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물
도 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기고,나눔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흥망이 고갯마루에도 있다하니-속초기행(1) (0) | 2007.08.28 |
---|---|
임꺽정과 궁예, 그리고 한탄강.-양도초 청소년단체 동행기(2) (0) | 2007.08.23 |
가을의 가르침을 떠올려봅니다.-김포시 공무원 계간지 '한울타리' 인삿말 (0) | 2007.08.07 |
전곡리 구석기인, 뿌리에 대한 궁금증 (0) | 2007.07.24 |
꽃피는 동백섬에…-동백섬 기행(1)- (0) | 2007.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