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냇물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
졸업시즌이 다가온다. 강당에서 늘상 불려지던 졸업식 노래 중 가장 여운이 남는 내용이 3절 끝 구절이었다. 보통 잊혀지기 쉬운 맨 마지막 끝 구절이 기억나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1,2절의 내용들이 대부분 교훈적 묘사였던 반면에 이 가사에 담긴 서정성의 힘이 컸던 듯 하다. 그런데 성인이 된 어느날 졸업식 노래의 ‘냇물’이 노무현의 입을 통해 ‘강물’로 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이 문장에서 강물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며 ‘포기’를 모르는 의인화된 생명체가 되었다. 온갖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역동성이 압축되어 있다. 마치 노무현 자신의 삶을 말하고 있는듯 하다.
언젠가부터 애기봉, 혹은 문수산에 올라 김포를 잉태한 한강하구 조강을 내려다 볼 때 마다 본능적으로 이 문장이 눈앞을 스친다. 하루에 두 번씩 역류하며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는 곳이 조강이다. 바다와 강의 구분이 따로 없다. 바다로 나아가는 것을 뛰어넘어 바닷물을 불러들이고 끌어안는 곳이 조강이다. 처음 이 문장을 접했을 때는 강물이 바다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만 이해했다. 그런데 조강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바닷물까지 함께 아우르며 짠물과의 뒤섞임도 감내하는 모습으로 세상만물을 품에 안는 그 모습에 경외심마저 들었다. 적어도 조강의 경우엔 강물이 바다의 하위개념이 아니었다. 바다가 강물이 다다르게 될 종착점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오랜 여정 끝에 회귀하여 조강이라는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안기는 연어와 같은 존재가 바닷물이었다. 조강은 모든 통념을 송두리째 뒤바꾸어 놓는 곳이다. 한강, 임진강, 염하강, 예성강, 그리고 서해바다를 아우르며 오늘도 묵묵히 위 아래로 흐르는 조강물결에 오늘 노무현의 어록을 띄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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