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이 놓치고 있는 것 –명·문 칼럼(2)
고민정의 JTBC 인터뷰를 봤다.
문재인과 이재명 회동 소감을 밝히며 ‘친문과 친명의 구분이 거의 무의미해졌다.’라는 말을 전하고 있다. ‘친노 대다수가 친문이 되었고 그같은 흐름으로 친문의 대다수가 친명이 되었다’ 라는 것을 미처 몰랐다고 했다. 고민정 본인은 분명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명’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재명을 당대표로 찍은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신을 최고위원 후보 2위까지 밀어올려 준 것에 대해 나름 합리적 해석을 가한 것이다.
‘그런데 특정인의 친소관계를 가지고 정치세력이나 그룹을 구분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고민정의 인터뷰를 보면서 다시한번 스친 의문이다.
친노 친문 친명으로 부르는 호칭 자체가 문제가 많은 구시대적 용어라는 것은 나만의 생각 일런지..
과거 3김시대 에는 3김이 살던 동교동, 상도동, 청구동이란 말로 그룹을 구분 지었다. 이명박 시절엔 친이 친박의 대결을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했다. 박근혜 정권시절엔 친박 진박등의 용어에 더해 문고리 3인방이니 십상시니 하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윤핵관이란 말에 더해 검핵관이란 말도 등장했다.
한마디로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구분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지향점이나 철학적 담론을 가지고 구분하는 것이 아닌 이런 식의 보스, 계보 중심의 명칭사용을 버리지 못하면 한국정치의 선진화는 여전히 멀기만 할 것이다.
고민정이 놓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친노-친문-친명’으로 이어지는 세력구분은 여의도 뱃지들에게는 일정부분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원들이나 지지자들에게는 의미없는 구분이다. 다만 ‘당원과 지지자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 싸울 때 제대로 싸우고, 민생을 보살피는데 실력과 성과를 보여줄 것’을 열망하는 ‘지지자와 참여당원’들이 있을 뿐이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한마디로 민주당원으로서 가져야 할 정체성과 자존감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수호해달라는 것이다. 이 세력들이 노무현을 만들어냈고 촛불혁명을 이뤄냈으며 문재인을 청와대로 올려 놓았다. 그리고 대선이 끝났음에도 다시 이재명의 가능성에 대해 열린 시각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민정에 대한 지지표들 또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평소 그가 일정정도 신뢰를 보여준 측면이 작용했다고 봐야한다. 그가 친명이건 비명이건 상관없이 말이다. 그러면서도 고민정이 갖고 있는 불안감이 있어 그 지지표가 견고한 정치기반으로 까지 발전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때때로 분출되는 감성의 과잉포장, 정치철학에 기반을 둔 굳건한 일관성과 지속성의 허전함, 분위기에 걸맞지 않는 화두나 표현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드는 것 등은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역구 관리문제 등은 논외로 한다.)
물론 끊임없이 당면현안과 정세를 마주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정치인으로서 깊은 정치철학적 성찰과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의 축적물을 기대한다는 게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고위원 차석당선으로 고민정은 이미 중진반열에 올라섰다. 이제는 청와대 대변인 경험을 뛰어넘어 그에 걸맞는 위력과 풍모를 보여줘야만 한다. 고민정은 문재인 때 영입된 인물이다.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의원이다. 당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왔거나 지방정치를 경험했거나 민주화 투쟁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통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이 갖는 허전함을 고민정은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앞으로는 친문, 혹은 비명 정치인 고민정이 아닌 자기만의 정치철학을 말하고 토론하는 고민정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당 안팎 갈등의 현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실행하는 고민정의 모습도 보고싶다는 바램을 전해본다.
“재집권을 준비하는 대안정당으로서 민주당의 미래모습에 대해 계급장 떼고 당원및 지지자들과 끝장토론을 하고 싶습니다”
#고민정인터뷰 #친문친명 #이재명당대표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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