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권력이 있어야 할 곳 – 명·문칼럼(9)
‘그는 이곳에 무슨 생각으로 조화를 보냈을까?’
광주 망월동 백남기 농민의 6주기 추모식 현장. 백남기님 묘역앞에 윤희근 경찰청장이 보낸 국화꽃 바구니가 눈을 아프게 한다. 백남기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물대포 폭력사용에 대한 반성의 의미일까? 아니면 단지 체면치레용 형식적 예의표시?
경찰력은 공권력의 상징이자 핵심이다.
전시나 계엄령 상황에서는 군인들이 그 중심에 나선다.
우리 현대사에서 군인이나 경찰에 대한 이미지는 권위주의와 폭압, 국민위에 군림한 흑역사로 상징된다. 그래서인지 민중의 지팡이라는 별칭은 생경하면서도 어색함 그 자체다.
21세기도 어느덧 두 번이나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을 달리고 있는 지금, 군인들이 총칼로 국민주권을 유린하던 시대는 이제 역사 속에 묻혀가고 있다. 전두환의 사망은 그런 점에서 한 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듯 하다.
하지만 경찰의 경우는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이다. 경찰의 중립을 포기하고 권력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갖다 바치는 영혼없는 집단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경찰국의 설립과 동지를 팔아먹은 것으로 의심되는 김순호의 경찰국장 임명은 그러한 막장 드라마의 재방송이다.
그래서 류삼영 총경이 경찰국 설립을 반대하며 던진 다음의 발언은 가슴을 때린다.
"경찰의 중립성이 없었기에 이한열 박종철 열사의 희생이 발생했던 것이다. 지금의 경찰중립은 7,80년대 민주투사들의 목숨과 바꾼 것이다. 30년 전으로 퇴행하는 경찰의 권력 예속화는 수용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류삼열 총경의 외침은 이 선에서 더 나아가거나 확산되고 있지는 않은 듯 하다. 오히려 대세는 검찰권력의 눈치를 보며 야당탄압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정권의 도구로 강하게 회귀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경찰의 폭압에 쓰러진 백남기님 앞에 놓인 윤희근 경찰청장의 조화는 씁쓸함과 분노를 동시에 안겨준다. 떠나가신 이에 대한 예를 표한다는 면에는 그럴 수 있다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악어의 눈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정 백남기님에 대한 예를 표하고 싶다면 경찰의 수장으로서 경찰 중립성을 확보하고 공권력이 있어야 할 본연의 위치를 책임지고 회복하는 것이다. 그것이 수만개의 조화보다 값진 표현이고 경찰폭력 반성을 보이는 진정성 있는 태도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이름위로 고 안병하 전남경찰국장의 존함이 겹쳐진다. 전두환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했다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이다. 윤희근 당신에게 안병하 선배의 숭고한 길까지 걸으라고 요구하지는 않겠다.
최소한 경찰 공권력이 있어야할 자리가 어디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기라도 한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그 자리는 권력의 시중을 드는 옆자리가 아닌 국민곁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백남기님이 쓰러진 시청앞 그 자리나 경찰청 앞마당에 공권력 남용에 경종을 울리는 상징물이 세워져역사의 교훈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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