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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족사랑 편지쓰기 대회 대상 -정누리

김포대두 정왕룡 2015. 2. 3. 10:27

                           정누리 (김포 풍무고 3학년)

 아빠! 어리광만 피울 줄 알았던 아버지의 딸은 어느새 19살을 지나 학창시절을 매듭짓고 있습니다. 고3 생활의 끝에 선 지금 누군가는 후회, 어떤 이는 후련함, 또 누구는 아쉬움...이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고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좀 달라요.
이 복잡한 감정들 중에서 심장 한 켠을 꾹 누르고 있던 것은 바로 아버지, 당신에 대한 존경심이었습니다. 오 남매중 막내로 태어나 스스로 모든 걸 해야 했던 아빠.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가난의 무게가 더 컸던 아빠.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항상 가슴속에 묻었던 아빠.
자기 꿈을 버리고 누리아빠로 살아야 했던 아빠.
제가 야자를 끝낸 뒤 녹초가 되어 11시에 들어와도 당신께선 항상 깨 있으셨어요.
신나게 놀다 늦게 들어와 혼날까 겁 먹었을 때도, 한 마디만 건넨 채 잠이 드셨죠.
‘무사히 집에 들어와 준 것 만으로도 고맙다’ 항상 내 얼굴을 보고 하루를 마치려했던 아빠.
일이 너무나 많아 쉽게 잠들 수 없었던 아빠.
그 사실을 저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왜 항상 아빠는 늦잠 자는 게으름뱅이라며 타박했을까요? 아버지의 삶의 무게를 느끼기엔 제가 너무도 어렸나봐요. 1년 동안 수능공부를 하면서 참 아빠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이 나이땐 아빠도 부푼 꿈을 안고 있는 한 학생이었겠지?
당신께서 누리 아빠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꿈을 접어야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19살의 아빠가 자꾸 눈앞에 어른거렸어요.
아빠! 저는 어느새 10대의 끝에 서서 스무 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때보다 키가 많이 컸는데도 여전히 아빠는 저에게 거대한 나무 같네요.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셔서 또 누리 아빠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생에서도 저는 아빠 딸로 태어날래요. 저도 많이 컸으니 이젠 때로는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 드릴게요. 앞으로는 제 꿈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가 아닌 꿈을 꾸는 동반자가 되어주세요.
아빠! 사랑합니다.

입이 아플 만큼 아빠를 사랑하는 딸 누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