙탕 싸움으로 일관한 면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그 진흙탕 싸움의 발원지가 다른 곳도 아니고 민주당 내부였다는 점이 두고두고 맘을 아프게 한다. 이미 내부에서 만신창이가 되고 후보확정 후에도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조장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본선 대응은 수세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대선, 지방선거를 거친 후 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끝났다. 이재명 신임당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인사차 방문했다. 그런데 거기에서 문재인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친문 친명은 99%가 같다. 민주당을 명문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문명이건 명문이건 말의 순서는 중요치 않다.

문재인의 발언에 담겨있는 속뜻과 배경이 중요하다. 사실 문재인은 당대표가 된 후에 안철수 김한길 세력의 탈당과 촛불정국, 그리고 바로 대선이 이어지는 숨가쁜 정국의 와중에 민주당을 제대로 된 정당체제로 구축해놓을 시간을 갖지 못했다. 온라인 당원 입당제도구축이 그래도 획기적 의미가 있었음은 평가받아야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사상유례없는 의석수를 획득했다. 이것이 민주당의 성과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아닌 문재인 개인의 인기에 힙입은 결과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와중에 친문의 이미지를 차용한 정치인들이 세력화되어 어느 사이 민주당과 여의도에 자기들만의 장벽을 쌓았다. 그들에게는 가장 무난해 보이는, 그리고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대권주자가 필요했다. 당시엔 누가봐도 대권주자 1위였던 이낙연과 궁합이 맞았음은 물론이다. 그들의 시각에선 이재명은 철부지 이단아에 불과할 뿐이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을지 몰라도 의원뱃지 한번 안달아본 불안한 존재였고 자신들이 보기엔 아직 애송이일 뿐이었다.

 

당연히 그의 당대표 출마는 반성할 줄 모르는 치기어린 행동’ ‘팬덤만 믿고 설쳐대는 철부지 정치인으로 보였던 것 같다. 이러한 시각을 가진 당내 상당수(?)의 세력은 이재명을 향해 선거패배의 책임을 물으며 당대표 출마포기 요구를 거친 표현을 담아 집단적, 연속적으로 내뿜었다. (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