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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칼럼] 전공과 취미의 갈림길에서 -김포뉴스 문태성

김포대두 정왕룡 2010. 11. 10. 11:40

   

인터넷에서 '실용음악' 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관련대학 진학을 물어보는 질문들이 숱하게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용음악이 대중화되면서 진학 관련학과들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이를 준비하는 입시전문 학원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실용음악을 전공 하고자 하는 학생들, 그리고 이러한 자녀들을 두고 있는 학부형님들과 함께 진학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실용음악과가 있는 4년제 대학은 전국에 17개 학교가 있습니다. 수도권 소재 대학은 동덕여대, 경희대, 경기대등 이름이 익숙한 대학이 있고 호원대가 실력파 유명 교수진 영입으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3년제 대학으로는 실용음악계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서울예술 대학과 동아방송대학이 있고 2년제 대학으로는 여주대, 김포대 등 19개 학교가 있습니다. 실용음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한양대가 내년부터 관련학과를 신설, 신입생 모집에 나서며 이 분야에 대한 각 대학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실용음악 분야에서 가장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분야가 보컬입니다.
수시입학의 경우 보컬은 유명대학의 경우 5백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는 것은 흔한 일이고 2년제 대학의 경우도 웬만한 학교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졸업 후의 진로는 가수를 비롯하여, 작곡가, 작사가, 연주가, 녹음스튜디오 엔지니어, 악보사이트 채보가, CCM 가수, 뮤지컬 배우, 광고음악 전문가, 작곡가, 실용음악과 교수, 실용음악 학원강사, 음반 프로듀서 등 생각 이상으로 분야가 다양합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보니 학과 증설에 미친 영향도 클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학숫자가 늘고 학생들이 몰리게 된 현상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닌 최근의 모습입니다. 예전에는 실용음악하면 서울예대(구 서울예전)가 단연 독보적 존재였습니다. 가히 한국 실용음악의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심사기준 역시 까다로워 입시생들이 보통 9개 정도의 관문은 통과해야 했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일정 수준이상 이어야 했으며 면접 후 화성악 청음 시창 등에서 기준 점수를 얻어야 비로소 전공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정도였습니다. 보통 2,3년 재수는 해야 들어갈 수 있고 전국의 실용음악도의 눈과 귀가 집중된 곳이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대학이나 지원생이 다변화되어 있어 서울예대가 예전처럼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꼭 서울예대를 가기위해 재수가 필수이던 시대도 아닙니다. 실용음악의 저변이 넓어지다 보니 호원대등이 새로운 입지를 구축하면서 급격히 부상하고 있습니다. 슈퍼스타 K2로 일약 유명인이 된 장재인 양은 호원대 싱어송 라이터과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이처럼 실용음악 지원자와 대학의 급격한 증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이 현상에도 우려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그중 으뜸 되는 것은 '실용음악을 너무 쉽게 바라보는 현상'일 것입니다. 물질적 풍요로움이 삶에 대한 진지함을 가볍게 하듯 실용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이 공부 등 여타분야에 대한 피난처로 생각하는 경향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중 미디어가 심어주는 연예계의 화려한 이미지만 생각하며 일찍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는 이제 우리 주변에 흔한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학원에 있다 보면 '자녀가 실용음악을 전공하려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고민된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형들을 틈틈이 마주 대하곤 합니다. 학부형들의 고민은 '자녀가 혹시 과도한 환상'을 갖고 일시적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거나, 혹은 부모가 보기에 딱히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녀가 오버하는 것 같아 염려된다는 말씀을 하곤 합니다. 이런 경우 많은 학부형들이 취미나 교양쌓기 정도의 수준에서 멈추어주기를 바라는 심정도 느껴집니다.

 

실용음악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제일 먼저 하는 이야기는 '공부에 대한 회피수단'으로서 이를 생각한다면 일찌감치 생각을 접으라는 것입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 추세입니다만 실용음악계 역시 지금은 단지 기능만 익히는 것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게 시대적 흐름입니다. 당연히 그 저변에는 치열한 자기성찰과 사색, 추구하는 음악관에 대한 집념이 있어야 합니다. 더욱이 이러한 면을 갖추었다 해도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꼭 그와 일치하지 않는 곳이 바로 이 분야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음악 하는 자세의 중요함을 역설합니다.
실용음악과 진학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실제로 실용음악과를 전공 안했거나 대학을 아예 안 나온 유명음악인들의 사례는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클래식이 안 되니 실용음악이라도, 혹은 공부가 안되니 음악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이 있다면 생각을 고쳐먹기를 권유합니다. 그보다는 왜 음악을 해야 하는가? 라는 주제로 진정 내면의 자아와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며 음악 하는 자세의 진지함을 키우는 게 우선일 것입니다. 성실성과 노력, 그리고 진지한 자세는 실용음악계에서도 으뜸으로 존중되어져야 할 덕목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슈퍼스타 K2열풍을 통해서 본 실용음악 세계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