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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을 말할 수 있어야 김포의 주인이다”-김포저널 기고문

김포대두 정왕룡 2015. 1. 11. 10:23




천지개벽, 상전벽해
최근 김포의 변화상을 말할 때 이보다 더 확실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 아마 십여 년 전에 김포에 살다 세상을 뜨신 분이 환생한다면 자기 동네를 찾을 수 있을까 싶을 지경이다. 변화는 역동적인 단어다. 필연적으로 갈등과 논쟁, 주도권 다툼이 따른다. 김포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 한가운데 김포의 주인논쟁이 여전히 뜨겁다.

그렇다면 누가 김포의 진정한 주인이며 그것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밀레니엄 용어가 회자되던 2000년도에 김포에 삶의 둥지를 튼 이후 끊임없이 던져보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수년전 작가 김훈을 통해 조강을 알게 되면서 이것이야말로 김포인의 정체성을 말할수있는 유일무이의 기준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나는 수년전부터 김포시민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대 祖江을 아는가?’
조강은 글자 그대로 할아버지 할머니의 강, 혹은 조상님들의 강이란 뜻이다. 지역적으로는 한강과 임진강이 합수하는 지점부터 서해로 흘러나가는 유도까지, 혹은 넓게 보자면 예성강 부근까지 한강하구 일대를 가리키는 포괄적 용어이기도하다.
삼국항쟁기 치열한 세력다툼의 전장이었고 고려, 조선시대에는 삼남지방의 물자를 실어나르는 주요교통로였다. 병인, 신미양요 때는 프랑스, 미국 군함이 오르내렸고 분단이전 까지만 해도 조강포에 정박해 있던 황포돛배를 쉽게 볼수 있었다. ‘통진은 조강이 먹여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조강은 김포를 잉태한 어머니이자 김포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제1의 단어다’
누가 조강에 대해 묻는다면 서슴없이 답변하는 말이다. 단지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객관적 사실 자체가 그렇다. 하지만 김포사람들은 조강을 잊어버렸다. 조강이 형성해놓은 한강하구 김포평야의 풍요로움에 젖어버렸다. 분단을 핑계로 금단의 지역으로 고정시킨 후 아예 기억속에서조차 지워버렸다.
이제 한강하구에서 조강을 건져 올려야한다. 아니 한강하구라는 보통명사적 성격의 용어를 조강이라는 원명칭으로 대체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조강의 역사성과 성격, 담고있는 스토리의 특수성을 바로 아는 것이다.

조강에는 휴전선이 없다.
‘한반도 남북 접경지대에서 휴전선이 그어지지 않은 유일한 지역’
이 말보다 현재 조강이 갖고 있는 특수성을 정확히 설명한 말은 없을 것이다. 분단은 조강을 지도에서 지워버렸다. 특히 1953년 7월에 체결된 휴전협정(군사정전 협정)은 조강이란 말대신‘한강하구’란 용어를 사용하여 조강을사라지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일대의 지리적 특수성에 주목, 민간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을 허용하는 조항을 명문화시켜 놓았다. 그 내용이 조강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키워드역할을 하고 있다.

“한강 하구의 수역으로서 그 한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하에 있고 그 다른 한쪽 강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용 선박의 항행에 이를 개방한다. 첨부한 지도에 표시한 부분의 한강하구 항행규칙은 군사정전위원회가 이를 규정한다. 각방 민용선박이 항행함에 있어서 자기측의 군사 통제 하에 있는 육지에 배를 대는 것은 제한받지 않는다”(정전협정1조5항)

정전협정의 해당내용은 한글 해독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파악할 수 있는 쉬운문장이다. 정전협정에 첨부된 지도를 보면 군사분계선(휴전선)은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되어 경기도 파주 사천강에서 끝난다. 한강하구 조강일대는 따로 휴전선이 없다. 당연히 DMZ도 없다.
보통 DMZ 바깥쪽에 설정되는 민통선도 김포에서는 법적 존재근거가 희박하다. 하지만 김포시민들, 아니 우리나라 국민들은 조강 한복판을 휴전선으로 설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지도에도 그렇게 그려져 있다. 김포시 각종안내책자에도 이 사실은 마찬가지다. 김포에 존재하는 민통선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조강에 대한 관심 부족이 탐구정신, 사랑의 결핍을 낳았고 이것이 무지속 최면상태를 장기간 초래한 것이다.

조강의 문을 열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조강의 기억을 시민속에서 살려내야한다. 뿐만아니라 정전협정에서도 보장된 평화, 자유수역임을 전세계에 알리고 조강의 문을 열어야 한다. 애기봉 아래 마주하고 있는 남녘조강리와 북녘 조강리를 잇는 뱃길을 이어야 한다. 강녕포, 조강포, 마근포 등 조강일대 3대 포구를 복원하여 마포나루까지 배가 오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객관적 조건이 구비되어 있는데 이를 챙기지 못하는 게으름을 이제 시민들이 나서서 청산해야 한다.


새해에는 남녘 조강리에서 강건너 북녘 조강리까지 배를 타고 마실다녀오는 꿈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조강을 모르거나 말하지 않는 사람들… 수백년을 김포에서 살았다 하더라도 이 땅의 주인이라 말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