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택적 망각의 그늘 -명·문칼럼(13)
‘그늘’ 혹은 ‘그늘지다’라는 말은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그늘은 휴식처겸 피난처다. 반면에 어떤 사건의 성격이나 인물의 됨됨이를 논할 때 ‘그늘’이 따라붙으면 무언가 드러내기 꺼려지는 음침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윤석열의 미국발언 논란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만하면 가라앉을 때도 되었는데 이제는 영국의 BBC 프로그램에서 코메디 소재로 회자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정도면 ‘한국 비속어’의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를 참작해 다가오는 한글날 표창을 줄만도 하다.
문제는 이번 논란을 통해 윤석열과 그 주변인들의 정무적 판단능력의 무능함, 상황대처능력의 허술함, 철학적 빈곤, 그리고 국정운영 시스템 부재 등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나 버렸다는 사실이다.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
국민 대상 듣기평가(?) 결과 절대다수가 위의 표현처럼 들렸다고 하는데 윤석열 본인은 뒷부분 ‘바이든은 언급안했다’ 하고 앞부분 욕설은 ‘기억이 안난다’고 한다. 이 짧은 문장의 앞뒤를 잘라 선택적으로 망각과 기억을 교차시키고 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능력이다. 선택적 망각의 그늘은 윤석열에게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것이 본인에게 피난처가 될지 파멸의 수렁이 될지 그는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그는 두 개의 그늘 가리개를 칼처럼 휘두르고 있다. 그 하나는 MBC의 방송편파조작이고 또 하나는 이재명을 향한 사정 드라이브다. 그 중심에 검찰권력이 버티고 있다. 이쯤되면 윤석열에 대해 대통령이라고 불러야 할지 전직 검찰총장이라 불러야 할지 헷갈린다. 검찰사정으로 정국을 운용하고 돌파할 수 있다는 착각에 단단히 빠져있는 한 국민앞에 대통령 윤석열로 다가서는 길은 갈수록 멀어질 것 같다. 이것이 그의 불행을 넘어서서 국가의 비극으로 이어질까봐 전 국민이 노심초사 하는 일이 작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각종 민생현안 지표가 빨간불을 깜박이고 있는 지금, 용산 대통령실만 파란불을 켜놓고 ‘지록위마’를 외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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