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지역화폐 예산 전액삭감, 골목경제 무너지는가 - 문·명칼럼(4)

김포대두 정왕룡 2022. 9. 13. 16:55

 

소멸이란 단어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동시에 안정과 불안감을 던져주기도 한다. ‘태풍의 소멸은 안심을 던져준다. 하지만 최근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의 소멸은 대한민국의 소멸을 염려하는 수준까지 이를 정도다.

 

92일자 MBC 뉴스데스크는 마지막 지역화폐? 소비자 몰리고 소상공인은 걱정이라는 제하의 뉴스를 내보냈다. 2023년 관련예산 전액삭감으로 지역화폐가 소멸위기에 몰렸다는 내용이다. 현장에서 전하는 주민들과 소상공인들의 걱정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구글에서 지역화폐뉴스를 검색해보면 광역,기초 할 것 없이 각 지역 지방정부들과 골목경제 관계자들의 불안감과 대응책 마련으로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이것은 수도권 뿐만 아니라 영호남 충청 할 것 없이 정치성향을 초월해 지방정부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재정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내년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늘리려 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최민호 세종시장은 최근 재정 부담이 되더라도 내년에 지역화폐인 여민전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제반 현상의 출발점은 윤석열 정부가 2023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관련 예산 7천억원을 전액삭감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지난해 831일 기재부는 2022년 정부 예산안에 지역화폐 발행지원 예산을 전년도 1522억원에서 77% 삭감한 2403억원만 반영하면서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역사랑상품권은 각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무다. 3년간 한시적으로 정부가 지원한 것" 이라며 삭감 이유를 밝혔다. 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나 추경호 기재부 장관역시 국회에서 비슷한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201812월 정부는 "자생력 있는 자영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로드맵"이라며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역사랑상품권 정책은 여기 포함돼 있다. 기재부의 논리처럼 지역사무가 아니라 국가정책 사업이라는 것이다.

 

지역화폐는 중앙정부 사업이냐 지방정부 사업이냐를 떠나 이미 현장에서 깊숙이 뿌리내리며 주민들과 골목상권의 호응을 받고 있다. 이번 추석명절을 앞두고 서울지역에서는 한시간 안에 18개구가 완판기록을 세웠을 정도다. 문이 열리자 마자 접속장애가 일어날 정도였으니 현장의 호응 체감도는 상당하다.

문제는 지역화폐를 바라보는 기재부의 논리다.

코로나 정국에서 한시적으로 지원한 사업예산이고 이제 한 고비를 넘겼으니 중단해도 된다는 논리다. 또한 사용처가 특정지역에 갇혀있어 경제유통 흐름을 저해한다는 사고도 그 바닥에 깔려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의 저변에는 기재부의 금융재정 패권주의와 더불어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음을 직시하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지역화폐를 전국적으로 대중화 시킨 진원지가 경기도이고 이를 추진한 사람이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산하였음에도 지역화폐를 두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기재부는 번번이 충돌했다. 그것이 윤석열 정부들어 아예 노골화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권성동 국민의힘 권한대행을 만난 자리에서 이 사안을 거론하며 문제해결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역점 사업으로 지역화폐 확대를 추진해왔다. 지난 대선에서도 이 의원은 연간 50조원 목표로 지역화폐를 발행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올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지역화폐를 놓고는 기재부와 이재명 대표 간 ‘2라운드충돌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달 31일 열린 도정 열린회의에서 "혹시라도 정치적인 이유나 목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재명표 지역화폐에 대한 제동걸기 정치적 공작의 가능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기재부 장관 재임당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놓고 번번이 정치권과 충돌했던 김동연 지사가 이 사태를 바라보는 소회가 어떨지 궁금하다. 행정부 관료를 벗어나 지방정부 수장으로서 지역화폐건은 김지사의 본격적 정치력을 검증하는 시험무대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