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떠난 부산항에……’
사실 오늘 이곳을 찾기 전에 최치원과 동백섬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진성여왕 시절, 도탄에 빠진 신라천년 사직을 구하기 위해 건의했던 자신의 개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속세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가야산으로 들어가 버렸던 이가 최치원이었습니다. 그가 속세를 등지기전 이곳에 들렀다 하여 그의 호를 따서 붙인 지명이 ‘해운대’라 합니다.
‘이곳이 무슨 섬이람?’
‘해운대와 동백섬 중 누구에게 더 좋은 결합이었을까?’
운무에 반쯤은 취해버린 듯 안개속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감추기를 반복하는 해운대 백사장을 건너다보며 스쳐간 생각이었습니다. 아마도 ‘동백섬’이라는 지명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특별한 관심을 갖는 사람을 제외하곤 이곳이 ‘섬’이라는 것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동백은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에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그러기에 무수히 떠있는 남해안 곳곳의 섬에 군락을 이루어 피고지는 동백꽃을 연관시켜 ‘동백섬’이라 불리는 곳이 이곳 해운대 말고도 여러곳 있습니다.
조용필의 구성진 가락에 실려오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노래가, ‘꽃피는 동백섬’으로 시작하는 것도 남해안 곳곳에 널려있는 동백섬의 이미지를 한데모아 사람들에게 고향의 정서를 자극하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섬’의 이미지는 고향의 정취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동요 ‘섬집아기’는 물론이고 한때 전 국민에게 애창되던 대중가요 김원중의 ‘바위섬’을 떠올려봅니다. 그 태생이 두메산골이건 혹은 바닷가건간에 ‘섬’이라는 한 글자가 뭇사람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도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근원적 그리움’과 관련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너는 비록 육지에 시집왔지만 너의 태생은 바다였다는 것을 잊지말라’는 사람들의 바램이 ‘동백섬’이라는 어휘에 담겨져 있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뭍에서 떨어져 나간 바닷속의 한 점 눈물방울이 아니라 뭇생명들을 잉태한 만물의 근원인 바다의 자식임을 기억하라는 외침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이제 더 이상 동백섬은 ‘형제떠난 부산항’을 노래할때 이별의 정서를 담아내는 장소가 아닙니다. 아시아 태평양 각 국가의 정상들이 모여들어 세계의 평화와 협력을 논의했던 곳이고 사시사철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발전이라는 화려함에 묻혀 ‘동백섬’이 갖고있던 ‘근원적 향수’에 대한 빛깔이 엷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파도에 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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