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 서영석 (du0280) / 2010-7-26 19:59)
민주당, 이젠 정신 차릴 때 되지 않았나?
안녕하십니까. 서영석입니다.
오늘은 두 번이나 여러분들을 찾아 뵙는 것 같습니다. 책도 탈고하고 해서 그런지 시간이 널널해지니까 자연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랜 만에 서프라이즈를 눈팅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열받는 게 있어 지금 약속에 늦었는데도 불구하고 욕먹을 각오하고 일단 시작한 글은 마치고 나가볼까 합니다.
제가 7·28 재보선에서 주목하고 있었던 곳은 서울 은평을과 광주 남구였습니다. 은평을이야 뭐 얘기할 필요도 없고, 광주 남구를 주목했던 것은 그곳에서 사실상 여당 역할을 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항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야권 소연합을 통해 민노당의 오병윤 후보가 나섰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건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았지만 저는 우리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 수도 있는 중대한 걸로 인식했습니다.
한나라당의 선거철밥통이 야권의 후보단일화, 즉 선거연합에 의해 나가떨어지는 것도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 의미 깊은 일이지만, 호남에서 민주당의 철밥통이 깨지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저의 기대가 그런대로 보편성을 획득해서인지, 선거 전 광주 남구의 여론조사 동향을 보면, 민주당이 공천한 장 머시기 후보(이름이 잘 기억나지...)보다 단일후보 오병윤이 앞서고 있더군요.
한 정당이 지역을 완전석권했을 때 가져오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2005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거의 석권에 가까운 승리를 실현한 결과,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로 부터 5년이 흘러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국민 심판을 받아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완전 참패한 건 아닙니다만, 오히려 그것이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나은 결과였습니다. 어디가 됐던 선거에 패배한 정당이라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 숨쉴 구석이 있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나라당 심판의 거센 바람 속에서 비켜간 지역이 있습니다. 오로지 한나라당 심판의 대열에 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민주당의 호남은 국민 심판에서 절묘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없는 호남의 민심과, 민주당에 비해 너무나도 약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호남에서 비록 선전하긴 했습니다만, 민주당이 호남을 석권하는 그 자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해야겠죠;
그게 결코 좋은 결과가 아니란 것은 고창군수 사건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호남에서는 한나라당이나 다름없는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의 군수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경고'로 끝내고 말았습니다. 국민여론을 의식한다는 면에서는 오히려 몰리고 있는 한나라당이 나았습니다. 제명한다고 해봐야 실익은 별로 없는 것이지만, 한나라당은 성희롱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을 즉각 제명처분했습니다. 솔직히 실질적인 강도로 볼 때 고창군수가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을 정도의 행위였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그 정도로 그친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째는 민주당이 최소한 정치란 점에 관한 한 호남에 대한 지배력에 자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란 궁극적으로 국민의 눈치를 보는 행위입니다. 그걸 민심수렴이란 고상한 용어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결국 민주당은 호남에 관한 한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일당의 독점에 대한 피해자는 사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독점적 지배력이 미치는 그 지역의 유권자들입니다. 이것은 고창군수 사건이 대단히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일당이 독점하는 지역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어디 어디 줄을 타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사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독점력을 지니고 있는 정당이 유권자 눈을 무서워 할 이유가 없으니 결국 자리 결정은 막후에 있는 유력 직업정치인들이 합니다. 아마도 고창군수는 민주당의 어느 실력자하고 줄을 대고 있을 것이고, 필사적으로 '경고' 수준에서 그쳐달라고 읍소했을 것입니다. 민주당의 지역 지배가 확고하지 않다면, 민주당은 그런 선택을 결코 하지 못했을 겁니다.
결국 광주 남구에서 오병윤 후보가 되는 것은, 우선 유권자 입장에서도 유리하고(독점지역이라고 유권자들을 캐무시했다간 이런 일이 난다는 걸 표로 보여주는 일이니까요), 민주당에게도 유리합니다. 민주당이 광주 남구에서 다른 정당에게 의석을 빼앗긴다면, 그것 자체가 충격일 것이고, 그런 충격이 민주당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직 불리한 것은 광주를 지배하고 있는, 아니 호남을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내 직업정치인들 뿐입니다. 그들로서는 밥통 하나가 날아가는 것일 뿐더러, 오는 2012년 총선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여기저기서 일어날 것이며, 그러면 밥통 하나 수준이 아니라 여러개, 아니 수십개가 될지도 모를 것이기 때문이죠.
아니나 다를까, 민주당의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이 오늘(7월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자후'를 토했더군요. 그 내용은 가관이었습니다. 그래도 염치는 있는지 한나라당부터 조지더군요. 그러면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게 힘겹게 싸우고 있으니, 민주당 심판 같은 소리하지 말고 민주당의 후보를 뽑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민노당을 조지기 시작하는데 그 수준이 딱 한나라당 수준이었습니다. 게다가 주한미군 철수 운운하면서 민노당을 조지는데는 그야말로 뒤로 넘어갈 뻔했습니다.
그래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노당과 선거연합을 해서, 질 선거를 이긴 것 그 자체는 부인할 수 없었던지,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민노당은 단 한 번도 단일화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걸 끄집어내 딴지를 걸더군요. 한심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의 행동이 순수성을 잃었다고 주장하는데,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시민단체들이 한 행동은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란 말입니까? 시민단체가 한나라당에 '해로운' 일들을 하면 로맨스이고, 자신들에게 하면 '불륜'이란 논리에 불과합니다. 한나라당도 이런 수준으로 시민단체들을 매도하지는 않습니다.
광주 남구에 민주당 소속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은, 호남을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민주당의 직업정치인들에게는 자신들의 밥통을 여전히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들 스스로 주장하듯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맞서 정권을 되찾아오는 데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호남은 민주당을 철밥통으로 지지하는데, 우린 뭐냐는 논리를 강화시켜, 민주당이 정권을 찾아오는데 장애가 될 뿐일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패배하자 그래도 반성하는 시늉이라도 내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이번 재·보궐선거전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은 그런 시늉이라도 내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민주당이야말로 호남에서 비록 한 석에 불과합니다만, 광주에서 심판을 받아야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꺾고 야권의 선거연합을 통해 재집권하는 축이 될 가능성을 높여줄 것입니다.
민주당의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이 총출동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 재·보궐선거에서의 기적은 은평이 아니라 광주 남구에서 일어날 모양입니다. 광주 시민들은 결정적인 시기마다 높은 정치수준으로 우리 정치의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일어나기 힘든 일이란 건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광주에서 민주당이 패배했다는 낭보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임)
제 책과 관련된 사항은 아래에 링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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