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국격이 중요한 이유 -명·문칼럼(7)

김포대두 정왕룡 2022. 9. 21. 08:43
*국격이 중요한 이유 -명·문칼럼(7)
대통령의 영국여왕 조문실패를 놓고 나라안팎의 논쟁이 뜨겁다. 소위 ‘조문없는 조문외교’를 두고 ‘외교참사, 나라망신’이라는 비판에 ‘현지사정을 고려한 유연한 대응’으로 큰 문제는 없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궁색한 해명이 또다른 의문을 낳고 여기에 문재인 당시 외국방문 사례와 비교되면서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그 논란의 한복판에 ‘국격’이란 두 글자가 자리하고 있다.
도대체 ‘국격’이 뭐길래, 그리고 개인의 삶과 무슨 관련이 있길래 이렇게 논란이 되는 걸까?
국격은 ‘국가의 품격’을 줄인 말이다. 한 나라의 정부나 국민들이 갖추어야 할 격식들을 이르는 말이다. 비슷한 단어로 국위(國威)가 있으며 사실 이쪽이 더 많이 쓰던 단어였다. 스포츠 선수들이 외국에 나가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오면 늘상 따라붙는 말이 ‘국위선양’ 이었다. 아마 요즘 국격을 높히고 있는 선수를 말하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손흥민을 거론할 것이다. 그가 나서는 영국의 경기장에는 어김없이 태극기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국뽕’에 흠뻑 취하기도 한다.
작가 최인훈은 자신의 책 ‘유림’의 서문에서, “한 사람의 개인에게는 인격이 있듯이 한 국가에도 국격이 있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한마디로 국격은 그나라 국민 개개인이 합체해서 만들어낸 인격의 총량인 것이다.
국격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 특히 국가원수의 자격으로서 외국을 방문할 때 ‘의전’을 중심으로 행동과 옷차림, 일정 하나 하나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만큼 대통령은 국격의 상징이다. 그에 대한 예우는 그가 대표하는 국민을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격은 국민 개개인의 삶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해외에 나갈 때 대한민국 여권이 갖는 힘을 체감하면서 자신의 활동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금융업체인 헨리앤드파트너스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여권파워는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2위에 올라있다. 독일과 스페인이 그 다음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격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비운의 인물이 있다.
헤이그 밀사로 알려져있는 ‘이준 열사’다.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담에 고종황제의 신임장을 갖고 참석하려 했지만 일본측의 방해로 회담장에 입장도 못하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유명을 달리한 비운의 인물이다. 이준 열사가 살아돌아온다면 대한민국 여권파워 세계2위 소식을 접하며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격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세상일이 그러하듯 추락하고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업의 최종목표는 ‘국격을 높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격을 단기간에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반면 국격을 내려앉히는 것은 순식간이다. 외국방문시 기본일정 수행도 못한채 ‘조롱거리’가 되어버린다면 이보다 더한 망신이 없다.
경기도청 근무시 도지사 일정 준비 등을 놓고 공무원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듣던 말이 있다.
‘업무에서 실수한 것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의전에서 실수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도지사가 이러할진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두 번 말해 무엇하랴 싶다. 대통령 해외순방사에 이번 조문외교 실패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