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만나본 적 없는 만남!

김포대두 정왕룡 2007. 4. 15. 23:40
*** 피클님과 대화를 나누다. ***

피클이란 아이디를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간혹 제가 지역신문에 기고하는 글에 그분이 댓글을 달아주면서 알게 된 사람입니다. 하지만 아직껏 오프상에서 한번도 만난적 없이 그냥 댓글만 주고받으며 짧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만 2, 30대로 짐작되는 젊은 친구고 독실한 신앙인이며 저의 앞길에 대해 많은 염려를 해주는 진심이 느껴져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사건이 터지면서 이 친구와 제가 동일인으로 공격받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중전철 유치를 위한 범시민연합 분들의 1인시위를 보도한 기사에 대해 피클님이 운동을 주도하는 분들의 순수성에 대해 줄기차게 의문을 제기하는 댓글을 달면서 이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이 오갔습니다. 그러던 중 피클님에게 맞서던 몇몇분이 저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마치 제가 아이디를 ‘피클’로 바꿔가며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언급한 것입니다.

피클님 본인이 제가 아니라고 해명했는데도 감정까지 섞인 표현을 해가며 ‘시의원이 치졸하게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냐’는 어투에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해명글을 올렸습니다. 이와 함께 해당글의 삭제및 사과를 글 올린 분들을 향해 정중하게 요구하였습니다. 만일 월요일 오전까지 요구대로 이행안하면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메일을 열어보니 피클님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본의 아니게 저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저를 비난하였던 분의 사과글이 인터넷상에 올라왔습니다. 이번 일로 김포지역사회에서 인터넷 문화가 한단계 성숙되는 계기가 되었음 합니다.
다음 글은 피클님에게 보낸 답글입니다.

안녕하세요. 피클님.
그간 댓글만 주고 받다가 이렇게 처음으로 메일을 통해 대화를 나누니 기분이 새롭네요.
처음엔 제 글에 달린 피클님의 댓글을 보면서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하며 그냥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뭐랄까. 같은 하늘아래 서로간에 호흡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뚜렷히 뭐라 말할수는 없지만 그저 따뜻한 유대감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피클님은 내 싸이대문에 걸려있는 ‘삼족오’란 말 한마디를 갖고 길거리에서 저를 연상할 정도였다니 내가 오히려 쑥스럽군요. 피클님에게서 ‘선생’이란 말을 들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하긴 며칠전에 저에게 전화 온 제자의 나이가 서른을 넘겼으니 피클님 말처럼 제가 예전에 가르쳤던 학생들 연령대에 속하는 동일한 세대이다 보니 그러한 호칭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김포에 우연한 계기로 둥지를 틀게 된지 어언 7년째입니다.
그간 여러 사람을 여러 계기를 통해 만나고 알게 되었지만 피클님과의 만남은 예전 같으면 특이한 경우로 분류되었을 것 같습니다. 아직 한번도 만나서 대화한 적이 없으면서도 마치 오랜 지기처럼 마음이 편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의 경우엔 특이하게 보이는 이러한 만남이 김포에 들어온 이후 나에게는 흔한 경우가 되어 버렸으니 참 이상하기도 합니다.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다가 그 만남이 죽마고우 이상으로 발전하게 된 경우가 김포에 들어와 한두 경우가 아니니 말입니다. 사실 지난 선거도 이렇게 만난 분들의 진심어린 도움이 없었다면 치르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서로 정들면 닮아간다고 했던가요?
피클님을 비판, 비난하는 분들이 나와 동일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의도하지 않은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니 피클님과 제가 제대로 한번 만난적도 없다는 사실에 그분들이 당황할 만도 할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보기엔 김포를 아끼고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제기한 비판의 글에 대해 내용 그대로 보고 의견을 나누는 게 아니라 그 너머에 무슨 숨겨진 의도나 시나리오가 있다고 오해하는 데서 생겨나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지역사회에서 편가르기에 익숙하고 어떤 진영에서 그러한 목소리가 나왔나 먼저 생각하다보니 본래 제기한 비판내용의 알맹이는 항상 뒷전에 밀려나고 감정이 먼저 앞서는 그러한 모습 말입니다.

어쨌든 저와 피클님을 동일인으로 생각하며 근거없이 공격했던 분들에게 해명의 시간을 충분히 드렸으니 그분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사실들을 입증할 기회가 수사당국의 손에까지 넘어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저는 그간 피클님의 댓글에서 느껴졌던 인상이 ‘사회현안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큰 목소리를내기보다 조용한 대화를 선호하는 분’으로 알았는데 이번의 경우를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남들은 ‘신앙인이 어떻게 그렇게 요란한 목소리를 내느냐’고 비판하던데 이에 대한 피클님의 단호한 대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한 비판을 하는 분들에겐 신앙의 이름으로 권력에 대한 비판을 끊이지 않았던 구약성서의 예언자 전통을 환기시켜 드리고 싶군요.

피클님.
님과 같이 한창 혈기왕성한 젊은 친구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많습니다.
김포를 위해서, 21세기 대한민국, 그리고 통일시대 한민족을 위한 새시대의 몫은 바로 님과 같은 분들의 역할이 클 것입니다. 나도 피클님과 같은 20대의 나이엔 세상을 뒤엎을 것만 같은 호기가 넘쳐났는데 지금은 그러하질 못하네요. 그러면서도 피클님과 같은 분들과 세대를 뛰어넘는 의사소통의 기쁨을 느끼니 그 맛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흥으로 다가오고요.

비록 지금은 저 역시 많은 굴절과정을 거쳤지만 20대시절 한때는 온몸을 내던지며 청춘을 불사르려했던 동기가 ‘이웃을 내몸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이 출발점이었답니다. 피클님의 아름다운 순수성이 거친 사회속에서 더욱 강한 모습으로 단련되고 새롭게 피어나길 기대하며 오늘 이만 줄입니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오가는 길에 만남의 계기가 있겠지요.
항상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며 각자 처한 현장에서 열심히 뛰었으면 합니다.
오늘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김포대두 정왕룡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