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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그리고 회색빛깔 껴안기-개성나무 심기 행사 참가기(6)

김포대두 정왕룡 2007. 7. 7. 14:31
 
 
   

“고려박물관 와보니 어떻습네까?”
박물관 구내매점에서 상품구입을 마치고 나오는데 옆에서 나를 기다리던 북측 간부가 웃으면서 한마디 던진다. 홀로 남겨진 나를 길 안내하러 일부러 남은 듯 하다. 북측사람들이 그를 대하는 모습을 보니 상당한 지위에 있는 듯 해보인다.

 

“고려왕조 5백년 도읍지를 직접 와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덕담조의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도 웬지 국보급 문화재에 대한 유물관리나 안전장치가 허술해 보여 안타깝기만 하다. 내 인상이 좋게 보였는지 부담없이 말을 건넨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정문에 도착하였다. 김포분들과 재회를 하였다. 이렇게 좁은 지역에서 잠시 떨어져 있다가 만나도 반가운데 이산가족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여기저기서 저마다 사진촬영을 하기에 정신없다. 그런데 사진을 찍을 때는 그속엔 북한 사람들이 꼭 끼여있다. 남성들에겐 박물관 안내를 맡았던 여성안내원들이 기념촬영 대상으로 단연 인기1위다. 반면 여성들에게는 북한 남성 안내원들이나 간부들도 인기다. 남남북녀, 남녀북남이 따로없다.


“어? 저 팀은 손까지 꼬옥 잡았네?”
고려박물관 정문앞에서 강시장팀이 북한 여성안내원들과 손을 다정히 잡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명절날 전국에서 모인 가족들이 정겹게 둘러서서 기념촬영을 하듯이 다정하기 그지없다.

   
 
   

다시 차에 올랐다. 개성시내를 지나는데 우리 일행을 알아보는지 몇몇 사람들은 간간이 손을 흔든다. 가랑비가 다시 내린다. 그다지 비가 많이 오지 않았는데도 중앙대로 한쪽이 물에 잠긴다. 군용지프가 개천한복판을 위태롭게 건너는 모습도 보인다.


“다시한번 말씀 드리지만 바깥 풍경을 사진에 담아선 안됩니다. 부탁드립니다.”
연탄나눔운동본부 간사가 거듭 주의를 준다.

“우리는 자존심 하나로 먹고 삽니다. 북남이 함께하면 세상에 거칠게 하나도 없는데 남측은 왜그리 미국에 저자세인지 이해가 안됩네다.”
“그래봤자 주민의 배가 고프면 뭐합니까? 남측분들 자본주의 체제속에서 자유롭게 경쟁하고 있고  미국에 자식들 유학까지 보내면서 만족스럽게 살고 있는 분들도 이중엔 계세요.”

 

동승한 북측안내원과 남측분들사이에 약간은 민감한 논쟁이 버스안에서 계속되는가 싶더니 그들도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니 군사분계선에 거의 다 온 것 같다. 개성공단에서 동승하여 시내를 여러시간 함께 돌아다니느라 그새 정들었던지 서로 한참이나 손을 흔든다.

 

“이렇게 도와주는데도 왜이리 절차가 까다로워? 우리가 죄졌나?”
번거로운 세관통과 절차에 대해 몇몇분이 은혜를 모른다는 듯 북측에 대해 볼멘 소리를 한다. 가장 민감한 것이 카메라다. 일일이 사진을 한 장 한 장 다 검사한다. 외래어도 웬만한 말은 한글로 바꾸어 쓰는 북한사회인데 북측 검사원도 ‘디카’라는 말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개성관람 어땠습네까?”  “좋았습니다. 자주 오고 싶습니다.”
내 카메라 사진을 검사하던 북측 중년여성 안내원이 던진 질문에 답변을 했더니 가슴의 명찰과 신분을 확인하며 빙긋 웃는다.

 

드디어 남측에 들어섰다. 주변산야가 확연히 초록빛이다.
“술은 허용한 것 이상으로 가져오면 안됩니다. 건강에 해롭습니다.”
남측 세관을 통과할 때 여성직원이 술을 과다하게 매입한 분들에게 주의를 주면서 던지는 멘트에 사람들이 웃는다. 차창밖으로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북이나 남이나 내리는 비는 똑같은데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산야와 도시는 회색빛과 초록빛으로 채색을 달리하고 있다.

 

‘우리 민족앞의 미래희망은 무슨 색깔일까?’
분명 회색빛은 우리가 함께 껴안아야 할 색깔이다. 하지만 초록빛 또한 ‘천민자본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껍질만 채색된채 속은 썩어문드러지지 않도록 거듭거듭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차창밖으로 비치는 임진강, 한강, 서해의 물은 여전히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