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는 하나입니다.-새터민 임선생께.
안녕하세요. 임선생님.
저는 현재 김포시 의원으로 일하고 있는 정왕룡이라고 합니다. 제대로 일은 못하고 있지만 이번에 제주도 여행에 도움을 드렸다는 김포시 민주평통 회원이기도 하구요. 지역신문을 검색하다가 젊은 날 너무도 친숙했지만 이제는 아련하기만한 구호성 기사제목,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와 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말은 젊은 날 통일투쟁하면서 대학 캠퍼스는 물론이고 서울역 광장, 통일로로 접어드는 홍제동 거리, 임진각등에서 목이 터져라 외쳤던 구호였습니다. 그런데 님께서도 북에 계실 때 같은 내용을 외치고 다니셨군요. 그러고보니 임수경 문익환등 남녘땅 통일꾼들의 이름도 서로 낯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주도 여행은 잘 다녀오셨는지요. 남한사람이 백두산에 흥분하듯이 북한동포들은 한라산과 제주도를 그렇게 가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저는 아직 백두산에 가보질 못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볼 기회가 생기게 되면 중국쪽을 통해서가 아니라 북한쪽을 통해서 오르고 싶은 소박한 바램이 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참 맛깔나게 여행기를 잘 쓰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몇몇 표현들은 북녘식의 어휘들이 살아있어 구수한 향토적 정서까지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슴이 아픈 것은 필자 소개란에 박혀있는 ‘새터민 임00’이라는 알쏭달쏭한 표현이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글의 필자를 성만 알 수 있어야 한다는 현실이, 아직도 분단의 사슬에 우리의 이름마저 칭칭 동여매어 있는 것 같아서 무거운 마음을 누를 길 없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새터민’이라는 낱말이 우리 주변에서 귀에 익은 소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면서도 남한사회에서는 왠지 ‘이방인의 영역’처럼 우리 마음속에 하나가 되어 다가오지 못하고 경계선 너머의 지역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경기도 남양주 북한강변에 있는 ‘새터 유원지’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대학 다닐때 M.T를 갔던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의 대학가인 ‘신촌’을 순 우리말로 풀어보면 ‘새터’라는 말이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새터민’이라는 말이 북녘에서 내려 온 분들을 가리키게 되면서, 친숙한 본래 이미지와는 다르게 분단의 아픔을 나타내는 무거운 용어를 우리는 또 하나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향을 등지고 남녘에 내려오게 된 배경에 얽혀있을 구구절절한 사연의 아픔을 가슴 한구석에 삭힌 채, 북도 남도 아닌 경계선위에 얹혀진 생활이 새터민 분들의 삶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새터민이라는 용어가 굳이 필요하지 않는 사회, 임선생님도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으로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쓰는 사회가 오면 이러한 경계선 위의 고단함도 사라지게 되겠죠.
임선생님.
10월 4일이 무슨 날인지 혹시 아시나요? 지난 5월 서거하신 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2년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문을 발표한 날이었죠.
바로 이 날을 기념하여 오늘(10월 8일) 김포시에서는 자그맣지만 의미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김포시민 114인의 이름이 담긴 선언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죠. 10.4 합의문에 담겨있는 정신과 내용이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중앙과 지역사회에 그 실천방안을 촉구하는 내용이었죠. 다음달에는 후속행사도 여러 가지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임선생님.
저는 2년전에 개성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비가 제법 내리던 날 선죽교를 둘러본 다음 고려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안내를 맡아준 그곳 북녘동포들과 헤어질 때 ‘우리는 하나다’라는 말로 작별인사를 대신한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주변에는 우리가 하나임을 인정 하기는 커녕 편을 가르고 서로를 구분 지으려 하는 경계선들이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백두에서 한라까지, 그리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남누리 북누리가 하나되어 어우러지는 날 우리 주변을 가르고 구분짓는 온갖 경계선들도 사라질 것입니다. 분단의 경계선, 새터민과 비새터민 사이의 경계선, 문화와 사상의 경계선, 말과 글의 경계선이 소멸되고 그 위에는 무지개 색깔의 다채로움이 풍성하게 피어나겠죠.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꿈꾸며, 과거의 갈등과 상처는 씻고 화해와 협력의 따뜻함이 오가는 사회가 이뤄지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우리 함께 꿈꾸어 봤음 합니다. 새터민의 삶이 새롭게 형성된 신이산가족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남과 북을 연결해주는 가교역할까지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아무리 부정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는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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