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의회 정례회 예산심사 소감-
2009년도 새해예산안을 다루는 김포시 의회 99차 정례회가 12월 19일 종료되었다.
김포시 의회에 올라온 새해 예산안의 특징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라면 '긴축'이라는 두 글자로 압축된다고 볼 수있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워진 경제상황의 반영이다. 실제로 전 공무원의 임금이 동결되고 시의원들의 의정비가 인하되는 등 공직사회가 허리띠 졸라매기에 솔선수범하려 한 흔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강경구 시장또한 11월 20일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긴축예산의 취지를 설명하고 의회에 적극협조를 요청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예결특위 위원장을 맡은 나뿐만 아니라 전 의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신도시 건설을 위해 필수적 기반시설인 한강로 건설에 김포시가 담당해야 할 구간 공사 몫으로 배정된 예산이 타예산에 미친 영향은 컸다. 그만큼 시에서 가용할 수 있는 예산자원의 여력에 한계가 분명해진 탓이다. 이 상황에서 각 부서는 자체예산 확보의 근거와 명분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하였을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의회로 넘어오기 전 예산편성팀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시의회의 심의를 넘어서야 하는 이중장벽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본 예산 심의에 임하는 동료의원들의 일차적 관심사는 각각의 세부예산이 '과연 긴축예산의 성격에 맞게 적절하게 편성되었는가' 여부였다. 현재 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기초의회의 권한에는 예산 편성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예산을 삭감할 수 있는 권한만 있을 뿐이다. 이 상태에서 '긴축의 기조아래 넘어온 예산안을 과연 더 삭감시킬 게 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구나 자못 비장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어려운 경제여건을 호소하는 강경구 시장의 시정연설을 들은 뒤였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를 하면서 느낀 결론은 '예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구태의 반복'이라는 점이었다. 행사성 예산의 중복편성, 원칙과 일관성이 결여된 사업, 시민적 공감대의 부족등 매년 지적되었던 문제가 올해에도 단골메뉴로 등장한 것은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의원들은 이러한 사안에 원칙적으로 대응했다. 김포사랑운동 본부예산등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견지한다는 것은 의원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하지만 예결특위 위원들은 원칙고수에 공감대를 이루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한강 축제'등 이른 바 크고 작은 '축제 예산'에 대해 과감히 손을 댄 것은 김포시 의회의 존재의미를 부각시켜 준 단호한 행동이라고 자평하고 싶다.
작년 예산안의 특징이 '김천 프로젝트 '라 표현될 정도로 48국도 조경사업등 김천 벤치마킹과 관련된 사업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면 올해 예산안의 중심엔 '축제'가 있었다. '남발'된다는 표현을 쓰기에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수십개의 크고 작은 행사성 예산이 '축제'라는 이름으로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5개의 행사가 하나로 묶여 '한강 축제'로 명명된 예산안이었다. 여름철에 한다는 시기적 특성 말고는 공통점을 찾기가 드문 5개의 행사가 '한강'이라는 이름으로 한군데 묶여서 올라 온 것이었다. 더구나 각 행사별로 세부내역없이 뭉뚱그려서 1억 5천만원의 예산이 편성되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여기에 문화예술과와 농업기술센터의 '연꽃축제'를 둘러싼 예산의 이중편성논란은 의원들의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였다.
'왜 매년 이렇게 똑같은 문제점과 사례가 반복되는 것일까?'
초선 기초의원으로서 벌써 3번째 임하는 본예산 심사를 마치면서 들었던 의문이다. 1차로 삭감대상에 올라온 사업 담당부서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린다. 최종 확정이 되기전까지 어떻게든지 반전의 실마리를 마련해야 한다. 휴식시간에 혹은 심사도중에도 각 의원들의 휴대폰은 쉴새없이 울려대고 '예산부활'을 호소하는 문자가 날라온다. 그 과정에 소명절차를 통해 죽었던 예산이 다시 살아나는 부서는 화색이 돌고 그렇지 못한 부서는 침울함이 감돈다. 예산삭감의 부당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특위장 주변에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일단 일을 하게 만들어놓고 나중에 따져도 되지 않느냐'는 볼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왜 진작에 의원들을 설득할 논리와 근거를 만들지 못했을까?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는 의원들의 마음에 공명을 이뤄내지 못하면 설사 예산이 세워진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산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집행부 직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의사봉을 손에 쥐고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밀려드는 생각이었다.
의원들의 휴대폰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비단 공무원들 뿐만 아니다. 관련예산이 상정되어 있는 사회단체들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규모나 영향력이 큰 단체나 기구인 경우엔 유언무언의 압박이 가해진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의원들의 심리적 틈새를 파고드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 의장포함 8명밖에 안되는 초미니 의회인 탓에 상임위 없이 전 부서 예산을 한꺼번에 다뤄야 하는 의원들로서는 정신적 체력적 피로감이 가중되기 일쑤다. 자기 중심을 유지하면서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않다. 더구나 각종 행사가 몰려드는 연말 한복판이다 보니 저녁에는 다른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는 날이 흔하다.
내년 이맘 예산안 심사때는 이런 모습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까?
미리 앞서서 일년후로 내달려가 상상의 나래를 펴보지만 과히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는 회의감이 밀려온다. 그렇다면 소모적 양상의 반복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그 대안 중 하나가 '주민 참여 예산제'의 과감한 도입이라고 생각한다.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들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여 실질적인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이미 청주시나 울릉군등 전국 수십개의 기초 지자체가 '주민 참여예산제' 조례를 제정해 운용중에 있다. 2008년 한해에 이 제도 도입을 위한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만 하더라도 최소 20개소 이상에 달한다. 물론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분명 있다. 가령 지역 연고주의나 주민 민원중심의 과도한 예산집중, 여론의식성 선심예산 편성, 집행부와 시의회의 고유권한 약화등 짚어보아야 할 점들이 있다. 하지만 이미 '주민 참여 예산제'가 하나의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지금, 마냥 주변 상황을 살피며 시행 시기를 미뤄야 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집행부와 의회의 과중한 짐을 덜어주고 그 책임과 권한의 일정부분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여 실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방안의 제도적 첫걸음이 바로 '주민 참여 예산제'의 실시라고 생각한다.
이제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매년 되풀이 되는 잘못된 관행과 소모적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개선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싯점이다. 향후 김포 지역사회에서 '주민 참여 예산제 도입'에 대한 합리적 생산적 공론의 장을 기대해본다. 다가오는 한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소심함'을 걷어 버리고 예산 편성과정에 시민참여의 진전된 발걸음을 내딛는 원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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