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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의 편지 -경기도 편지쓰기 대회 대상

김포대두 정왕룡 2015. 1. 4. 20:21

딸아이 생일이다..그런데 아빠에게 선물을 주었다. 아빠에게 편지를 써서 경기도 편지쓰기대회에서 교육감 대상을 받은 것이다.녀석.. 언제 이렇게 컸지? 다음은 아빠에게 보낸. 편지 전문

아빠! 어리광만 피울 줄 알았던 아버지의 딸은 어느새 19살이 되어 학창시절을 매듭 짓고 있습니다. 고3 생활의 끝에 선 지금 누구는 후회, 어떤 이는 후련함, 또 누군가는 아쉬움…. 이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고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좀 달라요. 이 복잡한 감정들 속에서 가장 심장을 꾹 누르고 있던 것은 바로 아버지, 당신에 대한 존경심이었습니다.

오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스스로 모든 걸 해야 했던 아빠.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가난의 무게가 더 컸던 아빠.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항상 가슴 속에 묻고 살았던 아빠. 자기 꿈을 버리고 누리 아빠로 살아야했던 아빠. 제가 야자를 끝난 뒤 녹초가 되어 11시에 들어와도 당신께선 항상 깨있으셨어요. 신나게 놀다 늦게 들어와 혼날까 겁 먹었을 때도, 한 마디만 건넨 채 잠이 드셨죠. ‘무사히 집에 들어와 준 것 만으로도 고맙다.’ 항상 내 얼굴을 보고 하루를 마치려 했던, 일이 너무나 많아 쉽게 잠들 수 없었던 아빠. 그 사실을 저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왜 항상 아빠는 늦잠 자는 게으름뱅이라며 타박했을까요? 아버지의 삶의 무게를 느끼기엔 제가 너무도 어렸나봐요. 1년동안 수능 공부를 하면서 참 아빠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이 나이 땐 아빠도 부푼 꿈을 안고 있는 한 학생이었겠지? 당신께서 누리 아빠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꿈을 접어야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19살의 아빠가 자꾸 눈 앞에 어른거렸어요.

아빠! 저는 어느새 10대의 끝에 서서 스무 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때보다 키가 많이 컸는데도 여전히 아빠는 저에게 거대한 나무 같네요.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또 누리 아빠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생에서도 저는 아빠 딸로 태어날래요. 이젠 때로는 의지 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드릴게요. 앞으로는 제 꿈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가 아닌, 함께 꿈을 꾸는 아버지가 되어주세요. 아빠! 사랑합니다.

입이 아플 만큼 아빠를 사랑하는 딸 누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