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윤의 침묵, 님의 침묵 -명·문칼럼(12)

김포대두 정왕룡 2022. 9. 30. 12:30
*윤의 침묵, 님의 침묵 -명·문칼럼(12)
침묵은 또 다른 언어다.
수 만 마디 말을 내뱉는 것보다 한순간의 침묵이 기다란 울림을 남기기도 한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그러한 울림의 백미다.
그런데 ‘침묵의 미학’을 일그러뜨린 TV 자막을 보면서 이것은 ‘침묵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이른바 ‘윤의 침묵’이다.
윤석열이 출입문앞 약식 회견자리에서 외교부장관 박진에 대한 옹호만 열심히 하고 휙 들어가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본인이 자초한 막말논란에 대한 질문은 아예 무시한채 도망치듯 등을 보이며 휙 사라진 것이다.
이것은 침묵이 아니라 무시다. 국민과 등을 지는 도피행위다.
거기에 ‘침묵’이라는 단어로 의미부여를 하는 것은 언론의 워딩실패다.
윤의 침묵이 아니라 윤의 도피, 윤의 줄행랑, 윤의 무시행위다.
침묵이란 시어를 오염시킨 것은 아닌지 JTBC 측은 한번 되돌아볼일이다.
그래도 덕분에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오랜만에 읇조려 본 기회를 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후략) #윤의침묵 #님의침묵 #윤석열 #한용운